“해외법인 과실송금 관련 정보도 체계적으로 제공해야”
국내여건 어려운 여신사, 인니·라오스 등 해외로 눈 돌려야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카드, 할부금융, 신기술금융 등 여신전문금융사들이 동남아를 중심으로 자동차 금융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가운데, 금융학계에서 “진입장벽보다 변동성 큰 현지 영업규제와 과실송금 제한 등에 대한 정보 업데이트가 중요하다”는 제언이 등장했다. 


◆ 국내 여전사의 인도네시아·라오스 오토론 사업 진출 제안


25일 여신금융협회는 서울 종로구 사옥에서 ‘여전사 해외진출 전략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2025년 여신금융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스트레이트뉴스는 “국내 여신금융사들이 신흥국에 진출함에 있어 정부나 감독당국이 어떠한 부분을 지원해야, 보다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 질문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최초의 인허가 규제는 자본금 요건이나 현지 법인 설립과 관련된 요건들은 정리가 잘 되는 편”이라며 “현지 인허가 규제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금융당국과 업계 모두 파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반면 자주 변화하는 현지 영업 현황이라든지 영업 규제에 대해 업데이트가 안 된다”며 “영업규제 최신 동향을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정보 채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아울러 외환 보유고가 적은 국가들 같은 경우는, 현지 법인이 수익금을 당장 한국으로 송금하는 데 제한을 두는 경우가 있다”며 “과실송금 관련 정보도 체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카드사나 핀테크사가 신흥국 결제업에 진출 시 성공 가능성이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결제업이 잠식 산업이라 초기 인프라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투자 회수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밝혔다.

그는 “동남아시아 등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소비자들이 이미 사용하는 결제 수단이 존재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새로운 QR 방식 결제나 핀테크 서비스를 들고 가더라도 시장에서 보편화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행태에 따라 결제 행태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에 결제업 해외 진출은 결코 쉬운 사업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카드사와 캐피탈사 모두 수익성 악화, 조달비용 상승, 신용등급 하락 압력 등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며 “차라리 구조가 단순한 신흥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타개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카드사들은 최근 신차 금융에, 캐피탈사들은 중고차 금융에 집중해왔지만 고금리와 내수 침체로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진출 유망지로는 인도네시아와 라오스가 꼽혔다. 서 교수는 인도네시아에 대해 “연간 100만대의 자동차가 유통되는 동남아 최대 시장이며, 중고차 금융 수요도 활발하다”고 평가했다. “인도네시아는 은행 이용률은 낮지만 마이크로파이낸스 기관이 많아 금융 접근성이 은근히 높은 편”이라며 “중고차 금융시장 규모는 약 42억 달러로 성장 여력이 크다”고 했다.

반면 라오스는 시장 규모는 작지만 성장률이 가파른 곳이다. 그는 “라오스 자동차 산업은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 중이며, 친환경차 확대와 더불어 금융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라오스는 사회주의 체제에 가깝고, 금융 인허가·규제 시스템이 한국과는 전혀 다르다”며 “코라오 그룹(LBMC 홀딩스)이라는 유력 기업과의 협업 없이는 독자 진출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25일, 2025년 여신금융세미나 참석자 무리.
25일, 2025년 여신금융세미나 참석자 무리.

서 교수는 “현지 법인 설립만으로는 금융업 인허가를 받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는 금융감독청(OJK)이 심사를 담당하는데, 외국계 진입을 막기 위해 신규 인허가보다는 조인트벤처 설립이나 기존 금융사의 인수(M&A)를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딜러와의 파트너십이 핵심 경쟁력을 강조했다.

