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으로 미국에는 다소 미흡한 평양공동선언
북미회담 견인할 군사적 긴장 완화와 남북관계개선
회담 최대 성과는 북한을 ‘동시행동’으로 되돌린 것
文대통령, ‘미국의 상응조치’ 위해 트럼프 설득해야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백화원 영빈관 회의장에서 70여 분간 단독회담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오늘(19일) 오전 11시 20분 총 6개조 14개항으로 구성된 ‘9월평양공동선언’에 서명했다.

이어 두 정상이 임석한 상태에서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은 총 6개조로 구성된 ‘군사분야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는 대체적으로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주요 항목들을 중심으로 합의내용과 향후 과제, 그리고 전망을 살펴본다.

비핵화 합의, 미국 만족시킬 수 있나?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이 만족하기에는 불충분했다. 미국은 종전선언과 맞교환이 가능한 수준의 신고・검증・폐기로 이어지는 비핵화 리스트 또는 스케줄을 기대했지만,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다만, 동어반복으로 볼 수 있겠으나, “핵무기와 핵위협 없는 조선반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비핵화 의지가 김정은 위원장의 육성을 통해 나왔다는 데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평양 백화원 영빈관 회담장(왼쪽부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문재인 대통령, 서훈 국정원장, 김여정 제1부부장,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자료:dailymail)
평양 백화원 영빈관 회담장(왼쪽부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문재인 대통령, 서훈 국정원장, 김여정 제1부부장,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자료:dailymail)

언론인들만 참관해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됐던 지난 번 풍계리 때와 달리,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영구적으로 폐쇄하기로 한 부분도 긍정적이다.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고농축 시설이 있는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하는 등의 추가조치를 취해나가기로 한 것도 핵무기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의사, 즉 ‘현재핵’의 폐기를 향한 단계로 나아가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상응조치’라는 단서가 붙어 있어 화해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미국은 불만족스럽게 여길 수 있다.

핵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시설,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이 위치한 영변핵시설(자료:ktla)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핵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시설,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이 위치한 영변핵시설(자료:ktla)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미국의 입장에서는 전반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공식적인 천명에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했다는 점 외에는 크게 진전된 내용이 없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동창리 폐쇄 과정에 유관국 전문가들을 참여시키려면 미국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 부분이 걸림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고 미국 의회 역시 전혀 진전되지 못한 부분이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선언문에 담긴 내용 외에 두 정상 간에 오고간 많은 ‘밀도 있는 대화들’을 바탕으로 문 대통령이 오는 한미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얼마나 정교하게 설명해 내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 카드, 설득력 강해

이번 평양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남북군사회담에서 대체적으로 짠 얼개가 총 6개조로 이루어진 ‘군사분야합의서’로 공식화됐다.

1조에는 지상과 해상, 공중 등 모든 측면에서 적대행위를 일체 중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2조에는 비무장지대(DMZ)를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방안들이 담겼다.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중 상호 1km 이내 근접초소의 완전 철수,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비무장지대 남북유해발굴 및 역사유적 발굴 등이다.

3조에는 서해북방한계선(NLL)을 평화수역을 만드는 내용이, 4,5,6조에는 각각 군사적 대책에 대한 보장, 상호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다양한 조치, 기술적 사항인 효력 등이 담겼다.

특히 서해북방한계선 관련 내용이 포함될지 여부는 국내적으로 상당한 관심사였는데,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는 방향으로 포함돼 상당 부분 진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이 구체적으로 어디인지에 따라 국내 정치쟁점으로 부각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서해북방한계선(NLL)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서해북방한계선(NLL)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우발적인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조기 설치하자는 방안도 중요한 성과다.

문 대통령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를 되살리기 위해 이번 회담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견된 바다. 종전선언과 비핵화 스케줄의 맞교환이라는 기존 구도에,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라는 카드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중재하고 종전선언을 이끌어내는 동력을 추가하자는 것.

합의 내용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거기에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약속까지 더해져 군사적 긴장 완화 카드가 한층 힘을 받을 전망이다.

우리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오는 뉴욕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의중을 설득해 11월에 있을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고, ‘특별한 일이 없을 경우’ 연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루어질 때 서울에서 종전선언과 비핵화 스케줄을 맞교환하는 것이다.

굵직굵직한 남북관계 개선 방안들

남북경협을 비롯한 관계 개선은 남북 당사자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현안이라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대북제재 해제의 성취 여부만 바라볼 사안이 아니다. 대북제재에 다양한 예외조항도 있다. 이것이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대북제재 해제 이전에 미리 준비에 착수해야 하는 이유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남북관계 개선 역시 군사적 긴장 완화 카드처럼 종전선언・평화협정, 대북제재 해제를 추동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 부분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예상을 넘어서는 합의가 도출됐다. ‘조건이 마련되면’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남북경협과 개성공단 재개가 언급됐다. 이산가족의 상시적 만남을 위해 금강산 상설면회소 개소에 합의한 점,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등 인도적 조치를 취하기로 한 점, 그리고 철도와 도로 연결 착공식 등도 굵직한 성과들이다.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역 철도 중단점 ⓒ스트레이트뉴스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역 철도 중단점 ⓒ스트레이트뉴스

무엇보다도 이번 평양정상회담에서 거둔 최대 성과는, 그동안 미국을 향해 “우리는 선제 조치를 이미 취했으니 이제 미국이 움직일 때”라며 버티던 북한을 ‘동시행동’으로 돌려놨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이전보다 조금 더 유연하게 접근할 여유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이라는 조건과 관련, 북한이 원하는 ‘상응조치’로 첫 손에 꼽히는 것은 대북제재 일부 해제 또는 정치적 수사인 종전선언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한 시점, 남은 것은 문 대통령의 중재, 즉 설득이다. 이번 평양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는 뉴욕 한미정상회담에서 보다 확실히 내려질 전망이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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