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정상화 없으면 대미 직접투자 망설일 것" 직설
관세 협상 "이면합의 없다. 사인 안 한다고 비난 말라"
APEC 북미대화 환경 조성…한일 과거사 직시, 경제협력 투트랙
수사·기소 분리 1년 내 안착...보완수사 공백 우려엔 "장치 마련"
취임 100일을 맞은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 연착륙'과 '주식시장 정상화'를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1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회견장에는 내외신 기자 152명이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은 연착륙, 주식은 정상화"를 당면한 경제 운용의 양축으로 제시하며 "끊임없이 초과수요·투기수요를 통제하고 공급도 실효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과 배당 과세 체계는 "시장에 장애가 된다면 고집하지 않겠다"며 결정을 국회 몫으로 넘겼다.
대미 투자와 관세 후속협상에 대해선 "비자 정상화 없이는 우리 기업이 현지 직접투자를 망설일 것"이라며 "어떤 이면 합의도 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또 APEC을 앞두고는 "우리가 주도를 고집하지 않겠다. 북미대화의 환경을 조성하는 실용적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 "부동산 연착륙...투기수요 반복 통제·실수요 전환"
이 대통령은 한국 경제의 장기 병목현상의 원인으로 '부동산 투기 중심'을 지목했다. 이 대통령은 "그 비중이 너무 크다 보니 정상적인 경제성장에 장애가 되는 상태"라며 "거의 막바지라고 보지만 연착륙을 위해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정책 기조도 '단발'이 아닌 '연속성'임을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단 한두 번의 대책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시장 상황에 따라 강도·빈도를 조절해 반복적으로 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구체 영역으로는 전세 레버리지 매수 관행을 겨냥했다. "돈 빌려 전세 끼고 집을 사는 행태가 집값을 밀어올려 주거비를 과중하게 만들고, 청년층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했다"며 대출·세제·거래 규율을 포괄한 수요통제와 수도권 과밀 해소와 병행하는 공급의 '실효성'을 예고했다.
덧붙여 "신도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만큼 국가 균형발전이 병행돼야 수도권 공급 부족도 완화된다"며 "세부 수요·공급책은 시장 여건을 보고 다음 기회에 밝히겠다"고 정책 타이밍 관리도 시사했다.
◇ "양도세 기준 고집 안 해...국회 논의에 맡기겠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단일종목 50억 원)에 대해서는 "시장에 장애가 된다면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국회 논의에 맡기겠다"고 했다. 기준 숫자(50억·10억) 논쟁을 '정상화 목표' 아래 재배치한 셈이다.
국내 자본시장 수요기반 확충과 관련해선 연기금의 낮은 내주식 비중을 지적했다. "30년 뒤 현금화 부담을 이유로 지금부터 안 산다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 결국 국내 시장에 대한 불신이 더 큰 원인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 불신 해소를 위해 공시·불공정거래 엄단, 지배구조 개선을 재차 언급했다.
시장 질서 교란에 대한 처벌 강화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이익뿐 아니라 투입 원금까지 몰수해야 한다"며 관계 기관의 합동조사체계로 실시간 점검·신속 처벌 인프라를 깔겠다고 했다.
◇ "국채 100조는 성장 씨앗…투명하게 공개"
국가 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적극 재정에 대한 소신을 거듭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GDP 약 2700조 원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 안팎이다. 절대 규모보다 비율·성과가 중요하다"며 "밭에 씨를 뿌리듯 성장 턴을 만들기 위해 빚을 내서라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OECD 기준 100%를 넘는 나라가 많은 상황에서, 동일 기준으로 보면 우리의 비율은 관리 가능하다"며 "명목성장률·실질성장률이 축적되면 분모(GDP)가 커져 부채비율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고 짚었다.
앞선 정부의 '장부 밖 부채' 관행도 거론했다. "80\~90조 원의 숨은 부채가 있었다. 우리는 투명하게 공개하고 결과로 평가받겠다"고 강조했다.
