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전장·배터리 '3박자' 지속성장 관건
AI·바이오·클린테크 신사업 확장 본격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 테크컨퍼런스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는 모습. LG그룹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 테크컨퍼런스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는 모습. LG그룹 제공

 

LG그룹이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배터리와 전장(자동차 전자장치) 등의 사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가운데 올해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사업을 펼치며 성장세를 이어가려는 움직임이다.

4대그룹 중 가장 먼저 신년사를 전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차별적 고객가치'를 거듭 강조하며 경영 혁신에 나섰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점진적 세대교체를 진행했으며 R&D(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통한 'ABC(AI·바이오·클린테크) 전략'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구광모 회장이 지난해 말 상속세 부담을 완전히 털어내고 조직 개편을 통한 세대교체를 진행한 데 따라 특유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LG그룹은 '선택과 집중'으로 경제 침체를 극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경기 침체로 TV와 디스플레이 부문 사업이 부진했지만 배터리와 전장 사업에 집중하면서 그룹의 전반적인 위기를 돌파한 것이다. 화학 분야에서도 석유·화학기반 사업은 과감히 버리고 체질 개선을 통해 이차전지 소재, 바이오 등에 중점을 뒀다.

올해는 가전과 전장, 배터리 등 기존 사업을 유지하면서 AI(인공지능)와 바이오, 클린테크를 새 먹거리로 낙점해 대내외 위기를 극복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LG그룹은 2026년까지 AI 3조6000억원, 바이오 1조5000억원, 클린테크 1조8000억원 등 7조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먼저 LG전자는 기존 가전 사업에 AI 기술을 접목하고 SDV(소프트웨어중심 차량)을 기반으로 전장사업을 확대하면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가 출범 10년 만인 지난해 연매출 1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기대가 높다.

올해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전기차 수요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향후 미래 친환경 시대가 본격화할 것을 고려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기반의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가운데, LG는 부품 기술력 확보를 늦추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캐나다 전장 부품 업체 마그나 일렉트로닉스와 협업해 IVI(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통합한 단독 플랫폼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플랫폼은 LG전자의 IVI 기술과 마그나의 ADAS 기술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관련 솔루션도 함께 단일 칩셋 모듈(SoC)에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LG전자는 이 플랫폼이 SDV에 필요한 차세대 전장 기술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가전 분야에서는 AI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홈' 기술 강화에 집중한다. 가전 시장 침체기 속에서도 AI 가전 제품군을 확대해 이용자의 생활에 편리함을 주는 것으로 관심을 집중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한 올해 LG전자의 핵심 전략과제는 생성형 AI 기반의 '앰비언트 컴퓨팅' 플랫폼 구축이다. 앰비언트 컴퓨팅이란 이용자의 생활패턴을 빅데이터로 쌓아둔 AI가 인간의 직접적인 명령이나 개입 없이도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분석하고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LG전자가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가 협업해 개발한 플랫폼이 차량에 탑재돼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운전자 보조 등의 기능을 통합 관리하는 모습의 개념도. LG전자 제공
LG전자가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가 협업해 개발한 플랫폼이 차량에 탑재돼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운전자 보조 등의 기능을 통합 관리하는 모습의 개념도. LG전자 제공

 

아울러 'CES 2024'에서는 다양한 AI 가전을 선보이는 가운데 최초로 온디바이스 AI를 장착한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공개한다. LG전자의 로봇과 AI 관련 역량이 결집한 것으로, 음성·음향·이미지 인식 등을 접목한 센서와 첨단 AI 프로세스를 토대로 사용자의 상황과 상태를 인지 및 능동적인 소통이 가능한 '반려 가전'이다. 가령 이용자가 외출에서 돌아오면 반려동물처럼 현관 앞으로 마중 나와 반갑게 반겨주거나 이용자의 목소리나 표정으로 감정을 파악해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추천 및 재생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전자 계열사들도 수요 부진을 딛고 과감한 사업 재편에 나선다. TV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태블릿PC·차량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결할 계획이다.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조3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애플이 아이폰에 이어 태블릿 PC인 아이패드 프로에도 OLED 패널을 채택하기로 하면서 올해 LG디스플레이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올해 반도체 기판(FC-BGA)을 비롯한 전장 사업에 힘을 쏟는다. 그간 카메라 모듈이 사업의 중심축이었지만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하면서 FC-BGA가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FC-BGA는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메인 기판과 연결하는 것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의 전장용으로 주로 사용된다.

중국 업체를 제외하고 세계 시장 1위인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시장 우위를 지키면서 배터리 고객사를 확대하고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상 FEOC(해외우려기관) 규정에 맞춰 원료·소재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는 과제를 해결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기차 수요 둔화 속 가격 경쟁에 따라 저가형 배터리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저렴한 전기차 생산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양산 목표를 오는 2026년으로 잡고 연구개발에 역량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국제 유가 불안과 석유화학사업 불황에 따라 올해부터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 중심으로 체질을 전환하기 위해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또 바이오사업을 이끄는 LG화학 생명과학본부를 중심으로 매출 성장세를 지속한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신약 기술 수출 등을 성공하며 지난해 사상 최초로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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