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A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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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 CATL(닝더스다이)이 최근 중국 내 경쟁사인 에스볼트(펑차오에너지)를 '불공정 경쟁' 혐의로 고소했다. 에스볼트가 핵심 인력과 기술을 훔쳤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쫓기는 CATL이 경쟁사 견제를 위해 칼을 빼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건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CATL 엔지니어 9명이 시간을 두고 에스볼트 관계사로 이직한다. 배터리 기술 개발과 영업을 담당하던 핵심 인력이었다. CATL은 이들이 '보안과 경쟁사 이직 제한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자유이지만, 일정 기간 경쟁사로 옮기지 않겠다는 약속을 깼다는 것이다. 

CATL은 이미 지난해 노동인사분쟁중재위원회를 통해 에스볼트로 옮긴 직원 일부로부터 100만위안(약 1억9000만원) 보상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닝더시 지방법원에 항소했지만, 1심과 2심 모두 CATL이 승소했다. 에스볼트와 CATL 법정 다툼의 쟁점은 고의성 여부가 될 전망이다. 에스볼트가 CATL의 기술을 빼돌리기 위해 조직적으로 핵심 인력의 이직을 유도했고, 실제로 CATL의 기술을 빼돌렸다는 점이 밝혀져야 한다.  

중국 배터리 업체 에스볼트가 개발한 니켈망간(NMX) 배터리. 비싸고 구하기 힘든 코발트를 쓰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사진=에스볼트
중국 배터리 업체 에스볼트가 개발한 니켈망간(NMX) 배터리. 비싸고 구하기 힘든 코발트를 쓰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사진=에스볼트

CATL과 에스볼트 다툼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전기차 배터리 분쟁을 떠올리게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19년 SK온(당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부문)의 노골적인 인력 빼가기로 기술이 탈취됐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연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제기했다. 

이후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2년여에 걸쳐 국내외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으며, 한국을 넘어 미국 정부도 주목하는 사건이 됐다. 결국, SK온이 2조원을 배상하는 것에 합의하면서 분쟁이 마무리되고, 소송도 중단됐다. 

CATL과 분쟁을 벌이는 에스볼트는 중국 배터리 업계의 후발주자다. 중국 창청자동차(그레이트월모터스) 배터리 사업부로 출발해 지난 2018년 독립했다. 이후 급성장하며 중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7개 연구개발센터와 8곳의 생산 거점을 만들고 있다. 세계 최초로 코발트를 쓰지 않은 니켈망간(NMX) 배터리를 상용화할 정도로 기술력도 갖췄다. 

지난해 에스볼트의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1%로 낮지만, 전년 대비 성장률은 430%를 넘어섰다. 에스볼트는 현재 중국과 독일 등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계속 짓고 있으며, 오는 2025년까지 CATL과 같은 600GWh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에스볼트의 현재 기업가치는 460억위안(약 8조7000억원), 지난달 중국 장수성 증권감독국에 상장예비심사청구를 신청했다. 올해 상반기 안에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중국판 나스닥)에 상장하는 것이 목표다. 

중국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CATL과 에스볼트의 격차는 아직 크지만, 에스볼트는 최근 창청자동차의 지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현재 배터리 산업의 기술 장벽은 높지 않으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기술투자와 비용통제, 규모확대로 격차를 벌려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유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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