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 대응·지역경제 활성화·해외 진출 확대
현장 속도에 비해 제도·규제는 여전히 한계

서울 경리단길에 놓인 주요은행 ATM기. 장석진 기자.
서울 경리단길에 놓인 주요은행 ATM기. 장석진 기자.

KB국민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이 인공지능(AI) 윤리체계, 무역금융 디지털화, 업무자동화 등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AI 오작동 대응, 데이터 편향 리스크, 중소기업 맞춤 설계 미흡 등 제도적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연구계에선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부수업무’ 재정의와 지방·해외 금융 강화를 위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AI에서 무역금융까지…신사업 속도 내는 시중은행” 


24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이날 하나은행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지점을 개설했다. 하나은행은 22일 자산규모, 시장점유율 1위의 폴란드 최대 상업은행인 ‘PKO Bank Polski’와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밖에 히나은행은 수출입 중소 및 중견기업 지원을 위해 특별 우대금융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예를 들어, 한국무역보험공사에 지난해 400억원, 올해 300억원 추가 출연한 ‘2차 수출패키지 우대금융’을 통해 수출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낮추고 있다.  또한 비대면 수출보증대출, 환율 리스크 관리를 돕는 실시간 외환(FX) 거래 시스템(HANA FX TRADING) 등을 도입해 무역기업의 절차 간소화와 비용 절감을 추진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앞선 3월 AI 서비스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관리체계 AI 거버넌스를 공식 수립했다. 해당 거버넌스는 △임직원 전체 대상의 AI 윤리기준 및 조직문화 조성 △잠재적 위험을 사전에 평가하는 리스크 평가 프레임워크 △AI 서비스 기획부터 운영, 사후관리까지 전 생애주기별 위험관리 정책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제도 마련으로, 고객에게 AI 활용 사실 고지, 거부 권리 보장, 설명의무 및 민원·피해구제 절차 등을 포함한다.  

신한은행은 사내 AI 업무비서 플랫폼 ‘AI ONE’으로 문서·검색·발송 등 40여 업무를 묶어 일상화를 진행 중이다. 대규모 언어모델을 내부업무에 안전하게 연결해 생산성을 높이는 접근이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시중은행이 AI, 무역금융, 스타트업 지원 등 신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AI 기본법 시행과 금융당국의 지침, 소비자보호 관련 법령이 잇따라 강화되면서, 은행들은 내부 규정과 외부 법령 간의 간극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AI 서비스가 오작동했을 경우 책임 소재나 민원 대응 절차가 미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학계 한 관계자는 “AI와 디지털 기반 금융서비스는 결국 데이터에 기반하지만, 부정확하거나 편향된 정보가 투입될 경우 판단의 공정성과 결과의 신뢰성 모두가 흔들릴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려면 데이터 편향을 사전에 검증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절차가 필수”라고 말했다.


◇ “지방소멸·기후위기 대응 위해 은행 ‘부수업무’ 재정의 필요”


이날 한국금융연구원은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은행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전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구구조 변화, 지방소멸, 기후위기, 혁신 둔화에 대한 금융의 역할을 강화하려면 이를 수행하기 위해 비금융업무도 함께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며 “부수업무의 경우, 부수성을 보다 탄력적으로 해석하고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소규모 실험에서 안정성이 확인된 경우 부수업무 신고를 신속히 수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현행 제도에서 지속가능성 관련 업무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면 은행 업무범위를 법률로 정한 취지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별도 부수업무 유형을 신설하고 사전 인가 등의 보완장치를 마련해 지속가능성에 대응한 업무범위 확대가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되게 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은행의 경우, 일본처럼 지방소멸을 억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사업을 부수업무로 허용하거나 관련 회사에 대해 은행 지분한도를 완화하여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의 경우, 복수 은행 자회사를 가진 지방은행 지주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두 은행 간 고객정보의 공동 이용이나 IT 시스템 공동 사용 등을 검토해 볼 수 있으며 여건이 허락될 경우 합병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은 현지 금융당국의 인허가 사항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현지 대형 금융사에 대한 외국인 지분 보유 한도 완화 등을 위해 현지 금융당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출구전략 시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 해소를 위해 현지 금융당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원화의 국제적 지위 향상 노력을 통해 국내 자본의 위상을 제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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