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번영·문화 협력 제시...한·이집트 정상회담 통해 방산·경제협력 확대
교육·문화 MOU 체결, 적신월사 1천만달러 지원…외교 다변화 신호탄

이집트를 공식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카이로대학에서 '함께 여는 빛나는 미래'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집트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카이로대학에서 가진 연설에서 '샤인(SHINE) 이니셔티브'를 내세우며 한국과 중동을 잇는 새로운 외교 전략인 '카이로 구상'을 내놓았다. "한강의 기적과 나일강의 기적을 하나로 연결하겠다"는 비전 속에 평화 번영 문화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양측 협력의 방향을 구체화했다는 해석이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전쟁의 포화를 겪은 대한민국 국민은 분쟁의 눈물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한국과 이집트의 식민지 분쟁 경험을 언급했다. 이어 "8천km 이상 떨어져 있지만 평화에 대한 오랜 열망 앞에서 양국은 이미 하나로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3·1 만세운동과 이집트 혁명의 역사적 공통점을 짚으며 "자주독립과 자유 평등의 정신이 두 나라 시민을 이어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대통령이 내건 'SHINE 이니셔티브'는 안정(Stability) 조화(Harmony) 혁신(Innovation) 네트워크(Network) 교육(Education)을 의미한다. 평화 영역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및 남북 교류 협력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중동 분쟁 해결에도 기여하는 상생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집트 적신월사에 1천만달러를 추가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가자 사태 극복에 실질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집트와의 혁신 분야를 협력도 제안했다. 기존 에너지 건설 중심 협력은 유지하되 인공지능 수소 스마트 인프라 등 미래 산업으로 협력을 확장해 신성장동력을 함께 만들자는 구상이다.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추진 의지도 공식화하며 양국 간 자유무역 기반을 제도적으로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가자지구 중재에 나섰던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며 "대화를 포기하지 않은 지도자의 결단이 가자 휴전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 역시 남북 적대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시대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가진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브리핑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교육·문화 관련 양해각서(MOU) 2건을 체결했다. 또한 한-이집트 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 본격 추진도 준비중이다. 위 실장은 "CEPA가 체결되면 시장 개방이 넓어지며 무역이 촉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카이로 구상의 의미는 이 대통령이 강조해온 '실용외교'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외교 다변화를 모색하는 방편이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대한민국의 한강의 기적은 중동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이제는 우리가 나일강의 기적에 기여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카이로 일정을 마무리한 뒤 21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이동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그는 포용적 성장, 기후변화 재난 대응 등 글로벌 의제를 논의하고 MIKTA(한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호주) 정상들과의 회동도 이어갈 예정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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