서 교수는 “대부분의 자동차 금융은 딜러 추천을 통해 성사되는데, 딜러 네트워크가 없으면 일본계 캡티브사(도요타, 혼다, 스즈키 등)로 고객이 빠져나간다”며 “현대캐피탈이 현지 멀티파이낸스사를 240억 원에 인수하며 75% 지분을 확보한 것이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또한 전기차 할부 금융과 같은 틈새 시장 공략이 유효하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전기차 보급 확대로 중고 전기차 수요도 증가 중인데, 할부 기간 확대, 선수금 완화, 사후 서비스 연계 등을 통해 차별화된 상품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오스 진출 전략과 관련해서는 “시장 규모는 작지만, 이미 진입한 업체와 라오스 정부 간의 관계가 매우 밀접하기 때문에 후발 주자는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며 “코라오 그룹과 협업하거나 이들과 다른 영역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발표를 마치며 “동남아 시장은 단순히 ‘낮은 진입장벽’만 보고 들어갔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정교한 시장 조사, 파트너 선정, 상품 현지화가 모두 병행돼야 진정한 ‘성공 사례’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여전사 해외진출, 동남아 지역 집중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여전사의 해외진출은 최근 15년간 눈에 띄게 확대됐지만, 대부분이 동남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있어 리스크가 누적되고 있다. 2023년 9월 기준 여전사의 해외점포 수는 74개로, 2009년 말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이 중 약 60%가 동남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박태준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진출지역 다변화와 현지화 전략이 필수”라며 “과도한 지역 편중은 포트폴리오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전사 해외진출의 형태와 수익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박 실장은 “여전사 진출의 80% 이상이 현지법인 형태이며, 이는 타 금융업권보다 높은 비율”이라며 “현지법인 진출은 전략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지만, 독립성 부여와 우수인력 확보, 본사 개입 최소화 등 실행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수익성 문제를 짚었다. 박 실장은 “캡티브(계열사 중심) 형태의 여전사는 양호한 수익성을 내고 있지만, 독립 여전사의 경우 동남아 시장에서도 실적이 크게 저조한 상황”이라며 “최근 5년간 비캡티브사의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박태준 여신금융연구소 실장.
박태준 여신금융연구소 실장.

이어 “제조사 계열 캐피탈사의 경우, 리스·할부금융 중심의 물적금융 기반과 부가서비스 결합 모델을 통해 전 세계에 고르게 진출하며 높은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유연한 규제 환경 덕분에 구독형 리스 서비스나 선구매후지불(BNPL) 기반 디지털 할부모델 활용이 가능하다”며 “여전사의 고유 강점을 활용한 창의적인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실장은 “다수의 금융회사가 진출한 지역에서는 단순한 ‘진출’이 아닌, 수익원 확보에 대한 뚜렷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며 “글로벌 파트너십, 고객 특화 전략, 부가서비스 결합 등 경쟁력 있는 상품 포트폴리오가 성공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 신흥국 시장 잠재성 높지만 리스크 상존


배승욱 벤처시장연구원 박사는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고성장률과 낮은 신용 침투율을 바탕으로 향후 리스·할부금융 및 소액대출 시장에서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국가”라며 “특히 리스와 소액금융기관(MFO) 제도는 외국 금융사에게 유리한 구조”라고 진단했다.

배 박사는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은행이 리스업 및 MFO를 직접 감독하는 단일 감독체계를 갖췄고, 외국인 지분 100% 허용, 이익 송금 자유화 등 진입장벽이 낮다”며 “은행 대비 100분의 1 수준의 낮은 자본금 요건과 정책금리 연동 시장금리를 고려할 때, 한국 금융사의 중소형 진출에 적합한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할부금융 제도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중앙은행 인가를 받은 MFO를 통해 자동차·가전 구매 자금을 제공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며 “선구매후지불(BNPL) 확산 흐름에 따라 핀테크와의 제휴를 통한 POS 기반 상품도 유망하다”고 밝혔다.

배승욱 벤처시장연구원 박사.
배승욱 벤처시장연구원 박사.

개인정보와 데이터 관련 규제도 짚었다. 그는 “2021년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우즈베크 시민의 정보는 국내 서버에 저장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웹사이트 차단이나 벌금 등 제재가 발생할 수 있다”며 “IT 인프라 확보와 감독기관 등록, 사이버보안 대응 전략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 박사는 “높은 소비자금융 금리, 젊은 인구 구조, 디지털금융 수요, 국제금융기구의 지원 등은 우즈베키스탄 금융시장에 대한 외국 자본의 진입을 유도하는 주요 요인”이라며 “리스크 요소로는 금리 상한제, 환율 변동성, 신용정보 인프라 미비가 있으며, 이에 대한 사전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은조 여신금융협회 전무이사는 “여신금융업계가 국내 시장에서 쌓아온 검증된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 신흥시장 등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아나가야 할 때”라며 “현지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우리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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