◇ "비자 정상화 없으면 기업 투자 망설여" 미국 직격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에 대해 "백악관의 '자유롭게 돌아가게 하라'는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행정절차를 조정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지 공장 설립에 필요한 인력의 체류·비자 문제를 정상적으로 운영해 달라"며 인력 파견을 위한 제도적 해법을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을 향해서도 "현재 상태라면 우리 기업은 대미 직접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는 직설도 덧붙였다.
관세 후속협상은 '방어적 실용주의'로 설명했다. "우리가 얻으러 간 게 아니라 일방적 관세 증액을 어떻게 방어할지를 논의하러 간 것이다. 어떤 이면 합의도 하지 않는다.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없다"고 했다.
관세협상 서명 지연 논란에는 "좋으면 사인하는 것이고, 이익되지 않는 사인을 왜 하느냐. 최소한 합리적인 사인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 "APEC 북미대화 한국 주도 고집 안 해…환경 조성이 우선"
한반도 정세와 경주 APEC에서의 북미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 태도는 냉랭하지만 우리 이익을 위해 군사적 긴장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한 실천 수단으로 '대북방송 중단' 등 신뢰 회복의 작은 조치를 거론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꺼낸 '페이스 메이커' 발언을 재언급하며 "지금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다. 우리가 반드시 주도해야 한다는 고집은 없다"고 했다. 이어 "북미대화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겠다. 최종 결론은 합리로 귀결되게 하겠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 한일관계, 과거사 직시·경제협력 투트랙…사도광산은 "협상 지속"
한일관계에 대해 "과거사·영토 문제는 외면하지 않되, 경제·민간교류 등 미래 의제는 별도로 접근"하는 투트랙 입장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일 새 경제협력 틀이 일본·한국·동북아 안정에 모두 필요하다"며 실용적 협력 프레임을 강조했다.
◇ "수사·기소 분리는 결정된 방향…구더기 생기지 않게 악착같이"
정부조직 개편의 핵심인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에 대해 "결정된 방향"이라고 못 박았다. 이 대통령은 "죄 지은 자는 처벌하고 무고한 자는 억울하지 않게 하려면 감정을 배제한 치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1년 안에 최적의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정부 주도 의지를 강력히 내비쳤다.
경찰 비대화 및 보완수사 공백에 대한 이견에 대해서는 "전문가·여야·피해자·검찰 의견을 두루 듣고 장치를 촘촘히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독을 없애기보다 구더기가 생기지 않게 악착같이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 "악의적 허위보도 손배 부과…유튜브 슈퍼챗 방치 안 돼"
언론중재법 논의와 관련해 "언론만 특정하지 말고, 악의적 허위·조작 정보 전체를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며 원칙을 제시했다. "실수·중과실까지 넓히지 말고 범위는 좁히되, 배상액은 세게 가야 한다. 형사처벌보다 돈을 물게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유튜브 등 플랫폼을 겨냥해 "일부는 고의로 가짜뉴스를 만들어 유포하고 슈퍼챗·광고수익으로 수천만 원을 번다. 재판 받으러 가는 길에 방송해 돈 버는 경우까지 있다"며 "이걸 방치해선 안 된다"고 했다. "언론만 타깃으로 삼으면 탄압 논란이 생긴다. 누구든 악의를 가지고 허위정보로 돈을 벌면 강력히 배상토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차 밝혔다.
◇ "예방 가능한 죽음부터 줄인다"…추락사 관행 '정면 교정'
산업재해 대책에 대해서는 "매일 사망사고를 보고받는데, 조금만 신경 썼으면 막을 수 있는 추락사가 너무 많다"며 "안전대 미설치·개인 보호구 미사용 등 기본 규범 위반을 '사용자 과실'로 규정해 책임을 실효적으로 묻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징벌·형사·재정 제재가 실효적으로 작동해야 관행이 바뀐다"며 "국가의 가장 기본 책무는 생명·안전 보호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젊은 생명의 희생이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