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세계는 지금] 크렘린 푸틴, 세계 블록체인시장 '짜르' 꿈꾼다
[4차산업혁명, 세계는 지금] 크렘린 푸틴, 세계 블록체인시장 '짜르' 꿈꾼다
  • 김언용 기자 (eonyong@gmail.com)
  • 승인 201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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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지구촌 블록체인 실용화의 다크호스로 급부상 중이다. 투명한 물류 시스템과 부동산 자산관리, 선거관리 등에 블록체인 기술을 이미 응용 중인 러시아는 서방국가보다 4차 산업의 미래에 먼저 눈을 떴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비트코인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blockchain)이 10대 기술이자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혁명적 기술로 선정했으나 러시아는 지난해 4차 산업혁명 계획 발표에 앞서 2015년 2035년 목표의 국가기술계획(National Technological Initiative, NTI)를 선보였다. 미래 지구촌 기술경쟁을 주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크레믈린에서 현재판 짜르를 꿈꾸는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작품이었다.

러시아의 '2035 NTI'는 20년 중장기의 러시아의 미래 먹거리가 4차 산업의 원천기술 확보에서 나온다는 데 역점을 둔 프로젝트로서 현재 로드맵에 따라 주도면밀하게 추진 중이다.

이 계획은 항공우주와 의료, 광학, 등에서 세계 최고의 원천 기술을 보유한 국가로서의 자존심에서 비롯됐다. 특히 러시아는 4차 산업이 블록체인에 의해 혁신을 거듭할 것으로 보았다. 실제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는 2022년 블록체인 기술로 인한 금융업 비용절감 규모가 200억달러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고 우리에게 다보스포럼으로 알려진 WEF(World Economic Forum)의 보고서는 2025년 전세계 GDP의 10%가 블록체인에 의해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러시아는 현재 서방국주도의 가상화폐 거래에 있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지만 자체 가상화폐 유통과 함께 전산업에 적용할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매우 우호적인 입장이다.

◆ 국가주도의 자체 가상화폐 ‘크립토루블’ 추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블록체인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푸틴 대통령은 이더리움(Ethereum)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을 크렘린 궁에 초대해 면담을 진행한 후 내각에 가상화폐를 통제할 기구 구성을 지시한다.     

이를 바탕으로 올 초에는 서방 제재를 피하기 위해 독자 가상화폐 제작에 착수했다고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가상화폐 제작은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으며 명칭은 ‘크립토루블(cryptorouble)’이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미국 대선 개입 혐의와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 시리아 공습 등으로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러시아 기업은 서방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없으며 미국이 러시아 추가제제를 예고함에 따라 새롭게 자금을 주고받을 수단이 필요해진 것이다. 설령 추후 제재가 해제된다 하더라도 가상화폐를 통한 금융거래 분산화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국가차원의 블록체인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 경제 보좌관 세르게이 글라제프는 이와 관련해 “국제 제재를 피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며 “크립토루블은 실제 화폐처럼 사용될 예정이지만 유통은 제한적이며 정부가 유통경로를 추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선거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 도입     

러시아는 작년 12월 지역 투표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한 후 선거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검토해왔다. 2016년 9월 치러진 총선에서 제기된 부정선거 의혹 등의 논란을 의식해 블록체인 기술로 투표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당시 러시아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은 투표를 한층 개방적으로 만들 것이다. 시민이 투표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면 정부가 투표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우려도 불식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후 러시아 여론조사센터(VTSIOM)는 3월에 치러진 2018년 대통령 선거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사용한다고 발표했고 세계최초로 공식선거에서 블록체인을 도입했다. 

VTSIOM의 발레리 표도르프(Valery Fyodorov) 소장은 “지금까지 DDoS 공격 등을 방지하기 위해 투표일에는 웹사이트를 폐쇄해야 했지만 블록체인 도입으로 사이버 공격에 대한 보호 수준이 향상됐다. 정보전송 시의 약점을 해결하고 데이터 무결성 및 불변성을 보장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는 2024년 차기 대통령 직접선거에도 블록체인을 도입할 계획이다. 엘라 팜필로바 러시아 중앙선관위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블록체인 투표 플랫폼을 대통령 선거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어떤 형태의 선거 조작도 불가능하다며 푸틴 대통령 4기 임기가 끝나는 2024년을 목표로 새로운 선거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언급했다. 

◆ 푸틴, 블록체인 분야 선도 필요성 시사      

올해 2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최대은행 사우버 은행(Sauber Bank)의 허만 그레프 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 정부를 비롯해 규제당국, 금융업계 등이 블록체인 기술을 긍정적으로 채택해야 국가의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석기 시대가 끝난 것은 새로운 기술이 출현했기 때문”이라며 “첨단 기술을 뒤늦게 채택한 나라는 해당 기술 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한 국가의 지배에 만족해야 한다. 이는 러시아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사우버 은행은 블록체인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은행 가운데 하나로 지난해 12월 러시아 연방반독점서비스(FAS)와 제휴해 문서전송 및 저장시스템에 블록체인 도입을 발표했다. 당시 FAS 부회장인 안드레이 샤리코프스키는 “이번 업무 협약으로 러시아는 정부 차원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첫 국가가 됐다. 미래 금융 및 정보통신 산업의 발전을 위한 혁신에 한발 다가섰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러시아는 다양한 영역의 블록체인 도입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블록체인 글로벌 프로젝트의 상당수가 러시아 출신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9일에는 사우버 은행 금융 컨소시엄인 사우버 그룹이 블록체인 기반 자산관리 플랫폼 '이코이노믹닷넷(eCoinomic.net)' 서비스를 국내에서 시작한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블록체인 기술 혁신에 대한 러시아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거래 즉시 내역이 만들어지고 공증 절차 없이 신뢰도 높은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블록체인은 금융과 사물인터넷(IoT), 제조·유통·행정서비스 등 사회 전반에 혁신적 변화를 이끌 전망이다. 인터넷 도입으로 산업이 격변했듯 블록체인은 산업 인프라의 변혁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IT 자문기관 가트너(Gartner Inc.)는 블록체인 실증사업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지만 기술 자체는 이미 플랫폼 안정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지금이야말로 미래를 바꿀 차세대 기술인 블록체인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푸틴의 열망처럼 러시아가 블록체인 기술을 선도해 세계 금융시장에서 혁명을 이뤄나갈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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