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양극화, ‘선별 청약’ 확대될 듯
지방 미분양・악성 미분양 80% 육박
올해 경매 매물 “역대급 수준” 관측
구조적 문제, 양극화 해소 쉽지 않아
2024년 부동산시장은 2~3년 전부터 시작된 침체의 연속이었다. 올해 역시 암울한 전망으로 가득하다. 스트레이트뉴스는 건설업 불황과 수익성 악화, 국내외 불확실성,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발 위기, 공급(착공・분양・입주) 물량 부족, 서울・수도권 vs 지방 부동산시장 양극화, (악성)미분양 및 경공매 매물 증가 등 올해 부동산시장에 도사린 각종 리스크를 살펴보고 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해 보는 특집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목 차>
① 건설업 불황에 수익성 악화, ‘시공-조합 갈등 격화’
② 출구 없는 터널 속으로...환율・금리・대출 규제・정치 공백
③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발 위기, ‘경공매 플랫폼’으로 해결?
2024년 부동산시장은 양극화 현상과 (악성)미분양 및 경매 매물 증가로 몸살을 앓았다. 올해 전망 역시 밝지 않다. 수요자들의 선별 청약 분위기 강화와 (악성)미분양 해소 어려움에 더해 역대급 경매 매물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어서다.
아파트의 경우, 서울과 3기 신도시가 예정된 수도권 등지의 청약 열기는 지속되겠지만, 지방과 비인기 지역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저조한 청약 성적이 예상됨에 따라 부동산시장 양극화가 심화할 전망이다.
‘선별 청약’으로 시장 양극화 골 깊어질 듯
“부동산시장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 방안과 민간 건설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 주택법 통합심의 의무화 후속 조치 이행, 기부채납 완화와 같은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정원주 주택건설협회장(대우건설 회장)-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 부동산시장 양극화’ 현상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 고금리・고환율, 윤석열 대통령 탄핵・기소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한 ‘선별 청약’ 분위기가 지속될 전망이라서다.
일반분양 1순위 마감 비율 추이를 보면 선별 청약 기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금리가 급격히 인상된 2022년 일반분양 1순위 마감 비율은 50.6%였고, 부동산시장 위축이 본격화된 2023년에는 58.3% 수준이었지만, 2024년에는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분양평가회사 리얼하우스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의 민간 분양 아파트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특별공급을 제외하고 일반분양된 11만5102가구 중 1순위 마감에 성공한 비율은 45.5%(5만2403가구)에 불과했다.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저조한 기록이다.
특히 서울은 96.2%를 기록해 가까스로 흥행을 이어갔지만, 지방은 전 지역이 1순위 50% 이하인 가운데, 인천(49.5%)과 광주(42.1%)만 40%대를 넘겼을 뿐, 전남 39.4%, 경기 38.5%, 강원 32.9%, 부산 32.8%, 울산 25.3%, 대구 25.2%, 경남 24.9%, 등 대부분의 지역이 20~30%대로 쪼그라들어 서울-지방 간에 큰 차이를 보였다.
서울과 지방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 상승 비율에도 차이가 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의 ㎡당 분양가는 2023년 대비 38% 늘어난 1428만원이었지만, 지방의 ㎡당 분양가는 2023년 442만8000원 대비 2% 상승한 451만7000원이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부동산시장 양극화가 심화된 이유로 ▲전반적인 경기 침체,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대출 규제, ▲그에 따른 수요자들의 청약심리 위축 등을 꼽는다. 올해도 청약심리에 훈풍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당장 급등한 공사비와 탄핵・기소 정국에 따른 불확실성이 앞을 막아서고 있고,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까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분양 물량 중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양극화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부동산R114에 의하면, 올해 전국 158개 아파트 사업장에서 14만6130가구(수도권 8만5840가구, 지방 6만290가구)가 분양될 예정인데, 24.8%인 3만6231가구가 올해로 이월된 물량이며, 이월 물량 중 44%가 지방 물량이라서 지역별 청약 경쟁률 양극화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
서울의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3기 신도시나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를 비롯한 인기 지역에서만 이른바 ‘똘똘한 한 채’ 또는 ‘확실한 시세 차익’을 노리는 선별 청약 분위기가 더 강해져서 청약 성적이 2024년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 연말, 건설업계는 지방 부동산시장 수요 진작을 위해 정부에 ▲2단계 스트레스 DSR의 지방 적용 단계적 완화, ▲은행의 가계대출 관리 시 지방대출 예외 적용, ▲다주택자 지방 부동산 매수 촉진을 위한 세제 완화 등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 DSR은 3단계로 향하고 있고, 은행권이 지방대출을 예외로 할 계획은 없어 보인다. 다주택자 세제 완화가 추진 중이지만, 이미 깊어진 양극화의 골을 해소하기에는 중과부적이라는 평가다.
