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올리브영 상장 후 지주사 지분 확보나설듯
IB업계, 오너 구주매출 꺼려…尹, 쪼개기 상장 경계
올리브영, 판사·회계사 출신 사외이사 영입 대응

CJ그룹의 올해 역점 사업인 CJ올리브영의 연내 상장이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와 장녀인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가 CJ올리브영의 상장을 통해 승계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암초를 만난 모습이다.

CJ 올리브영
CJ 올리브영

 

22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최근 CJ그룹은 CJ올리브영의 상장 예비 심사 신청안의 최종 검토에 착수했다.

IB업계는 CJ올리브영이 3월 중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하고 올해 안으로 IPO(기업공개)를 완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증권 시장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IPO를 앞둔 기업들이 상장 시기를 조율하는 분위기다.

CJ올리브영에는 오너 일가의 지분이 상당히 크다. 이선호 경영리더가 11.04%, 이경후 경영리더가 4.21%씩 지분을 갖고 있다. IB업계에서는 오너일가의 구주매출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CJ그룹의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주매출이란 오너 등 기존 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지분을 일반인에게 공개적으로 파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CJ올리브영은 프리IPO를 통해 4142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당시 구주 매출로 이선호 리더가 가장 많은 1018억원의 현금을 확보했고 이경후 리더는 392억원을 쥐었다. 이들은 올리브영 구주를 팔고 CJ 우선주를 사들였다. CJ 우선주는 현재 의결권이 없지만 10년 후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전환돼 경영권 승계에 도움이 된다.

최근 CJ올리브영은 IPO를 앞두고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IPO 후 현금이 더욱 많아지고 지분 교환시에도 유리한 지분 확보가 가능해진다.

다만 최근 오너일가의 구주 매출 비중이 높은 공모주에 대해 IPO 시장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상황이다. 구주매출은 공모로 조달한 투자금이 회사로 유입되지 않고 오너일가 등 기존 주주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주 매출이 높은 현대엔지니어링도 지난 1월에 상장을 추진하려다가 철회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가 이른바 ‘쪼개기 상장’ 규제를 공약한 상황이다. 쪼개기 상장이란 이미 상장된 회사가 다른 사업부를 분할해 다시 상장하는 것을 뜻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분할 자회사 상장을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며 “신사업을 분할해 별도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을 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자회사의 공모주 청약 시에도 원래 모회사 주주에게 일정 비율을 공모가로 청약하는 방식을 택하겠다고도 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도 물적 분할한 자회사의 상장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렇듯 정치권은 기업이 핵심 사업부를 분할해 상장하는 경우 기존 주주의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며 쪼개기 상장을 제한하려는 분위기다. 일반 투자자들이 기업에서 성장이 예상되는 사업에 주가 상승 기대감으로 투자했는데 핵심 사업부를 분할해 상장하는 것은 모회사의 기업가치 훼손과 주가 하락이 나타난다.

‘중복상장’이라는 점에서도 모회사의 기존 주주의 이익을 훼손시킨다.

CJ올리브영은 최근 증시와 정부 정책이 상장에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재 영입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CJ올리브영은 최근 허성욱 서울대 로스쿨 교수와 장금주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를 지난달 말 사외이사·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허성욱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서울중앙지법 지식재산권 전담 재판부 등에서 근무했다. 지난 2014년에 공정거래위원회 규제개혁심의회 규제개혁심의회 자문위원을 지냈다. 장금주 교수는 회계사 출신으로 한국윤리경영학회 수석 부회장을 지냈다.

이들의 영입으로 상장 과정에서 법적·회계 논란을 돌파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CJ올리브영 측은 CJ올리브네트웍스에서 인적 분할해 만들어진 회사로 물적 분할 후 상장하는 것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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