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기업들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등으로 성장세가 줄어들자 화이트바이오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사진은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 부문의 핵심 생산시설인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바이오 공장. CJ제일제당 제공
국내 유통기업들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등으로 성장세가 줄어들자 화이트바이오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사진은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 부문의 핵심 생산시설인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바이오 공장. CJ제일제당 제공

국내 유통기업들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등으로 성장세가 줄어들자 타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성장세가 높은 화이트바이오에 주목해 성과를 내고 있다.

화이트바이오란 옥수수와 콩 등 재생 가능한 식물자원을 원료로 화학제품이나 바이오 연료 등을 뜻한다. 이미 유통기업 중에서도 식품과 소재 사업에서 화이트바이오와 관련된 연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화이트바이오 진출에 대한 진입장벽도 낮다는 평가다.

현재 화이트바이오 사업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국내 식품·소재업체로 CJ제일제당, 대상, BGF, 삼양홀딩스 등이 꼽힌다.

CJ제일제당은 해양 생분해 소재 PHA(천연 폴리에스터 고분자의 일종) 등을 중심으로 화이트바이오 소재 사업을 벌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식품첨가물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PHA는 생산의 전 과정이 미생물 대사회로에 의해 이뤄져 완전 분해가 이뤄지고 내구성이 비교적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CJ제일제당은 화이트바이오사업을 전담하는 독립조직(CIC)을 구성하고 지난 2021년 3월 이승진 전 롯데비피화학 대표이사를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했다. 이를 기반으로 CJ제일제당의 화이트바이오 사업부문은 지난해 5월부터 해양생분해플라스틱 생산에 들어갔다. 연료·플라스틱 등 화학 제품의 대체제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PHA 시장은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CJ제일제당의 기술력은 수위권에 위치했다는 점도 장점이다.

CJ제일제당은 화이트바이오 부문에서 오는 2025년까지 6만5000톤의 생산능력 확대를 목표로 세웠다. 물성·생분해도 우수성을 기반으로 고객별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며 판매율을 늘려나간다는 구상이다.

대상은 바이오 소재 개발에 이어 의약품 제조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에 나서고 있다. 먼저 석유계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신소재 ‘카다베린’을 개발하며 화이트 바이오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카다베린은 주로 나일론이나 폴리우레탄을 생산하기 위해 기초 원료로 쓰이는 바이오매스 기반의 친환경 소재다. 아미노산의 일종인 라이신을 원료로 사용해 생산 공정상 기존 석유계 소재인 헥사메틸렌디아민에 비해 탄소배출량이 적다는 평가다.

아울러 기존 소재 사업에서 보유한 발효 제조 기술력을 통해 라이신을 원료로 한 카다베린을 직접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라이신을 대상의 군산 바이오 공장에서 자체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카다베린의 단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카다베린 샘플 테스트 과정을 거치면서 화학섬유 기업 등 국내외 수요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또 옥수수 전분을 이용한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인 ‘열가소성 전분(TPS)’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전분 제품 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수 연구기관 및 수요처와 기술 협력을 통해 열가소성 전분의 고품질화 및 고강도화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바이오플라스틱 원료의 국산화와 소재 다양화에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산하의 현대바이오랜드는 바이오 소재 지혈제, 피부 줄기세포를 이용한 바이오 제품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회사는 화장품 및 건강식품 원료·건강 기능성 식품 원료·원료의약품 등이 주요 분야이지만 최근에는 발목관절치료제인 '카티스템'을 앞세워 줄기세포치료제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리온은 지난해부터 바이오 사업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화이트바이오 분야에서 눈에 띄는 점은 없다. 다만 중국 시장 내에서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망을 활용해 바이오 사업을 안착시킨다는 계획으로 움직이고 있다. 진단키트 사업 외에도 백신 및 치주질환 치료제, 피하주사(SC) 등에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다양한 바이오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국내 우수 바이오기업 발굴에도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화이트바이오로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

삼양홀딩스는 그룹의 근간인 식품기술과 화학기술의 융합이 잘 이뤄지는 화이트 바이오 소재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스페셜티' 소재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회사는 플라스틱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고순도 이소소르비드(ISB)를 상용화했다. 이소소르비드는 옥수수로 만들어지는 100% 천연 바이오 물질이다. 기존 석유 유래 소재를 대체해 플라스틱, 도료 등의 생산에 쓰인다.

ISB로 만든 플라스틱은 내구성과 투과성이 우수하다. 전기차 배터리 등에 사용하는 열관리 소재는 배터리 모듈과 냉각 패널 사이에 도포돼 배터리 온도를 관리한다. 전기차 배터리 성능 향상과 안전을 위한 소재로 주목받는다. ISB 생산을 높이고자 삼양홀딩스는 화학 사업 계열사인 삼양이노켐을 통해 지난해 전북 군산 자유무역지역에 ISB 상업화 공장을 준공했다.

편의점 CU의 운영사인 BGF는 친환경 신소재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친환경 신소재 부문은 홍석조 BGF 회장의 차남인 홍정혁 사장이 맡았다. 그룹 지주사인 BGF는 지난해 8월 BGF에코바이오를 코프라(KOPLA)의 자회사로 편입했다. 홍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코프라는 산업용 고기능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제조업체다.

코프라는 친환경 포장재 전문 회사인 BGF에코바이오를 합병하며 BGF에코머티리얼즈로 사명을 바꿨다. BGF에코머티리얼즈는 기존 전기차용 고기능성 플라스틱 외에 전기·전자 등으로 사업반경을 넓히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반도체 특수가스 업체 'KNW' 인수를 마무리했다. 이를 통해 기존 플라스틱 사업 영역의 신소재·재활용소재·바이오소재와 함께 기능성 소재와 자회사 플루오린코리아의 특수가스 소재 경쟁력을 확보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유통과 바이오 업계는 식품과 소재에서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며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깊기는 하지만 전문기술과 자금력, 개발기간이 장기간 투자된다는 점에서 막대한 적자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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