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 조사결과 68.2%가 "졸속 시행"
부실한 콘텐츠에 사용까지 부과
정부 1년 유예 방침에 발행업체 법적대응 불사
투자대비 효과 미흡, 학생 디지털 격차 확대 우려도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 정부가 추진중인 'AI 디지털교과서'이 실효성 논란에 휩싸이며 교육 현장의 혼란만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과 15개 교육단체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교원·학부모·학생 10명 중 6명 이상은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에 대해 "졸속 시행됐다"고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과 교사노조연맹·전국교직원노동조합·참교육학부모회 등은 1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2~18일까지 진행했고, 전국의 교원·학부모·학생 등 27,41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설문 응답자는 △교원 9,424명(34.3%) △학생 6,427명(23.4%) △학부모 11,404명(41.6%), △기타 162명(0.6%)이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8.2%는 "정책이 사전 준비 없이 졸속 시행됐다"고 지적했으며, 65.2%는 "교육당국의 현장 소통이 부족하다"고 답변했다. 특히 교원의 71.7%, 학부모의 81.1%는 "교육당국이 현장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AI 디지털교과서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 평가가 다수를 차지했다. 응답자의 70.8%는 "투자 예산 대비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으며, 교원 60.1%는 "수업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했다.
특히 3월분 사용료 납부에 대해 79.1%가 "타당하지 않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60.4%는 "매우 부당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강 의원은 "미흡한 콘텐츠로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음에도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현장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개인별 맞춤 학습을 지원하는 차세대 교과서를 말한다. 텍스트, 이미지, 영상, 3D 모델 등 다양한 형태의 학습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8년까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따른 지방 교육재정 부담 규모는 최대 6조 6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투자 대비 교육 효과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학생들은 디지털 기기 접근성이 낮아 디지털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당초 올해부터 전면 도입하려던 AI 디지털교과서를 학교별 자율 선택에 맡겨 내년까지 1년간 도입을 유예하기로 했다. 국회에서 AI 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AI 교과서 업체들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업체 측은 정부의 정책 추진 부진으로 투자 비용에 대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단체들의 불만도 높다. 단체들은 교육부에 △AI 디지털교과서 정책 전면 재검토 △학교 자율 선택이 가능한 '교육자료'로 전환 △3~5월분 사용료 환급 및 미사용 콘텐츠 비용 재계산 △교육주체 참여형 협의체 구성 등을 촉구했다.
강 의원은 "AI는 교육혁신의 도구이지만, 현장 의견을 묵살한 채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추진해 학교 현장의 혼란을 초래했다"며 "이주호 장관은 2026년도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새 정부가 교육철학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