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과세 앞두고 정부는 사실상 무방비
박수영 "CARF로는 거래 단위 확인 불가, 실질 대비 시급"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 의원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 의원실. 

국내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가상자산 규모가 올해 124조 원을 넘어섰지만, 정부의 과세 대비와 관리 시스템은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세원 관리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부산 남구·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이 14일 업비트, 빗썸, 코빗, 코인원, 고팍스 등 5대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받은 해외 입출고 내역을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동안 해외 거래소로 출고된 금액은 124조 3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년 전인 2023년 45조 원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거래소별로 보면 업비트가 74조 3천억 원으로 전체의 60%를 넘었고, 빗썸이 44조 1천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에서 국내 거래소로 들어온 금액은 123조 5천억 원으로, 출고된 돈이 8천억 원 더 많았다. 지난해에는 해외 출고액이 국내 유입액보다 2조 8천억 원 많았던 것으로 나타나, ‘국부의 해외 유출’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원화로 직접 해외 거래소 계좌를 개설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국내 거래소에서 스테이블코인을 구매한 뒤 이를 해외 거래소로 전송해 투자하는 구조다. 결국 이렇게 옮겨진 124조 원은 한국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를 통한 거래·투자를 확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정부가 이러한 해외 유출 자산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부터 코인 과세가 본격 시행되지만,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에서 어떤 자산을, 얼마에 사고팔았는지 파악할 시스템이 전무하다. 가상자산 매매차익 과세를 위해선 취득원가 확인이 필수지만, 언제 얼마에 매수했는지를 국세청이 입증하기 어려운 구조다.

보이스피싱 범죄 건수 및 피해액 추이. 자료 경찰청. 최형두 의원실. 
보이스피싱 범죄 건수 및 피해액 추이. 자료 경찰청. 최형두 의원실. 

국세청의 전담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가상자산 과세를 담당하는 인원은 5급과 6급 직원 각각 1명뿐이며, 과세 시행이 2027년으로 유예되면서 관련 인력 배치조차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납세자가 해외 거래소에서 자산을 국내로 입고할 때 ‘취득원가를 직접 입력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지만, 이 경우 취득가를 부풀려 차익을 줄이는 등 탈세 가능성만 커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OECD가 2027년부터 도입할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를 통해 거래정보를 자동 수집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거래 총량 수준만 파악할 수 있을 뿐 개별 투자자의 거래 단위별 내역을 확인하긴 어렵다. 결국 납세자의 자진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고의적 탈세나 축소 신고를 가려낼 인력도, 시스템도 미비한 실정이다.

박수영 의원은 “국내에서 해외로의 ‘코인 무브’ 속에서 국세청의 투자자 보호와 과세 대비는 구멍투성이다”며 “가상화폐 해외 유출에 대비한 정부의 제도 개선과 철저한 대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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