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공동 팩트시트 동시 발표, 이 대통령 직접 브리핑
전략투자 2000억달러, '마스가' 1500억달러 투자
미 상선 ㆍ군함 한국서 건조...美, 우라늄 농축·재처리 지지
차 관세 15%로 인하...주한미군 330억달러 포괄 지원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청사진이 담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14일 공식 발표됐다. 지난달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쟁점에 합의한 지 16일 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경제와 안보의 최대 변수 중 하나였던 한미 무역·통상 협상 및 안보 협의가 최종적으로 타결됐다"고 밝혔다.
골자는 핵추진 잠수함 한국 건조,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연간 200억달러 상한의 대미 투자와 주한미군 330억달러 지원 계획 등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또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에 한해 투자를 진행한다는 점을 양국 정부가 확인함으로써 원금 회수가 어려운 사업에 투자를 빙자한 사실상 공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확실히 불식했다"고 강조했다.
핵잠 승인 재확인...우라늄 농축, 핵처리 지지
이번 합의의 핵심 중 하나는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민수용 핵연료 사이클에 대한 미국의 승인과 지지다. 이 대통령은 "이번 협상을 통해 한미 양국은 대한민국의 수십 년 숙원인,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필수 전략 자산인 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기로 함께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과 관련해서도 "우라늄 농축,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별도 브리핑에서 "(핵잠은) '한국 건조'를 전제로 논의됐고 '미국 건조'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부연해 원잠 건조가 국내 조선소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車 관세 15%·전략투자 3500억달러 패키지
미국 백악관도 같은 시각 홈페이지에 팩트시트를 게재하고 미국 측 입장을 공식화했다. 공개된 팩트시트에는 "미국은 한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며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해 이 조선 사업의 요건들을 진전시키기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또 "미국은 한미 원자력 협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고 못 박았다.
팩트시트에는 관세와 무역 분야에 구체적인 숫자가 제시됐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원목, 목재 및 목재 제품에 부과해온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했다. 현재 25% 수준인 자동차·부품 관세를 언제부터 15%로 낮출지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한국산 자동차 관련 품목에 대한 관세 상단을 15%로 고정하는 구조가 제시됐다.
의약품에 부과될 232조 관세 역시 한국산 제품에는 15%를 넘지 않도록 하고, 반도체·반도체 장비에 대해서는 한국이 앞으로 미국이 체결할 다른 협정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한다는 원칙이 담겼다.
한국에 대한 관세 인하와 동시에 미국은 일부 상호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복제 의약품과 미국에서 구할 수 없는 특정 천연자원, 항공기와 항공기 부품 등에 부과된 15% 상호관세를 없앴다. 동맹국 관세 조정 대상 목록에 포함된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2025년 4월 2일 개정 행정명령 14257호에 따른 추가 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은 이에 상응해 전략투자 양해각서에 따라 미국 내 전략 분야에 2000억달러를 투자하고, 조선 부문에 1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다만 연간 대미 투자액은 200억달러를 넘지 않도록 하는 상한선을 두어 외환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장치를 넣었다.
외환시장 안정과 관련해서도 양국은 "양해각서의 공약이 시장 불안정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데 합의했다. 팩트시트는 원화 급변 등 시장 불안이 우려될 경우 자금 조달 규모와 시기 조정을 한국이 요청할 수 있고 미국은 이를 성실히 검토한다고 명시했다.
비관세 장벽 완화와 상호 시장 개방 조치도 담겼다. 한국 정부는 미국산 연방자동차안전기준을 충족하는 차량의 한국 반입 물량을 제한해온 연간 5만대 상한을 폐지하고, 배출가스 인증 과정에서 미국 기업에 추가 서류를 요구하지 않는 방향으로 규제를 정비하기로 했다.
농축산물과 농업 생명공학 제품에 대해서도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미국산 원예·육류·치즈에 대한 시장 접근성을 유지한다는 약속을 담았다. 양국은 디지털 서비스·데이터 이동과 관련해 미국 기업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고, 국경 간 데이터 이전을 보장하며 세계무역기구의 전자 전송 관세 영구 유예를 지지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전작권 환수 협력·주한미군 330억달러 지원
방위·안보 분야에서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과 전작권 전환, 확장억제 강화 등이 한 묶음으로 제시됐다. 백악관 팩트시트는 "미국은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통해 대한민국을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며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역량을 활용한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국내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범위에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의 3.5%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공유했고, 미국은 이를 환영했다.
한국은 2030년까지 미군 장비 구매에 250억달러를 지출하고, 주한미군에 330억달러 규모의 포괄적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두고 "국방력 강화, 전작권 환수를 통해 한반도 방위에 대한 우리의 주도적 의지를 천명했고 미국은 이를 지지하며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동맹 협력 지속, 북한에 대한 연합 재래식 방위를 한국이 주도하는 수준으로 군사력을 강화한다는 계획, 첨단 미국 무기체계 도입과 방산 협력 확대 등도 포함됐다. 양국은 북한을 포함한 역내 위협에 대응해 재래식 억제 태세를 강화하고, 사이버·우주·인공지능 군사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한반도와 역내 질서에 관한 문구도 눈에 띈다. 두 정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안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2018년 미국·북한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대화에 복귀하고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동시에 일본과의 3자 협력 강화를 약속하고, 대만해협 평화·안정 유지와 항행·비행의 자유, 국제해양법 준수 원칙을 재확인했다.
국익실용외교 성과 자평..."국력 키워야"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여러 차례 치켜세웠다. 그는 "좋은 경쟁을 위해 훌륭한 파트너가 있어야 하듯 의미 있는 협상 결과를 도출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합리적 결단이 큰 역할을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용단에 감사와 존경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회복과 성장을 향한 길은 더욱 넓어지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 갈 토대는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며 "한미 양국이 함께 윈윈하는 한미동맹의 르네상스 문이 활짝 열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익 중심 실용외교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담대한 용기, 치밀한 준비, 하나 된 힘을 바탕으로 국력을 키우고 국익을 지키며 국민의 삶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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