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블록체인 분야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블록체인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하에 블록체인 연구와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고 불법 ICO(암호화폐공개)를 금지하는 등 강력한 규제 정책을 펴왔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업계에서는 가상화폐가 사실상 상승 동력을 잃은 게 아니냐는 비관론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가상화폐 규제와는 별도로 블록체인이 향후 미래 산업 발전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 저우 샤오촨(周小川) 총재는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블록체인 기술 도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블록체인 산업을 철저히 국가주도로 육성하고 있는 중국은 지난해 블록체인 기술 특허 출원수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등 빠르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 中 블록체인 스타트업 및 관련 투자 폭발적으로 증가    

지난해 중국 블록체인 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는 내용을 담은 중국 정부 보고서가 공개됐다.중국 중국산업정보기술부가 21일 공개한 '2018 블록체인 산업 백서(이하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급속한 성장을 보였으며 성장했으며 관련 투자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고 평가했다.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178개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중국에서 새로 설립됐다. 올해 3월 기준 중국 블록체인 관련 기업은 총 456개사에 달한다. 2016년 설립된 스타트업은 136개사로 매년 블록체인 업계에 진출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블록체인 산업에서 신규로 설립된 스타트업 수(막대 그래프)와 블록체인 스타트업 투자 유치수(꺾은선 그래프) 추이(2013~2017년,백서 캡처)
중국 블록체인 산업에서 신규로 설립된 스타트업 수(막대 그래프)와 블록체인 스타트업 투자 유치수(꺾은선 그래프) 추이(2013~2017년,백서 캡처)

블록체인 관련 기술 투자도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블록체인 기술 관련 투자액이 올해 이후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에만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투자유치 건수가 68건 보고됐다.

백서는 "블록체인에 대한 정책과 규제가 점진적으로 개선되면서 중국의 블록체인 기술이 국가 과학기술 전략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 블록체인 표준 시스템 구축 '정조준'        

블록체인 스타트업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블록체인 표준화 작업을 통해 해당 산업을 선점하려는 의지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지난 10일 중국 관영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내년을 목표로 블록체인 국가 기준 표준을 수립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 산하 '중국전자정보산업발전연구원(이하 CCID)'은 지난 11일 베이징에서 열린 회의석상에서 'Global Public Chain Assessment Index(국제 퍼블릭체인 평가지수)'를 발표했다. 이는 매월 1회 발표되며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평가한다.

가상화폐에 대한 엄격한 규제에 나선 중국의 이번 평가지수 발표는 관련 업계에서는 다소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독자 가상화폐 분석과 세계적인 퍼블릭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중국 정부의 확신을 보여주는 것이며 정부, 기업, 연구기관의 지침이 될 전망이다. 

해당 지수는 기술력, 응용 프로그램의 유용성, 프로젝트 혁신성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심사대상이 된 최초의 28종 가상화폐는 Bitcoin, Bitcoin Cash, BitShares, Ethereum, Ethereum Classic, IOTA, QTUM, Litecoin, Siacoin, Monero, NEM Ripple, Verge, NEO 등이다.

이들 가상화폐에는 네오(NEO), 퀀텀(QTUM), 시아코인(Siacoin) 등 중국 국적 개발자의 가상화폐가 대거 포진돼 있다. 민간 가상화폐들 사이에서 중국이 시장을 리드하겠다는 속내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 정부 지원 하에 중국 기업의 블록체인 도입 활발 

블록체인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크게 높아져 블록체인 기술 활용과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은 16일 중국 텐진에서 열린 세계 정보 컨퍼런스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확신을 내비쳤다. 그는 "빅데이터 시대인 지금 모든 데이터와 개인정보 보호, 보안 문제에 블록체인이 도입될 수 있다"고 예견했다.

오픈소스 공유사이트인 깃허브에 따르면 북경과 상해에서 개발 중인 블록체인 기술이 도시당 300개를 넘고 있으며 이는 미국에 이은 두번째 규모다.

최근 언론에 공개된 것만 살펴보아도 대형 물류기업 징둥이 위조 상품 유통 경로를 역추적에 블록체인을 활용중이며 세계 최대 공유자전거 업체 중국 오포(ofo)는 이달 블록체인 연구소를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오포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기업-정부-사용자의 연계와 더불어 공유자전거 수급 관리를 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오포의 블록체인 도입으로 해외 유저간 통화 변환 문제가 해결돼 결제를 단순화시킬 수 있다"며 해외시장 확장이 한층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T기업들도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알리바바는 식품안전 및 의료와 관련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바이두는 기업들이 저비용으로 블록체인 기반 비즈모델을 도입할 수 있는 독자 블록체인 오픈 플랫폼 'BaaS(Blockchain as a Service)'를 선보였다. 텐센트 역시 지난달 디지털 자산, 물류, 의료 서비스 등의 영역에도 블록체인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바이두, 샤오미, 텐센트, 치후, 넷이즈 등 많은 기업이 잇따라 블록체인 기반 게임을 선보이는 등 게임 산업으로의 도입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블록체인 지원책 마련에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별도로 놓고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가상화폐 논란과 후폭풍을 거치며 아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블록체인은 2025년경 글로벌 상용화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집중 육성책을 마련하는 한편 민간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해 기술 우위를 선점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