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기침체 심화 예고에 전사적 위기감 최고조
SK하이닉스·SK온 등 주요 계열사 '회복' 시급 과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서 한일 경제협력체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서 한일 경제협력체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SK그룹 제공

 

SK그룹이 새해를 맞아 최태원 회장의 '서든데스'(Sudden Death, 급사) 경고 속 돌파구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석유화학 등 업종 한파로 주요 계열사인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이 부진을 겪은 가운데 올해 경기 침체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 회장은 올해 첫 현장경영 행선지로 SK하이닉스 본사인 이천캠퍼스를 방문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 등 주요 경영진들과 함께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AI(인공지능) 메모리 분야 성장동력과 올해 경영방향을 점검했다. 반도체 사업 회복이 그룹의 최우선 과제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SK그룹은 반도체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2022년 하반기부터 조짐을 보인 메모리반도체 한파에 따라 누적 적자가 수조원 단위가 되면서 위기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본래 SK하이닉스가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였으나 적자가 심각해지면서 자금난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SK CEO(최고경영자) 회의’에서 ‘서든데스’를 언급하며 신중한 투자를 당부하기도 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행인 점은 올해 반도체 업황 회복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인 ‘DDR4 8Gb’의 지난해 12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65달러로, 앞선 9월(1.3달러) 대비 26.9% 가량 올랐다. 감산 효과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가격의 반등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HBM을 중심으로 메모리반도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게 SK하이닉스의 계획이다.

올해 SK하이닉스는 ‘AI 인프라’ 조직을 신설해 AI용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미래 AI 인프라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목표다. AI 인프라 조직 산하에는 부문별로 흩어져 있던 HBM 관련 역량과 기능을 결집한 ‘HBM 비즈니스’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번에 SK하이닉스를 방문한 최 회장은 “역사적으로 없었던 최근 시장 상황을 교훈 삼아 골이 깊어지고 주기는 짧아진 사이클의 속도 변화에 맞춰 경영계획을 짜고 비즈니스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R&D센터에서 경영진에게 HBM 웨이퍼와 패키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R&D센터에서 경영진에게 HBM 웨이퍼와 패키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국제유가 상승으로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SK이노베이션도 체질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과 전쟁 등의 여파로 국제유가가 불안정한 가운데 기존 석유기반 사업에서 탈피해 ‘그린 에너지&소재 기업’으로의 변신을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 등을 구축해 SK이노베이션의 사업 자회사들의 수익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SK에너지는 사내독립기업(CIC) 체제를 통합하고 전략 본부를 신설했고, SK지오센트릭과 SK엔무브는 사업화 단계에 돌입한 울산 종합 재활용 클러스터(ARC) 등의 본격적인 성과 창출을 위해 전담 체계 강화에 나섰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지역·고객별 마케팅 전략 고도화를 위해 마케팅 본부를 새로 만들었다.

특히 이차전지 자회사 SK온의 흑자전환이 우선적인 과제로 부상하면서, SK온 사업 역량 키우기에 집중한다.

본래 최 회장은 배터리·바이오·반도체(BBC) 사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정하고 2026년까지 247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반도체를 담당하는 SK하이닉스가 고전을 겪는데 이어 SK온 역시 흑자전환 시기가 늦어지고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5632억원에 달하면서 그룹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SK온은 올해 제조 및 R&D(연구개발)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확대에 방점을 두고 조직을 개편했다. 아울러 제조업 전문가인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을 신임 대표로 전격 선임해 배터리 사업 역량 증대에 나섰다. 

또 올해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나오는 만큼 중저가형 배터리 적기 납품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현재 LFP(리튬인산철), 코발트프리 등 중저가형 배터리 개발은 이미 마쳐 고객과 공급 논의를 진행하는 중으로 알려졌다. 향후 계획 등을 확정하고 양산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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