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8월 잭슨홀 발언 이후 연준 통화정책 주목
경기 둔화 대응으로 금리 하향시 “경기 악화 신호”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미 연준 홈페이지 기자회견 동영상 캡처.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미 연준 홈페이지 기자회견 동영상 캡처.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6일부터 17일(현지시간)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 결정을 내린다.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제롬 파월 의장이 통화정책의 유연성을 시사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회의는 시장에 중대한 방향성을 제시할 전망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연준이 금리를 내릴지, 그리고 내린다면 그 폭이 0.25%포인트(p)(스몰컷)에 그칠지, 아니면 0.5%p(빅컷)로 단행할지에 집중되고 있다.


◇ 시장은 어디에 베팅하고 있나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이변이 없다면 9월 FOMC에서 0.25%p 인하는 확실시되며 시장은 연말까지 10월과 12월 모두 0.25%p 인하를 내릴 것”이라며 “다만 트럼프가 해임을 시도한 리사 쿡 이사와 새로 지명한 스티브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 동시에 회의에 참여할 경우 FOMC 내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9월 FOMC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할 것”이라며 “고용둔화에도 불구하고 연준 내 투표권이 있는 일부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은 물가 우려를 강조하며 동결을 주장할 수 있고, 동시에 50bp 인하 의견도 개진될 수 있어 소수의견이 쏟아질 이례적 상황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 9월 FOMC는 정책금리를 4.00~4.25%로 인하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미국 9월 CPI(소비자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0.4% 상승하면서 시장 예상을 소폭 상회했으나, (농산물, 원유 등 가격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근원 물가는 0.3% 상승하며 시장 예상에 부합했으며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자체를 꺾을만한 지표 결과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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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했고, 소비 지표 역시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비농업 부문 고용은 2만2000명 증가에 그치며 사실상 정체 상태를 보였고, 실업률도 4.3%로 상승했다. 특히 미국 노동부 산하 조사기관은 지난 1년간 고용자 수가 기존 집계보다 91만1000명 적었다는 벤치마크 수정치를 공개하며 노동시장 과열 진단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목표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으며,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3.1%에 달했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역시 7월 기준 2.6%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 주거비, 보험료, 서비스 가격 등 고정비 성격이 강한 항목들이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빅컷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9월 금리인하는 기정사실화됐으며 빅컷 기대 또한 10% 이상 유입된 상황으로 이번 FOMC는 금리 점도표와 수정 경제전망이 발표될 예정”이라며 “부담 요인은 현재 연내 3회, 내년까지 6회 이상 금리인하 기대가 선반영됐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 금리 인하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해석’


파월 의장은 잭슨홀미팅에서 “정해진 정책 경로는 없다”며 연준이 더 이상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만 하진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그는 “물가는 안정되고 있지만 여전히 높고, 위험의 균형은 이동 중”이라며 데이터 기반의 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는 스몰컷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현재 스몰컷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패드워치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할 가능성은 약 65%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빅컷 가능성은 10% 이하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성장률이 추가로 둔화되거나, 고용 지표가 예상을 크게 하회할 경우 빅컷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금리를 내리는 것이 위험자산에는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 배경이 중요하다. 경기 둔화에 대한 대응으로 금리를 내릴 경우 이는 “경기 악화 신호”로 받아들여져 시장의 리스크 선호를 약화시킬 수 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는 인하라면, 이는 채권, 주식, 부동산 등 대부분의 자산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회의에서 주목할 또 다른 요소는 경제전망(SEP)과 점도표(dot plot)다. 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전망이 담긴 점도표는 시장의 기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만약 올해 말까지 추가 인하 횟수가 2회 이상 제시된다면 연준이 본격적인 완화 사이클에 돌입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중립금리 전망이 상향되거나, 인플레이션 경로가 높게 유지된다면 완화 속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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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역시 관전 포인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파월 의장이 완화 신호를 강조할지, 혹은 신중론을 재강조할지에 따라 시장의 반응은 엇갈릴 수 있다”며 “만약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면서도 ‘일시적 조정’이라는 단서를 달거나 ‘추가 인하는 데이터에 달려 있다’는 언급을 반복한다면 이는 빅컷보다도 스몰컷에 가까운 톤으로 해석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도 이번 FOMC 결과는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스몰컷이 현실화될 경우 원화 강세와 외국인 자금 유입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빅컷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우려가 부각되면 원자재·반도체 중심의 수출기업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은행도 연준의 결정을 참고해 다음 통화정책 회의에서 입장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번 9월 FOMC는 ‘완화로의 전환’이라는 방향은 기정사실처럼 보이지만, 그 속도와 강도는 연준이 얼마나 신중하거나 선제적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폭 전망이 확대될수록 경기 부진 우려도 커질 수 있다”며 "향후 금융시장은 금리 인하 기대보다는 이후 발표되는 경제지표에 따른 경기 둔화 리스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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