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미래에셋 ‘선두’, NH·키움 ‘추격’...삼성증권 ‘단기 주춤’
하반기, 리스크관리 및 IB 딜 일정 소화 ‘관전 포인트’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이 나란히 강세장을 펼치면서 거래대금은 급증했고, 금리 안정세는 운용수익 회복에 힘을 보탰다. 이에 증권사들은 전통적인 브로커리지에서부터 투자은행(IB), 자산관리(WM), 운용부문까지 전방위적인 실적 개선세를 드러냈다. 2분기 실적발표 시즌을 맞아, 이른바 ‘1조 클럽’의 열기가 증권가를 강하게 휘감고 있다.
◇ ‘1조 클럽’ 경쟁 본격화…하반기 더 치열해진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삼성증권 등 5개 대형사가 ‘1조 클럽’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중 실제로 연간 영업이익 기준으로 1조원을 넘길 증권사는 3곳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상반기만으로도 1조원에 근접한 실적을 냈다.
이번 상반기 증권사 실적 개선의 가장 큰 배경은 금리 안정이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금리 고공행진이 진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운용 부문에서 채권과 발행어음 관련 수익이 살아났다. 특히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이 혜택을 가장 크게 받은 곳으로 꼽힌다.
또한 주식시장 유동성 확대는 브로커리지 수익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특히 거래소 간 경쟁 심화와 함께 넥스트레이드 등 신규 플랫폼 등장도 거래대금 상승에 일조했다. 그 결과, 증권사들은 고정비 비중이 낮은 브로커리지 부문에서 지렛대(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리스크도 존재한다. 최근 일부 증권사들이 신용공여 한도를 늘리면서 레버리지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IB 딜의 일정 지연은 일부 증권사 사례처럼 단기 실적 변동성을 키울 수도 있다. 향후 딜 파이프라인 정상화 여부에 따라 하반기 실적의 방향도 달라질 전망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 5000 달성을 향한 훈풍이 이어지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거래대금 확대 흐름이 유지되고, 금리 안정과 IB 일정이 정상화된다면, 증권업계 전반의 ‘1조 클럽 달성’은 일회성이 아닌 구조적인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미래에셋증권, 반등의 신호탄 쏘아올리다
지난해부터 이어졌던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금리 부담 속에서 주춤했던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 들어 기세를 회복했다. 시장에서는 이 회복 흐름을 단순한 반등이 아닌 ‘본격적인 회복 국면’의 시작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4% 증가한 2697억원, 영업이익은 38% 늘어난 3779억원으로 전망된다. 수익원별로 보면 거래대금 확대가 브로커리지 부문 수익을 끌어올렸고, 해외 부동산 관련 평가손실이 감소하며 운용부문 수익성도 개선됐다. IB 부문 역시 대형 딜의 축소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변수는 밸류에이션이다. 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일부 증권사는 투자의견을 ‘보유’ 또는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주가수익비율(PER)이 업계 평균을 넘어서면서 향후 주가 상승 여력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다만 향후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이 남아있어 투자자 관점에서 하방을 지지할 중요 요소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가장 주목할 만한 기록을 써냈다.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188억원, 당기순이익은 4482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2.4%, 21.6% 증가하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이 성과는 채권 및 발행어음 운용수익 증가에 힘입은 것으로, 금리 안정 흐름과 맞물려 운용 부문에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했다. 여기에 IB 부문에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딜(PF Deal) 수주 확대가, WM 부문에서는 고객 잔고 증가가 눈에 띄는 결과를 냈다. 실제로 WM 부문의 고객 잔고는 3월 말 기준 약 72조원까지 확대됐다.
증권업계는 이 같은 실적 흐름이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상반기 영업이익 1조원 돌파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는 국내 증권사 최초 사례가 될 수 있어, 상징성 또한 크다.
◇ 키움·NH, 브로커리지 중심의 안정적 성장세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도 브로커리지 수익에 힘입어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운용손익은 1115억원(배당금 및 분배금 제외)으로 직전분기 대비 90% 증가했다”며 “주가지수 상승에 따른 투자운용 부문의 호실적과 더불어,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LP) 비즈니스 등 세일즈&트레이딩(S&T) 부문이 견조한 실적을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키움증권은 전통적으로 강한 온라인 브로커리지 기반을 중심으로 해외주식 거래 확대, 투자상품 라인업 다각화 등을 통해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4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순이익 역시 3000억원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NH투자증권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0.35%가량 증가한 2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며, 키움증권은 전년 대비 13~34% 늘어난 2300억원~3100억원 규모의 실적이 예상된다.
두 증권사 모두 브로커리지의 수익 기여도가 높기 때문에 거래대금 흐름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실제로 6월 기준 코스피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전월 대비 87%나 급증했고, 코스닥 역시 21% 증가했다. 이런 거래대금 확대는 두 회사에 있어 우호적인 환경으로 작용했다.
반면, 상위 증권사 중 유일하게 실적 하락이 전망되는 곳은 삼성증권이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7.8% 감소한 2377억원 수준으로 예측된다. 이는 IB 부문에서 핵심이었던 롯데글로벌로지스와 DN솔루션즈 등 대표 딜이 연기되면서 발생한 실적 공백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B 일정이 밀리면 수수료 수익은 물론, 유관 수익까지 영향을 받는다”며 “이 때문에 삼성증권의 이번 실적 하락은 구조적인 문제보다는 이벤트 성격의 변수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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