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수주 4건이 전체 예산 24%…윤 정부 출범 뒤 3건 체결
내년 개도국 차관 1.6조 중 3,900억 원이 현대로템에 집중
차규근 "해외수주 로비 의혹 철저히 조사해야"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 의원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 의원실. 

내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개도국 차관 예산의 4분의 1이 단 한 기업인 현대로템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익을 위한 공적개발원조가 특정 대기업 수주 지원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1일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기획재정위원회)이 확보한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EDCF 총예산은 약 2조 3천억 원이며, 이 중 개도국 차관사업 예산은 1조 6천억 원 규모다. 총 163개 사업 중 현대로템이 수주한 네 건의 사업이 3,897억 원으로 전체의 24%를 차지했다. 이 금액은 중동과 중남미 전체 융자사업 예산을 합친 것보다 2,200억 원 많다.

현대로템이 수주한 네 건 중 세 건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지원방침이 결정되고 차관공여계약(L/A, Loan Agreement)까지 체결됐다. △이집트 카이로 메트로 2·3호선 전동차 구매사업은 2022년 7월 지원방침 승인 후 2023년에 L/A가 체결됐고, △모로코 교외선 철도차량 공급사업은 올해 1월 승인 후 2월에 계약이 이뤄졌다.

EDCF 대개도국 차관 사업 예산 및 현대로템 수주 사업 현황. 자료 기획재정부. 차규근 의원실. 
EDCF 대개도국 차관 사업 예산 및 현대로템 수주 사업 현황. 자료 기획재정부. 차규근 의원실. 

특히 우즈베키스탄 고속철도 차량 구매사업은 지난해 6월 지원방침 승인과 L/A 체결이 같은 달에 진행되는 등 이례적인 속도로 추진됐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사업은 국제경쟁입찰 없이 처음부터 현대로템을 염두에 둔 사실상의 수출금융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9월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우즈벡 경제부총리를 만나 “한국기업 수주시 EDCF 지원이 가능하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이는 정부 지원방침이 결정되기 이전이었다.

차규근 의원은 “EDCF는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공적개발원조 기금임에도 특정 대기업의 수주를 지원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며 “현대로템과 명태균 간 로비 정황이 이미 드러난 국내 사업을 넘어 해외수주까지 이어진 것은 아닌지, 정부의 결정 과정과 절차의 적정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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