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투자증권, 1300억원 규모 운용 손실..중징계 가능성 높아
키움증권, 하나증권 등 6호 초대형IB 경쟁 후끈

             메리츠증권 사옥 전경. 메리츠증권 제공.
             메리츠증권 사옥 전경. 메리츠증권 제공.

여섯 번째 초대형 IB 자리를 두고 증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메리츠증권이 내부통제 이슈를 해결하고 초대형 IB로 지정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반면 신한투자증권은 금융사고와 금융당국의 징계로 인해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신청에서 거리가 멀어졌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초대형 IB 인가 신청을 앞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형 IB 증권사로 지정되기 위해선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재무건전성 확보 대주주 적격성 내부 통제 시스템 마련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재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5개사가 초대형 IB로 지정됐다. 이들 중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4개사가 발행어음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초대형 IB로 지정되면 자기자본의 2배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어 다양한 투자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초대형 IB 지정 증권사는 2017년 이후 추가 지정이 없다.

증권업계에선 메리츠증권의 초대형 IB 지정 요건 가능성을 주목한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으로 전년 대비 19.7% 증가한 1조548억원을 기록했다. 회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18.0% 증가한 6960억원을, 자기자본 총계는 13.2% 늘어난 6조904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초대형 IB 지정 기준인 4조원을 크게 상회하는 모습이다.

메리츠증권은 IB 부문과 자산관리(WM) 부문의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최근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를 IB 담당 상임고문으로 영입해 부동산에 집중된 IB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배우 유인나를 전속모델로 발탁해 주식 거래 수수료 완전 무료화 캠페인을 진행하며 WM 부문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정영채 메리츠증권 상임고문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NH투자증권 대표를 역임한 IB 전문가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메리츠증권은 정 전 사장을 영입함으로써 기존 부동산 금융 및 구조화금융에 치중된 포트폴리오를 전통 기업금융으로 확대하고 IB 부문의 수익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또한 메리츠증권은 리테일 부문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지난해 말에는 배우 유인나를 전속모델로 발탁해 ‘제로(ZERO)로 갈아타영’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캠페인은 국내·미국 주식 거래수수료와 달러 환전 수수료를 2026년 말까지 완전 무료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유관기관 수수료까지 회사가 부담하는 것으로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외 주식 거래 수수료 무료화로 투자자 예수금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이로 인한 손익 개선 효과는 신규 고객들이 신용 공여를 이용할 때까지는 나타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의 IB 부문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WM 부문의 경쟁력 강화는 증권업계에서의 입지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자기자본 등 초대형 IB 지정을 위한 여러 요건을 검토 중이지만, 세부적인 계획은 미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투자증권 신사옥 여의도 TP타워 전경. 신한투자증권 제공.
                                  신한투자증권 신사옥 여의도 TP타워 전경. 신한투자증권 제공.

반면 신한투자증권이 초대형 IB 인가 신청을 계획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1300억원 규모의 운용 손실로 인해 중징계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초대형 IB 인가를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4년 8월부터 10월까지 신한투자증권의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팀은 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로 약 13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 과정에서 허위 스왑 거래를 작성해 손실을 은폐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최대한 조치를 강하게 할 수밖에 없다’며 신한투자증권에 대한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김상태 전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이러한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이선훈 부사장이 대표직을 이어 받은 상황이다. 

2023년 말 신한금융그룹은 계열사 CEO 전원을 유임하면서 이례적으로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자산운용 CEO의 임기는 2년 연장했다.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계열사 확대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자본시장 영역에선 단기적 성과가 아니라 중장기 성장을 위한 초석을 닦으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같은 신한금융그룹 내의 신한자산운용은 조재민 사장의 리더십 아래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조재민 사장은 2022년 1월 취임 이후 상장지수펀드(ETF) 사업 확대를 통해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그 결과, 신한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전년 대비 약 173.9% 증가했으며, 시장점유율도 상승했다. 자산운용사 사이에 ETF 이름을 바꾸고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는 등 출혈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상품에 대한 경쟁력으로 시장점유율을 키웠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래에셋증권 본사 전경. 미래에셋 제공.
미래에셋증권 본사 전경. 미래에셋 제공.

증권업계에선 미래에셋증권의 종합투자계좌(IMA, Integrated Money Account) 인가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IMA란 초대형 투자은행(IB)이 고객의 예탁 자금을 기반으로 다양한 투자상품 운용과 신용공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계좌를 의미한다. 발행어음 사업과 함께 초대형 IB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본 12조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IB으로의 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4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2% 증가한 1조1589억원을 기록했다. 세전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17%, 168% 증가한 1조1845억원, 893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미래에셋증권 자기자본은 12조2000억원으로, 2023년 11조원을 돌파한 이후 1년 만에 1조원가량 증가하며 업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를 기반으로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IB로의 도약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해외법인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져 전년 대비 243% 증가한 1,661억원의 세전이익을 달성했다. 미국법인은 세전이익 945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또한, 인도 종합증권사 쉐어칸 인수를 완료해 인도 내 시장 지배력 확대의 초석을 다졌다.

이강혁 미래에셋증권 최고재무책임자는 “미래에셋 DNA의 핵심은 운용에 있다”며 “IMA 사업은 당사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국의 IMA 규제가 마련되면 구체적으로 사업 전략을 수립해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또 다른 초대형IB 6호 후보로 꼽히는 키움증권의 경우,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아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해소했다. 현재 키움증권은 자기자본으로 4조8000억원을 보유했다.

오랜동안 초대형 IB 6호로 손꼽혀온 하나증권은 최근 우려를 자아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인해 성장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PF 부실 위험 증가로 인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신용공여 규모는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다만 하나증권은 지난해 실적이 턴어라운드하며 잠재적인 초대형IB 6호 후보로서의 면모를 일신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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