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송언석 벌금 400만원...정치적 타격 최소화
재판부 "불법 수단 동원" 질타에도 "공론화 의도 정치적 동기" 판단
민주당 기소 의원 10명은 별도 재판 진행중...박주민 등 28일 결심 공판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이 1심에서 모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징역형을 구형했던 주요 인사들도 벌금 수준에 그치면서 의원직 및 지자체장 직위는 유지하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장찬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특수공무집행방해와 국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소속 전현직 의원 및 관계자 27명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어 나경원 의원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벌금 2000만원, 국회법 위반 혐의에 벌금 400만원을 각각 받았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각각 벌금 1000만원과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국회의원은 일반 형사 사건에서 금고 이상, 국회법 위반 사건에서는 벌금 5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는다. 나 의원과 송 원내대표 모두 국회법 위반 혐의 형량이 500만원에 미치지 않아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검찰은 앞서 나 의원에게 징역 2년, 황 전 총리에게 징역 1년6개월, 송 의원에게 징역 10개월과 벌금 200만원을 각각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모두 벌금형으로 판단했다.
이밖에 나머지 의원들도 모두 의원직 상실 기준 이하의 형을 받으며 모두 현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당시 국회의원 신분이던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또한 내년 지방선거 출마에 법적 제약이 없게 됐다. 고 장제원 전 의원에 대해서는 지난 4월 사망으로 공소가 기각됐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국회가 마련한 의사결정 방침을 그 구성원들이 스스로 위반한 첫 사례"라며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며 "헌법과 법률을 누구보다 엄격히 준수해야 할 의원들이 불법 수단으로 동료 의원의 활동을 저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들이 문제점을 공론화하려는 정치적 동기로 범행에 나아간 점, 사건 이후 여러 차례 선거를 거치며 정치적 판단이 이뤄진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2019년 4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법안 등을 둘러싼 여야 극한 대립 속에서 채이배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원실에 가두거나 의안과 사무실, 정개특위·사개특위 회의장을 점거한 혐의로 2020년 1월 기소됐다.
한편 당시 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총 10명으로, 이종걸·박범계·표창원·김병욱·박주민 의원 등이다. 이들에 대한 결심공판은 오는 28일 열릴 예정이다.
한편 이번 판결로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은 법적 지위는 유지했지만, 유죄가 인정된 만큼 향후 정치적 부담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두 차례 총선과 지방선거가 치러진 만큼, 향후 대권·지선·총선 진출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측은 선고 전 논평을 내고 "오늘 사법부의 선고는 소위 '동물국회'라는 오래된 오명을 넘어서, 국회가 다시는 폭력과 점거, 감금이 통하는 공간이 아님을 분명히 선언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재판부의 엄정한 법 집행이, 특권 의식에 기대 국회를 무법지대로 만들려는 시도를 단호히 끊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