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여파 유통·화학 부문 사업 고전 심화
기존 사업 더해 '바이오' 강화로 위기극복 집중

지난해 12월 5일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서 열린 롯데쇼핑 자동화물류센터(CFC) 착공식에 직접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5일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서 열린 롯데쇼핑 자동화물류센터(CFC) 착공식에 직접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롯데그룹은 최근 몇년간 유통에서 화학으로 그룹의 핵심사업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며 유통과 화학 모두 고전하면서 큰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그룹 안팎에서는 올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바이오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새 성장동력을 찾아나설 전망이다. 신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롯데그룹이 한 단게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미래 사업 핵심 역량 확보를 강조했다.

본래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은 유통과 화학이었다. 2022년 기준 롯데그룹 전체 매출액은 84조8000억원인데, 이 중 유통과 화학이 각각 21조6606억원과 28조659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비중으로 따지면 유통이 25.5%, 화학이 33.8%로, 합산 시 과반을 넘는다.

다만 유통사업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장기간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그룹 유통 사업 주요 담당인 롯데쇼핑이 2021년 그룹 화학군 맏형인 롯데케미칼에게 처음으로 연간 매출 1위 자리를 내줬고, 이후 두 계열사간 격차는 점점 확대돼 왔다.

화학사업이 성과를 보이자 롯데그룹에서도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화학사업을 키우기 위해 집중해왔다. 특히 신 회장은 '뉴롯데'를 강력히 요구하면서 그룹의 체질 개선에 착수해 '화학 육성'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새했다. 

그러나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당초 예상만큼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발 공급 과잉이 일어나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그룹의 실적을 뒷받침해주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롯데케미칼의 영업손실은 752억원으로, 전년(2022년·4541억원) 대비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적자인 상황이다.

이에 올해 롯데케미칼은 매출의 약 60%를 차지했던 기초소재 사업 의존도를 줄이고 이차전지와 수소, 친환경 에너지 등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2030년까지 매출의 60%를 고부가품목과 친환경 부문으로 구성하고 매출 5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지난해 3월 대규모 자금을 들여 인수한 배터리 소재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고전을 보이면서 당장 투자 여력이 부족해 화학분야 신사업 투자 계획을 조정하는 중이다. 울산공장 내 PET(페트) 해중합 시설의 투자기간이 올해 6월까지 였지만 2027년 12월로 3년 넘게 늦춘 게 대표적이다.

롯데그룹은 유통 부문에서도 변화를 꾀하며 적극적인 글로벌 진출을 시도할 방침이다. 롯데웰푸드는 글로벌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선진 시장을 함께 공략하는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는 2022년 12% 수준이었던 해외사업 비중을 지난해 21%로 끌어올린데 이어 올해는 38%까지 확대하겠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또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미얀마를 베트남에 이은 제2의 진출 핵심 국가로 육성하고, 이른바 '선진 외식 시장'이라 불리는 미국 진출을 모색한다. 롯데마트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64개 점포를 운영 중인 것에 더해 도매 점포를 오픈하는 등 해외사업을 강화한다. 

각 계열사별로 AI(인공지능) 시대도 준비한다. 롯데쇼핑은 인공지능 기업 업스테이지와 생성형 AI 상호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신규 서비스 및 유통 특화 생성형 AI를 개발 중에 있다. AI를 활용한 수요예측 기반 자동발주 시스템도 개발해 유통 프로세스 전반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롯데면세점은 AI 빅데이터 기반 마케팅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롯데정보통신은 고객센터 전문 AI 상담서비스를 선보인다. 계열사별로 각 사업에 맞는 신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향후 그룹 차원의 AI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융합하고 발전시키는 '컨트롤 타워' 구축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 바이오 플랜트 조감도. 롯데바이오로직스 제공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 바이오 플랜트 조감도. 롯데바이오로직스 제공

 

특히 그룹의 새로운 집중사업으로는 '바이오'를 낙점했다. '유통→화학→바이오'로 중심추가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을 이끌었던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고 롯데지주 미래성장실로 자리를 옮기는 동시에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직하게 됐다. 신 전무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으로서 신사업 관리와 제2의 성장 엔진 발굴에 나서는 한편 바이오·헬스케어 등 신사업 추진에 나선다.

바이오 사업의 중심추인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36L 규모의 바이오 메가플랜트를 착공할 예정이다. 메가플랜트는 총 3개의 플랜트로 구성되고 각각 12만L 규모의 항체 의약품 생산이 가능하게 된다. 연내 착공에 들어갈 1공장은 2025년 말 준공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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