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연구원, 40년간 2단계 통일 추정 제시
통합재정수지 적자 GDP대비 4% 이를것으로 분석

“남한과 국제사회의 지원하에 통일이 완료될 2055년 경에는 통일한국의 GDP가 8조7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으로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통일시 남북한 통합 경제규모는 8조7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4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향후 40년간 2단계에 걸쳐 단계적 통합을 추진할 경우 통일한국은 국제사회의 새로운 강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KIEP는 2016~2035년(1단계)까지 남북한이 독립적인 상태를 유지하면서 체제통합의 초석을 굳히고, 2036~2055년(2단계)에는 자유로운 인구이동을 통해 점진적으로 경제통합을 이루는 청사진을 그렸다.

1단계에서 북한정부는 경제개혁과 자유화에 착수하고, 남한으로부터의 투자가 이뤄지는 시기다. 이를 통해 북한은 남한의 1960~1980년대 경제성장 추이와 유사한 속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기간동안 남한경제는 고령화에 따른 재정수지 및 사회보장성 기금수지가 악화될 것으로 진단했다.

KIEP는 통합재정수지가 2020년부터 악화되기 시작, 2035년에는 적자규모가 GDP 대비 3%에 달하고, 2055년에는 8%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회보장성기금도 점차 고갈돼 2032년 적자로 전환되고, 2055년에는 적자규모가 GDP 대비 4%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가 공연장을 향해 나란히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가 공연장을 향해 나란히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남북한이 자유로운 인구이동이 가능해지는 2단계에서 남한이 재정악화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KIEP는 남한의 생산가능연령인구 감소분을 북한 노동력이 채워줄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의 노동인구가 남한으로 이동할 경우 북한에서 발생하는 산출 손실보다 남한에서 발생하는 이득이 평균 2배를 상회할 것으로는 예상이다.

이 소득으로 남한 통합재정수지와 사회보장성기금수지의 적자 폭을 축소시킬 수 있게 된다. 북한주민의 이주가 시작되면 총수입이 증가하고, 국가채무 감소에 따른 이자지급 감소로 재정수지 적자폭이 축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사하게 사회보장성기금의 적자폭도 축소되다 2043년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시나리오에 따라 통일될 경우 현재 1%대에 불과한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2035년경 ASEAN 국가들의 경제규모를 상회하고, 2050년경에는 인도경제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통일이 완료된 2055년경에는 통일한국의 GDP는 8조7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다.

강은정 KIEP 국제금융팀 전문연구원은 "단계적 통일을 통해 북한주민들이 시장경제하에서 경제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안정적인 정착과 사회통합을 실현할 수 있다“고 했으며 ”또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기반으로 점진적으로 통일을 준비함으로써 세계평화의 정착과 글로벌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설> 남북한 경제통합 전망 '제대로 보기'

KIET의 '남북한 경제통합의 편익전망'보고서는 발표시점을 놓고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2015년에 발표된 이 보고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이 대박'이라는 발언을 한 뒤 1년 후에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4·27 '판문점 선언'을 한  현 시점에서 향후 남북한 경제공동체와 통일을 감안한 경제통합의 기회비용을 제시하는 틀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신경제지도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신경제지도

이 보고서는 지난 2014년 가격을 기준으로 2단계 남북 경제통합의 가치를 도출했다. 당시 2055년 통일한국의 GDP 전망(8.7조원)은 통일이 되지 않았을 경우 남한 GDP의 1.7배 수준이라고 KIET는 내다봤다.

보고서는 "1단계(~2030년)에 북한 개혁개방과 체제통합의 기반을 구축하고 2단계(~2055년)에는 남북간의 자유로운 인구이동을 통해 점진적 경제통합을 이루어나가는 것을 전제로 경제통합의 시나리오를 만들었다"면서 "통일 완료시점에 가까운 2050년경에는 글로벌 G3에 자리한 인도의 경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2055년의 통일한국의 국내총생산 추정치는 지난해(1조5,380 달러) 남한 GDP의 6.6배 늘어난 수준이다. 연간 평균 4.7%의 성장이어야 가능한 달성이 가능하다. 이는 현재 G3 경제대국인 일본(4조8,721억 달러, 2017년)이 향후 37년간 평균 1.5%를 성장했을 때 추정 GDP(8.5조 달러)보다 높은 수준이다.

