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상장시키는 방식이 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다. 대규모 자금을 비교적 쉽게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모회사가 기업가치 훼손을 감당해야 한다. 최대주주를 뺀 기존 주주가 거세게 반발하고, 당국까지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쪼개기 상장'에 나선 기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업부를 분할해 자회사로 만든 뒤 증시에 재상장하는 방식을 가장 잘 활용한 기업은 SK그룹이다. 지난 2011년 SK㈜에서 분리된 SK바이오팜은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1조원 가까이를 끌어모았다. 반면, 바이오팜 분할 전 SK㈜ 주식을 보유하던 소액주주들은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SK그룹은 SK바이오팜 이후에도 '쪼개기 상장'을 계속한다. 2018년 SK케미칼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가 분리돼 올해 상장했다. SK이노베이션에서는 2019년 SK IET, 올해 SK온 등 굵직한 회사가 떨어져 나와 상장했거나 상장을 추진 중이다. 모두 물적분할 방식으로 진행돼 기존 소액주주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모회사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LG화학에서 나온 LG에너지솔루션, 한국조선해양 산하 현대중공업, CJ E&M에서 분리된 스튜디오드래곤 등도 모두 상장에 성공하며 성장에 필요한 동력을 얻었다. 하지만 기존 모회사 주주는 자회사 상장으로 오히려 손해를 봤다. 알짜 자회사가 상장하면서 연결 기준 실적에 중복 계상되는 만큼의 모회사 기업가치가 훼손돼서다.
급기야 일부 주주는 물적분할한 모회사 최대주주를 대상으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 15일 싱가포르 헤지펀드 메트리카파트너스는 SK케미칼에 주주서한을 보내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 일부를 매각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라"고 요구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쪼개기 상장으로 SK케미칼 주주가 피해를 보았으니 이를 보상하라는 주장이다.
메트리카파트너스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상장하지 않았다면, SK케미칼 주가는 93만6000원까지 올랐을 것"이라며 다른 소액주주와의 연대를 통한 집단 대응을 예고했다. 메트리카파트너스의 서한이 공개된 뒤 17일 증시에서는 SK케미칼 주가가 장중 한때 10% 이상 올랐다.
당국도 기업들의 무분별한 쪼개기 상장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하반기부터 물적분할 관련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도 조만간 토론회를 열고 모회사와 자회사의 동시 상장을 막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기로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유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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