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5억 달러 중 11억 달러뿐…국내 운용사 '찬밥' 신세
안도걸 "해외 운용사 일변도 구조 개선하고 국내사 참여 의무화해야"
한국투자공사(KIC)의 위탁운용 자산 중 국내 운용사에 맡겨진 비중이 여전히 1%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부펀드로서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설립 취지와 동떨어진 행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광주 동남을·정책위 상임부의장)이 KIC로부터 제출받은 ‘위탁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5년 8월 기준 KIC의 전체 위탁운용 자산 745억8000만 달러 중 국내 운용사에 위탁된 자산은 11억6000만 달러로 전체의 1.6%에 불과했다.
KIC는 외환보유액과 공공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자산을 직접 운용하는 한편, 외부 운용사에 위탁하는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위탁운용 자산 규모는 2020년 563억6000만 달러에서 2025년 745억8000만 달러로 32.3% 증가했지만, 국내 운용사의 수탁 규모는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다.
현재 KIC의 국내 위탁운용사는 총 7곳으로, 이 중 주식 5곳, 채권 1곳, 헤지펀드 1곳이 포함되어 있다. 사모주식(PE), 부동산, 인프라, 사모채권 등 주요 대체투자 부문에서는 단 한 곳도 국내 운용사가 참여하지 못했다.
국내 운용사들이 맡은 자산도 대부분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에 집중돼 있다. 전체 11억 6,000만 달러 중 8억 달러(69%)가 주식, 2억2000만 달러(19%)가 채권이며, 유일한 대체투자 자산인 헤지펀드 위탁 규모는 1억4000만 달러(12.1%)에 그쳤다.
이처럼 국내 운용사의 참여 비중이 낮은 이유로는 KIC의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이 글로벌 대형 운용사 중심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KIC는 운용성과, 운용자산 규모, 투자인력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운용사를 선정하는데, 이는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해외 운용사에게 유리한 구조다. 반면 국내 운용사들은 규모나 네트워크 측면에서 불리해 위탁 기회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안도걸 의원은 “KIC의 대체투자에 국내 운용사가 참여하게 되면 해외 네트워크 확보와 운용경험 축적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이는 해외 진출이 어려운 국내 운용사에 실질적 성장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체투자 위탁운용사 선정 시 일정 비율 이상을 국내 운용사에 배정하도록 의무화하고, 해외 운용사 선정 시 국내 운용사와의 컨소시엄을 우대하는 방식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KIC가 명실상부한 국부펀드로서 국내 금융생태계의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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