KIEP의 통일한국의 편익전망은 전제조건이 잘못 설정되면서 장미빛 일색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전문성을 지닌 글로벌 전망기관이 예측한 한국의 미래 경제전망과도 거리가 있었다. 국제 경제전망 기관은 당시나 이후에 세계 국가별 경제전망에서 한국을 '글로벌 톱5'에 올리지 않았다.

국제 컨설팅기업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는 지난 2017년 '2050년 장기 전망'에서 구매력기준의 나라별 경제 순위의 변화를 발표하면서 한국이 13위(2016년)에서 2050년에는 18위로 5단계 추락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면 영국의 세계적인 컨설팅기업인 경제 비즈니스 연구센터(CBER)는 한국의 GDP가 오는 2032년 세계의 8위에 오를 것이라는 우호적 전망치를 내놨다. 물론 이들 2개 기관의 예측치는 접근 방식이 다르면서 '통일'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CBRE와 PwC는 나라별 경제전망에서 중국이 향후 10여 년이 지나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등극하는 데 이어 경제성장률이 급상승하는 인도가 경제강대국 G3에 오를 날이 멀지 않았다고 내다봤다.

이들 기관이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변수에 넣고 통일한국의 '프리미엄 코리아'를 감안치 않았다고 하더라도 KIEP보고서는 미래 통일한국의 경제를 낙관적으로 본 측면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KIET의 통일한국의 경제전망은 지난 2015년의 발표자료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이 대박'이라고 발언한 지 1년이 지난 뒤에 작성한 보고서여서 '어용'이라는 비난도 받았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을 한 현재에 귀담을 수 있는 의미있는 분석이 나와 주목을 끈다. 당시 KIEP는 "남북한 경제통합 시에 남북한이 최대 수혜국이 될 것이며 특히 북한의 경제적 이득이 상당할 것이다"면서 " 남북한의 경제통일은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에도 편익이 발생시킬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한이 경제통합 시에는 향후 15년 동안 북한의 GDP 성장률은 연평균 16% 포인트 확대되고, 남한은 1%포인트 늘어날 것이다"면서"여기에는 평화 정착의 심리적 효과와 남북한 주민의 사회적 동질성 회복 등 무형적인 비경제적 편익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KIET는 통일비용 추정과 관련해 "추정치가 전제조건과 추정방법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면서 최소 500억 달러에서 최대 6,000억 달러에 이른다"며"통일비용은 급진적일수록 급증하나 비용추정은 통일 이후 남북한이 하나의 통합국가로서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의 안정을 이루면서 정상 운영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으로 제대로 산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KIET는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한 경제공동체'를 선언하기 이전에 한반도 평화를 전제로 한 시나리오별 경제편익을 다시 산출 중이다.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017년 2월 탄핵국면이 한창일 때 '통일 후 남북한 산업구조 재편 및 북한 성장산업 육성방안'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천문학적 통일비용의 부담을 내세워 정전체제를 유지하려는 자세는 경계해야 마땅하다"면서도 "통일한국이 경제적 융성을 이끌어 동북아 중심국가로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년 전의 통일한국이 대박이라는 경제전망의 오류를 자체적으로 지적한 보고서였던 셈이다. 이 보고서는 경제통합의 전망보다는 통일비용의 부담을 감안, 남북이 상생하고 윈윈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경제통합의 방법을 제시, 주목을 끌었다.

보고서는 정치적으로 통일이 되더라도 남북한 경제가 한시적으로 나눠 움직이되 남북한의 산업이 상호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단계적 제한적 통합을 제시했다. 경제적 통합은 남한보다 북한의 삶을 양적,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전기가 된다는 전망은 2015년 분석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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