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정책·테마 3박자 이룰 시 코스피 3000 OK
키움증권 "외국인 순매수 재개 시간문제"
최근 국내 증권업계에서 코스피 3000 도달 조건으로 이익 모멘텀, 정책 기대, 산업별 테마 집중 등 세 가지 요인의 동시 작용을 제시했다. 특히 인공지능(AI)·반도체 등 핵심 업종과 주주환원 강화 등 제도 개편 기대가 맞물릴 경우, 중기적 지수 반등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 증권가, 2분기부터 국내 기업 실적 반등 기대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날 NH투자증권은 ‘브랜드 뉴 코리아 : 코스피 3000, 코스닥 900 시대’를 주제로 한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 보고서를 냈다.
NH투자증권은 코스피가 3000포인트에 도달하기 위해 이익 모멘텀과 정책 심리, 산업별 이슈 모멘텀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우선 이익 측면에서는 2분기부터 반도체와 IT 업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의 실적 반등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 코스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4.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시장 상승의 기초 체력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와 상법 개정 논의, 대선을 앞둔 정책 기대감 역시 시장에 긍정적인 심리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NH투자증권은 대선 후 차기 정부가 ‘브랜드 뉴 코리아(Brand New Korea)’라는 키워드를 내세우며, 향후 제도 개선과 정책 방향성이 지수 상단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AI, 반도체, 우주·방산 등 특정 산업군에서 강한 테마가 형성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수급 쏠림 현상이 시장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AI 산업의 경우 정책적 뒷받침까지 더해지면, 주가의 재평가를 자극할 수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3000은 경기 이중국면, 정책심리, 산업별 이슈 모멘텀 등 세 가지 동인이 동시에 작용해야 가능한 구간”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통상 불확실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중국면 속에서, 국내는 비교적 방어적인 구조와 안정적인 수출 흐름으로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반기 미 대선을 앞두고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겠지만, 그만큼 시장은 정책 기대감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주주환원 확대와 상법 개정 기대감, AI·반도체·우주 등 특정 산업군 중심의 기술 모멘텀도 유효하다”며 “과거보다 정책 주도성과 산업 테마가 주가 흐름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이제는 펀더멘털보다 ‘정책 심리학’의 시대”라며 “시장에 강한 주도 테마와 투자 아이디어가 형성되면, 단기 수급을 넘어 중기적 지수 반등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들 역시 하반기 차기 정부가 구성되면 주식흐름 회복에 탈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상황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수출과 실적이 바닥을 확인하지 못했으나 현재 코스피는 기업이익의 20% 감소 우려를 반영했다”면서 “올해와 내년 기업이익 증가 컨센서스는 매우 높다”고 말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코스피는 3분기 기간 조정, 4분기 점진적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미국 재정 리스크가 3분기 주식 시장을 억누른다면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는 4분기 주가 회복 동력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소득세, 상속세 개정 및 상법 개정안 추진으로 기업들의 주주환원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이 기대된다”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워치리스트(관찰대상국) 등재 노력도 지속되며 중장기적으로 증시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 상반기, 외인 코스피 13조원 이상 순매도..하반기 반전 ‘기대’
물론 증권업계에서 하반기 코스피 3000포인트 달성을 기대하는 건 외국인 수급이 회복되는 시나리오를 가정한 것이다. 하지만 상반기 투자 흐름을 놓고 봤을 때 하반기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1월 초부터 이달 26일까지 코스피를 13조원 이상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가 10조원 가량을 순매수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지만, 비교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 채권에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리와 달러가 엇갈리는 이례적 현상에 미국 금융시장의 취약성이 부각됐고, 이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며 금리 인하 기대가 있는 한국의 원화 채권 수요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번복하면서 달러 자산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달러 약세가 가속화되며 원/달러 환율은 7개월 만에 1360원대까지 떨어졌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강세가 외인 수급 유인을 야기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도 “외국인 순매수 재개는 여부가 아닌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외국인이 수급의 키를 쥐고 있다. 이들이 한동안 매도세로 일관했던 상사, 자본재, 조선 등에 순매수 기조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을 미루어보아 외국인은 이번 실적발표 기간에서 이익 가시성이 높은 수주 중심의 산업군에 베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