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전 해외서 불법 개통·유통 정황
최형두 “외국인 본인확인 제도 전면 보완 시급”

자료 사진. 연합뉴스. 
자료 사진. 연합뉴스. 

국내 통신사들이 외국인 회선을 개통하면서 본인확인 절차를 사실상 무시하고 여권 사본만으로 후불 유심을 발급해주는 불법·편법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명의 대포폰이 대량 유통되며 보이스피싱 범죄의 주요 경로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경찰은 외국인 여권 사본을 불법 수집해 알뜰폰 선불 유심 1만1,353개를 무단 개통하고 이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판매한 일당 71명을 검거했다. 그러나 통신 3사 역시 여권 사본만으로 외국인 회선을 개통할 수 있는 허점을 방치한 채, 후불 유심 영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형두 의원(국민의힘, 경남 마산합포)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통 3사의 외국인 개통 요건은 사업자별로 제각각이며 일부는 여권 사본만으로도 후불 회선을 개통할 수 있는 구조였다. 내국인은 신분증 스캐너로 위조 여부를 확인하지만 외국인은 여권 스캔만으로 절차가 끝나, 진위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판매 유통점의 ‘양심’에 의존하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셈이다.

대포폰 적발 건수와 외국인 명의 대포폰 비중(단위 건). 자료 방송통신위원회. 최형두 의원실. 
대포폰 적발 건수와 외국인 명의 대포폰 비중(단위 건). 자료 방송통신위원회. 최형두 의원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20년 203만 명에서 2024년 265만 명으로 늘었으며, 장기체류자만 204만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후불 회선을 이용하는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통신사들은 외국인 대상 후불 상품 영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영업이 본인확인 절차를 무력화한 불법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A 통신사는 베트남·네팔 등지의 취업·유학 알선업체를 통해 여권 사본을 수집한 뒤, 외국인 입국 전 ‘후불 유심’을 미리 개통해주는 방식의 영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대면 본인확인을 원칙으로 한 통신사업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현지 송출기관이 특정 비자(E7·E9·D2·D4)를 소지한 외국인 명의로 여권 사본을 접수하면, 국내 입국 후 바로 통신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유심을 사전에 배포하고, 이후 외국인등록증 사본만으로 명의변경까지 완료하는 불법 절차가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었다.

보이스피싱 범죄 건수 및 피해액 추이. 자료 경찰청. 최형두 의원실. 
보이스피싱 범죄 건수 및 피해액 추이. 자료 경찰청. 최형두 의원실. 

이 같은 허점을 노린 불법 개통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확산으로 직결되고 있다. 올해(2025년) 7월 기준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8,000억 원에 달하며, 연간 환산 시 1조 3,0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명의 대포폰 적발 건수도 지난해 7만 건을 넘어섰다. 단순한 범죄 악용 수준을 넘어, 외국인 본인확인 체계의 구조적 결함이 드러난 셈이다.

최형두 의원은 “외국인 선·후불 회선 개통 시 구비서류 기준을 강화하고, 출입국관리소 연계로 신분증 사본의 진위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외국인 다량 개통 유통점에 대한 전수조사와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도입해 실효성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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