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적 완화로 방향 전환…연내 추가 인하 여지 남겨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수준을 0.25%포인트(p) 인하하는 스몰컷을 단행했다. 고용 둔화 위험을 더 크게 보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2% 달성 목표와 양적완화 기조는 유지했다.
◇ ‘스몰컷’ 단행…기준금리 4.00~4.25%로 낮춰
17일(현지시간 기준) 연준은 금리 수준을 종전 대비 0.25%p 낮춰 새로운 목표금리 범위를 4.00~4.25%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경기 둔화 가능성, 특히 고용 시장의 하방 위험을 크게 본 판단에서 나왔다.
연준은 성명에서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으며, 고용 측면의 위험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어 “물가는 다소 높은 수준이나,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농업을 제외한 신규 고용은 2만2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7만5000명)의 30% 수준이다. 앞선 7월에도 고용 증가 폭은 시장 전망치(10만4000명)를 크게 밑도는 7만3000명을 기록했다.
이번 스몰컷 결정은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한 11명의 위원이 찬성했다. 유일한 반대표는 전날 취임한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였다. 그는 “보다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0.50%p 인하를 주장했다.
가이 르바스 필라델피아 재니 캐피털 매니지먼트 수석 채권 전략가는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마이런 이사가 취임 직후 곧바로 FOMC에서 (스몰컷 결정에 대해) 강한 반대를 보인 것은 터무니없다”며 “연준이 정치적 영향을 받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새로 임명된 연준 위원들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무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연준은 금리 인하와 동시에 양적완화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미국 재무부는 월 50억 달러 한도 내에서 만기 상환을 허용하고, 기관채 및 MBS는 월 350억달러를 초과하는 원리금 상환분만큼 재무부 증권으로 재투자한다.
연준은 이번 ‘스몰컷’의 배경으로 상반기 성장세 둔화, 고용 증가 속도 둔화, 실업률 소폭 상승 등을 제시했다. 다만 실업률 자체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가는 여전히 상승 압력을 보이고 있으나, 연준은 인플레이션 목표인 2% 수준 회복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결국 연준은 고용 리스크를 보다 직접적으로 본 셈이다. 금리 인하를 통해 고용시장 충격을 완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물가 부담이 여전히 존재해 ‘대폭 인하’ 대신 ‘소폭 조정’이라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공개된 요약경제전망(SEP)에서는 △연말 기준금리 중간값 3.6% △실업률 4.5%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3.0% △실질 GDP 성장률 1.6%가 제시됐다. 또한 내년부터 2028년까지는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2%대 초반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연준이 단기 급격한 완화보다는 점진적 인하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시장, 10월 FOMC 추가 금리 인하 전망
시장은 이번 결정을 ‘예상 범위 내’로 받아들였다. 연준의 금리 인하 발표 이후 뉴욕증시 주가는 혼조세를 보였다. 다우지수는 상승했으나 S&P 500과 나스닥은 하락했다. 미국 국채금리는 하락했고 달러도 약세로 반응했다. 파생상품 시장은 10월 FOMC에서 추가 인하 가능성을 90% 이상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가 9월 초 실시한 이코노미스트 설문에서도 전문가 107명 중 105명이 0.25%p 인하를 예상했고, 연내 한 차례 이상 추가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확산됐다. 연준이 명확한 인하 속도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시장은 이를 점진적 완화 경로의 시그널로 해석한 셈이다.
피터 카딜로 뉴욕 스파르탄 캐피털 시큐리티스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성명은 상당히 비둘기파적이라고 본다”며 “금리가 다소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주식시장은 상승 반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점도표는 올해 총 0.75%p 인하를 시사했지만, 고용시장이 계속 약화된다면 달라질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다소 올랐지만 큰 변화는 없다. 시장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팀 그리스키 뉴욕 잉갈스 & 스나이더 수석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이번 금리 인하는 연준이 미리 준비해둔 카드였기 때문에 큰 놀라움은 아니다”라며 “오랜만에 단행된 금리 인하였지만 주식시장을 크게 부양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르바스 전략가 역시 “이번 스몰컷 결정은 사실상 예상과 거의 일치했다”며 “연준이 이제 고용 둔화 위험이 커졌음을 인정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은 국내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달러 약세 기대가 강해질 경우 외국인 자금 흐름이 바뀔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공급망 리스크나 지정학적 변수 등에 따라 달러 강세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있어 유동성 관리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한편 연준의 다음 FOMC는 2025년 10월 28~29일로 예정돼 있으며, 이후 12월 9~10일에 열린다. 9월 회의의 의사록은 10월 8일 공개될 예정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