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1

브랜드는 기업의 생명과도 같다. 같은 제품이라도 브랜드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어느새 브랜드가 아파트의 가치와 급을 판단하는 척도가 됐다. 교통, 교육, 개발 호재만큼 브랜드도 집값에 영향을 준다. 대장주 아파트가 어느 브랜드인지에 따라 그 지역 부동산 가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년 수십조원씩 기하급수적으로 급증, 총성 없는 전투가 치열한 전국의 재개발·재건축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는 핵심 경쟁력이자 고객 만족과 기업 생존의 원동력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여론조사기관인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대한민국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살고 싶은 아파트 브랜드'에 대해 조사했다. 입지 등 다른 조건을 뺀 순수한 브랜드 선호도를 알아본 결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래미안(16.5%)'이 전체 1위에 올랐다. 

2위는 GS건설의 자이(14.5%)로 래미안을 바짝 추격했다. 3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8.5%)로 나타났다. 이어 포스코건설 더샵(6.8%), DL이앤씨 이편한세상(6.7%), 대우건설 푸르지오(6.5%), 롯데건설 롯데캐슬(6.4%) 등 4개사의 브랜드가 서로 간발의 차로 4위 군을 형성 중이다. 이번 아파트 브랜드 조사에서는 상위 8개 브랜드의 후발 주자들이 8.9%를 차지한 데 이어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20.4%로 나타났다.


'래미안 vs 자이' 서울·수도권 1위 싸움


지역별로는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차이가 더욱 뚜렷했다. 

래미안은 서울과 충청권, 부산·울산·경남에서 수위를 차지했다. 자이는 인천·경기, 대구·경북에서 래미안보다 우위에 섰다. 힐스테이트는 호남권에서 1위에 올랐다.

서울에서 브랜드 가치는 유수 건설사의 생존을 좌우한다. 최상위층의 강남권 등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수주전이 치열한 이유다. 서울에서는 래미안의 선호도가 22.1%로 2위인 GS건설의 자이(16.3%)를 5.8%p 차로 앞섰다. 래미안은 지난 2020년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에 5년 만에 가세, 자이에 잠시 내주었던 선호도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힐스테이트(9.1%)가 이들 2개 브랜드를 오차범위 밖에서 추격 중이다. 전체 순위에서 7·8위에 머물렀던 롯데캐슬과 아이파크가 서울에서는 7.2%, 7.0%로 4·5위로 뛰어올랐다. 이어 더샵(4.5%), 이편한세상(5.3%) 등이 이들의 턱밑에  다가섰다.

윤석열 정부 1기 신도시 재건축 추진으로 유수 브랜드의 물밑 수주전이 한창인  경기도와 주거정비물량이 급중중인 인천 지역에서는 GS건설의 자이(15.5%)가 래미안(14.2%)을 1.3%p의 간발의 우위로 1위에 올랐다. 이어 힐스테이트(9.6%), 푸르지오(9.0%), 더샵(7.9%), e편한세상(7.9%) 등이 뒤를 이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은 지 35년이 넘은 아파트는 경기·인천이 22만 가구로 서울(34만 가구)보다 47% 적으나, 35년 이상을 포함한 30년 이상은 54만 가구 내외로 비슷하다. 이들을 합친 25년 이상은 경기·인천(116만 가구)이 서울(75만 가구)보다 54% 많다. '88 올림픽' 이후 분당과 일산 등 5곳 1기 신도시의 200만호 건설에 힘입었다.

전국 권역별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 가구수. - 박정은 편집부 기자
전국 권역별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 가구수. - 박정은 편집부 기자

부산·울산·경남은 30년 이상의 아파트가 40만 가구로 수도권 다음으로 주거정비사업 일감이 많은 곳이다. 래미안은 부·울·경에서 18.0%의 브랜드 선호도로 자이(14.1%)를 3.9%p 차로 앞섰다. 롯데캐슬은 7.4%로 힐스테이트(7.3%)를 초박빙의 차로 앞서며 3위를 차지, 주목을 끌었다. 롯데그룹 지역 연고권의 후광효과로 풀이된다.

대구·경북 지역은 GS건설의 자이가 18.3%로 삼성물산의 래미안(11.7%)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며 수위를 지켰다. 롯데건설의 롯데캐슬은 7.9%로 부·울·경에 이어 3위를 지켰다. 대구·경북은 지은 지 30년 넘은 아파트가 23만 가구에 불과, 전국에서 점유율이 10%에 그친다. 호남권(30만 가구)보다도 적은 편이다. 

대구·경북은 대구 3인방인 청구와 우방 건영이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인 90년 전후 지역 곳곳에 아파트 건립에 나섰으나, 당시 아파트 문화에 거부감이 많은 지역 정서에 막혀  지역 내 건립 아파트 가구수는 PK와 호남권보다 적은 편이었다. 현재 대구·경북은 주거정비사업의 공급과잉에다 고분양가의 후유증으로 미분양의 늪에 빠진 상태다.지난해 말 아파트 한 채당 분양가가 평균 4억원으로 불과 3년 만에 1억원이  급등,  대구의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6.73으로 수도권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편이다.

광주·전라에서는 힐스테이트(12.1%), 래미안(11.6%), 더샵(11.4%)이 선두권을 형성했다. 이어 자이(8.3%)가 오차범위 내에서 추격 중이고 e편한세상(5.3%)이 5위를 달리고 있다.


래미안, 40대 이상 중장년...자이, 20~30대 청년 선호


아파트 브랜드 가치는 구매력을 좌우한다. 연령대별 브랜드 선호도가 건설업계의 초미 관심사인  이유다. 스트레이트뉴스의 조사 결과, 래미안이 구매력이 강한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서 선호도 1위로 자리매김하고 이어 자이가 추격하는 형국이다. 반면 미래의 잠재 고객인 20~30대는 자이를 래미안보다 선호, 대조를 보였다.

흥미를 끄는 대목은 60대 이상의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다. 래미안은 이들 노년층으로부터 15.0%를 얻어 2위인 자이(9.0%)를 6%p 앞섰다. 이어 힐스테이트(8.8%), 롯데캐슬(6.3%)이 자이를 추격 중이다. 강남권 등 노후 재개발·재건축 실소유자의 상당수는 이들 연령대다. 이들 어르신에게 대한 브랜드 가치 제고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줌마의 마음을 훔쳐라." 아파트 분양과 마찬가지로 도시주거정비사업의 수주전에서 여성이 실질적으로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데 이의를 다는 건설인은 없다. 스트레이트뉴스의 이번 성별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 여성과 남성 모두 래미안을 1위로 꼽았으나, 래미안은 여성에서 16.3%로 자이(13.8%)에 비해 2.5%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이어 힐스테이트와 더샵, e편한세상, 푸르지오가 7% 전후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남성은 래미안과 자이가 16.6%, 15.1%로 박빙의 차로 1·2위를 달리고 이어 힐스테이트가 9.3%로 오차범위 밖에서 뒤를 이었다.

정치 성향도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래미안(19.6%)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자이(16.9%)가 각각 1위에 올랐다. 노동자·서민이 많은 정의당 지지층은 이편한세상(18.5%), 힐스테이트(16.6%), 더샵(10.8%) 순으로 답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정평가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래미안(19.4%)을 '잘 못한다'고 여기는 사람은 자이(16.2%)를 가장 많이 선택해 정치 성향과 비슷한 결과를 나타냈다. 

이번 조사는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ARS 여론조사(성·연령·지역별 비례할당 무작위추출)를 실시한 결과다. 표본수는 1001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스트레이트뉴스 유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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