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까지 낮은 성장세 지속 전망…금리 인하 가능성은 ‘유지’
“주택 가격 상승 기대 자극 않는 것이 통화정책의 역할”

28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세계 경기 둔화와 물가 안정 속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했다고 밝혔다. 수도권 주택 가격은 둔화됐지만 서울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금융안정 차원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부동산 열기, 수도권 둔화 속 서울은 여전히 상승세 


28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외 경제 여건을 설명한 후 기준금리 결정 배경을 말씀드리겠다”며 “세계 경제는 미국과 주요국 간 무역 협상이 진전되었지만 관세 인상의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고용과 소비가 둔화되는 가운데 관세 인상 영향이 더해져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유로 지역과 중국도 재정 확대 등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수출 효과가 줄면서 더딘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관세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후반까지 높아졌으나 유로 지역은 낮은 수요 압력으로 2% 내외의 안정세를 유지했다”며 “국제금융시장은 장기 국채금리와 달러화 지수가 상승했다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지면서 다시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경기는 민간 소비가 추경과 심리 회복으로 개선세를 이어갔고, 수출도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예상보다 양호했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내외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소폭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한 “주택시장에서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이후 수도권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었지만 서울 선호 지역은 여전히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성장률은 올해 0.9%, 내년 1.6%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이 상방 요인이지만 국제유가 안정세와 낮은 수요 압력이 이를 상쇄할 것”이라며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모두 내년에는 1.9%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모습. 연합뉴스 제공.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모습. 연합뉴스 제공.

이어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내수 개선 움직임과 주택시장·가계부채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며 “다만 신성한 위원은 금리를 2.25%로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대책 효과에도 일부 지역의 가격 상승세가 여전해 금리를 동결할 필요가 있었다”며 “금리 인하는 경기 하방 위험에 대응하는 기조지만 시기와 폭은 향후 상황을 보며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향후 3개월 내 다섯 명의 위원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고 한 명은 현 수준 유지가 적절하다고 보았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낮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인하 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순조롭고 긍정적으로 나타나 금리 동결 결정에 부담이 덜했다”며 “추가 인하 여부는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과 금융 안정 리스크를 고려해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 GDP 갭, 내년 상반기 확대 후 하반기 회복 전망


이창용 총재는 “한국은행은 정부로부터 통화정책 운영에 있어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북미 정책에 관한 독립성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잘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하면 성장률은 0.06%포인트(p) 오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난해 100bp를 낮춘 효과로 누적적으로 약 0.24%p 성장률을 높였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금리 인하는 성장률 제고에 효과가 있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경기 부양 효과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자극할 위험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한 “현재 GDP 갭이 마이너스 1% 수준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확대됐다가 하반기 들어 잠재 성장률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며 “금융안정은 물가 안정이 전제된 가운데 경기와 상충되는 요소를 조율하는 방식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안정은 단순히 부동산만이 아니라 환율 등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며 “서울 집값이 안정돼야 금리 인하에 제약이 줄어든다는 해석은 맞지만 한국은행이 금리로 집값을 잡으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해 주택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통화정책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를 두달 여 남긴 가운데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에서 목표한 수주액을 달성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픽사베이 제공.

이 총재는 “서울 집값만 오르고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큰 우려는 없지만 실제로는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성장률이 잠재 수준보다 낮은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관세 요인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이를 단기적으로 과도하게 끌어올리려는 정책은 부작용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경제가 고령화와 구조적 문제로 성장 잠재력이 2%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노동시장 개혁, 외국인 노동자 활용 등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하방 요인으로는 무역협상 불확실성, 해외 투자 확대 과정에서의 노사 갈등, 산업 구조조정 충격 등이 있다”며 “상방 요인으로는 반도체 수출 호조, 재정 지출 확대 등이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스테이블 코인 관련해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과 실무·고위급 차원에서 협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한국은행의 의견도 전달하고 있다”며 “가상자산법 2차 입법 과정에서도 금융위와 긴밀히 논의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금융위원장 청문회가 끝나지 않아 방향성이 공식화되진 않았지만 한국은행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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