지방 미분양・악성 미분양..."전체 80% 육박”
미분양 현황에서도 현재 진행 중인 부동산시장 양극화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드러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6만6776가구 중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이 무려 79.1%인 5만2828가구로 나타났다.
미분양 주택 중에서도 투자금 미회수로 시공사들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끼쳐 부도 또는 폐업의 원인이 되는 ‘준공 후 미분양’, 즉 악성 미분양 비율은 더 심각하다.
급격한 금리인상이 시작된 2022년 6226가구에서 2023년 8690가구로 늘어난 악성 미분양 주택수는 2024년 10월 1만4464가구에 이어 11월 1만8644가구까지 치솟았다. 이중 지방 물량이 1만4802가구로 전체의 79.4%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원주 회장은 지난해 연말 정부에 ▲대출총량제 폐지, ▲미분양 주택 취득자 세금 감면, ▲지방 주택업체에 대한 자금조달 지원 대책 등을 요청한 바 있다.
정부 역시 지난달 13일 ‘2025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건설・부동산 경기 진작과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지방 미분양 주택 구매 기업의 기업구조조정 CR리츠 혜택 강화’, ‘모기지 보증 한도 감정가 60%에서 70%로 확대’와 함께 ‘1가구 1주택 특례’, ‘일반관리비 상한 요율 1~2% 상향 조정’, ‘공공 공사비 최대 6.5% 인상’, ‘부동산 PF 보증 40조원까지 확대 및 의무보증 수수료 할인’ 등의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크지 않아 실제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거래 급감, '경매 매물 증가'로 이어져
미분양 증가와 함께 거래 급감에 이은 경매 매물 증가 문제도 올해 내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경매 물량이 역대급 수준일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게재된 ‘임의경매(토지・건물・집합건물) 신청 현황’에 의하면, 금리가 낮았던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6만6248건, 6만5586건이었지만, 고금리 시기인 2023년 10만5614건을 기록한 후, 2024년에는 13만9869건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신청 건수는 2013년(14만8701건)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다.
아파트의 경우, 전체적으로 매달 조금씩 늘어나는 모양새다. 경공매업체 지지옥션은 ‘2024년 12월 경매동향 보고서’에서 “지난 12월 전국적으로 3510건의 경매가 진행됐는데, 이는 2020년 11월의 3593건 이후 최대치”라고 밝혔다.
경매 매물이 이처럼 급증한 이유로는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2022년 이후 우리나라 대출금리 역시 치솟기 시작한 점, 지난해 9월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시행된 점을 꼽을 수 있다.
스트레스 DSR 대출 규제가 필요한 이유는 GDP(국내총생산) 규모를 훌쩍 넘어선 가계대출(2024년 말 기준, 정책대출 포함 은행 가계대출 잔액 1141조원)을 규제하기 위해서다. 이로 인해 주택 매수심리가 떨어지면서 가뜩이나 침체돼 있던 부동산시장에 거래 급감에 따른 경매 매물 증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명지대 대학원 실물투자분석학과 한문도 교수는 “부동산시장 양극화와 미분양은 구조적인 측면에서 금세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작년 7, 8월에 아파트 거래량이 반짝 회복됐지만, 9월에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자마자 급전직하했다”며 “그런데 올해 7월에는 3단계 스트레스 DSR까지 예정돼 있다. 고금리 시기가 길어진다면 주택 수요자들이 매매에 나서지 않고 지켜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경매 매물 증가 현상이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부동산시장 양극화와 (악성)미분양, 경매 매물 증가 문제가 구조적인 문제이고, 가계부채가 부동산시장 침체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설명으로 읽힌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공사비 현실화, 금리인하, 주담대를 비롯한 가계대출 잔액 감소에 따른 대출 규제 완화, 대내외 불확실성 특히 윤 대통령 탄핵・기소 정국 해소에 의한 청약심리 제고 등이 부동산시장 회복의 ‘구조적’ 관건인 셈이다.
[스트레이트뉴스 김태현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