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 전년 대비 약 20% 감소세... 연체율 10년 來 최고
가맹점 수수료 인하 타격...혜자카드 없애고 프리미엄 마케팅

챗 GPT를 활용한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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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군제(11월 11일),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13일), 북미 블랙프라이데이(11월 28일)까지 이어지는 이 시기는 통상 카드사 입장에서 “연말 대목”으로 불렸다. 국내 쇼핑 축제인 코리아세일페스타까지 겹치면 온라인몰, 오프라인 백화점, 편의점, 배달앱까지 카드 할인이 쏟아지는 시기였다. 


◇ 해외직구 대목인데…BC·우리카드만 조용히 등장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비씨카드는 올해 11월 알리익스프레스와 손잡고 글로벌 쇼핑 시즌을 겨냥한 행사를 진행 중이다. 마스터카드 브랜드 비씨카드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일정 금액 이상 결제하면 8달러 안팎을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우리카드도 우리 마스터카드를 이용해 100달러 이상 결제 시 15달러를 깎아주는 행사를 11월 중순까지 진행한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주요 카드사들이 코리아세일페스타와 광군제, 블랙프라이데이 일정에 맞춰 온라인몰·해외 직구·편의점·배달앱을 묶은 이벤트를 앞다퉈 내놨다. 특정 기간 동안 일정 금액 이상 쓰면 3만원, 5만원을 현금처럼 돌려주거나, 해외 가맹점 결제 시 10%를 깎아주는 식이었다. 

하지만 올해 11월, 소비자가 체감하는 혜택의 크기와 폭이 분명히 줄었다는 점에서 같은 시즌을 바라보는 풍경은 확연히 다르다.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해외 직구 시장이다. 온라인 해외 직구 규모는 2022년 이후 11분기 연속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광군제·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해외 직구 이벤트를 연 곳은 BC카드와 우리카드 두 곳뿐이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신한·삼성·우리·비씨 네 곳이 동시에 알리익스프레스 등에서 해외 결제 할인을 내놨다. “어느 카드가 더 많이 깎아주나”를 비교하는 소비자 후기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줄줄이 올라왔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참여 카드사 수부터 절반으로 줄었다. 이벤트 규모도 “정해진 예산 안에서 얇게 나눠 쓰는 구조”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알리익스프레스·징둥·아마존 등 글로벌 플랫폼은 올해에도 광군제와 블랙프라이데이 일정을 한 달 가까이 이어가며 전자제품·패션·생활가전 특가를 쏟아내고 있다.  플랫폼 차원의 할인 열기는 여전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국내 카드사 프로모션은 “예년만 못하다”는 것이 온라인 직구족의 공통된 체감이다.


◇ 무이자 할부는 남았지만…“특별함 없다” 


KB국민카드는 11월 한 달 동안 ‘조이풀 페스티벌(Joyful Festival)’이라는 이름의 연말 행사를 열고 있다. 온라인몰·외식·생활업종 등에서 일정 금액 이상 결제 시 최대 111만원 상당의 쇼핑 지원금과 각종 캐시백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행사들도 대체로 전월 실적 조건과 업종 제한이 붙어 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충성도가 높은 고객에게 더 주는’ 구조로 설계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예전만큼 체감도가 높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로 커뮤니티에는 “카드사 이벤트가 있기는 한데, 조건이 많아서 잘 안 쓰게 된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밖에 현대·롯데·신한·삼성·비씨·우리·농협·하나카드는 5만원 이상 결제 시 2~5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카드사는 6~10개월 할부에 대해 일부는 고객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카드사가 부담하는 부분 무이자도 운영한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겉으로 봐서는 혜택이 풍성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프로모션은 11월에만 등장하는 특별 행사라기보다는, 연중 반복되는 상시 이벤트에 가깝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제 2~3개월 무이자 정도는 소비자도 기본으로 인식한다”며 “연말 대목이라고 해서 이전보다 눈에 띄게 조건이 좋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형 가전 온라인몰·마트·편의점 등에서도 “2~3개월 무이자”·“부분 무이자”라는 문구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예전처럼 10개월 이상 장기 무이자, 고액 캐시백을 앞세운 대대적인 행사는 눈에 띄게 줄었다. 카드사들은 가맹점과 비용을 나눠 부담하는 대신, 기간을 줄이고 대상 가맹점을 좁히는 방식으로 비용을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수능·광군제·블랙프라이데이가 이어지는 이른바 ‘연말 대목’에도 카드사들이 전반적으로 조용해진 배경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재무·규제 환경의 변화가 있다. 그 중심에는 “혜자카드의 퇴장”과 “프리미엄 카드로의 쏠림”이 자리 잡고 있다.


혜자카드의 퇴장, 프리미엄 카드만 남은 구조 


예전에는 전월 실적이 크지 않아도 마트·통신비·대중교통·배달앱까지 폭넓게 깎아주는 카드가 많았지만, 지금은 같은 이름을 달고 있어도 할인 한도는 줄고 전월 실적 기준은 높아진 경우가 많다.

반대로 연회비 수익은 뚜렷하게 늘고 있다. 상반기 8개 전업 카드사의 연회비 수익은 7000억원대 중반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카드사들은 연회비 10만~200만원대 프리미엄 카드를 늘리고, 항공 마일리지·호텔·라운지·골프 혜택을 앞세운 상품에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 생활비를 아끼는 용도였던 혜자카드는 줄고, 자산 수준이 높은 고객을 겨냥한 카드가 전면에 나온 셈이다.

상반기 기준 신용·체크카드 이용액은 595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7% 늘었다. 소비 자체는 여전히 카드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카드사가 손에 쥐는 이익과 건전성 지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 8곳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2251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4990억원보다 18.3%(2739억원) 줄었다.

연체율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6월말 기준 전업 카드사 총채권 연체율은 1.76%로, 지난해 말 1.65%에서 0.11%포인트 올랐다. 2014년말 1.69% 이후 1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2021년 말 0.84%였던 연체율이 2022년 말 0.99%, 2023년 말 1.23%, 2024년 말 1.35%로 계속 높아진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카드사가 빌려준 돈을 떼일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여기에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도 겹쳤다.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을 0.5%에서 0.4%로 낮추는 등 우대수수료 인하가 이어지면서, 자영업자 부담은 줄었지만 카드사 수수료 수익은 더 줄었다. 카드사는 줄어든 수수료를 연회비·이자수익·비용 절감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결국 카드사들은 생활형 할인 중심 카드 혜택을 줄이고, 비용 부담이 큰 장기 무이자 할부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소비자는 ‘혜자카드가 사라졌다’고 느끼고, 카드사는 ‘지금 구조에서는 예전 수준의 혜택 경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최근 카드업계 흐름을 고려하면,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카드 더 받기’가 아니라 ‘카드 공부’에 가깝다”며 “예전과 같이 연말 할인 혜택을 기대보다는, 각 카드사의 무이자·부분 무이자·제휴 할인 조건을 비교해 실제 생활 패턴에 맞는 카드를 고르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카드 혜택으로 얼마나 아끼는지보다, 카드 사용액과 빚을 어떻게 관리할지 점검하는 쪽이 지금 환경에는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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