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극우' 포용에도 지지율 독주..한동훈 "'극우의 스크럼'에 '개혁연대'로 대응"
한동훈 불출마로 지지표 분산 전망..주진우 특검 수사 속 출마
윤희숙 혁신위 좌초 위기...전대 계기 당 정체성 재정립 필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설인호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설인호 기자. 

8월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이 당 정체성을 둘러싸고 혼란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출마자들이 '극우', '쇄신', '개혁' 등 각기 다른 구호를 내걸고 노선 경쟁에 뛰어들면서, 이번 전당대회가 보수 정체성 확립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대항마로 거론되던 한동훈 전 대표가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권 구도마저 안갯속에 빠져들고 있다.

또한 윤희숙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원회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표류 중인 상황임을 감안하면, 당 안팎의 쇄신 요구는 희망사항에 그칠 수 있다는 회의적 시선도 있다.


김문수 대항마 한동훈 불출마...지지표  어디로?


한 전 대표는 24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보수가 다시 자랑스러워지는 길을 멈춤없이 뚫고 나가겠다"며, 출마 대신 외곽에서 당 '극우화'에 대항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전 대표는 "우리 당을 진짜 보수의 정신으로부터 이탈시켜 극우로 포획하려는 세력들과는 단호히 싸우겠다"며, "퇴행 세력들이 '극우의 스크럼'을 짠다면 우리는 '희망의 개혁연대'를 만들어 전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는 '윤어게인'이 아니라, 보수가 다시 당당하고 자랑스러워지도록 바로 세우는 '보수어게인'"이라고 덧붙였다.

한동훈 전 대표의 불출마는 단기적으로는 당권 경쟁에서의 후퇴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당외 개혁 연대나 보수 진영 재편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주진우 뜬금 출마... 특검 수사 대상의 '방탄 출마'


같은 날 주진우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젊고 강한 보수"를 내세우며 보수정당의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 복귀론"과 "계엄 옹호론"에 선을 긋고, 당과 대통령실 모두가 과거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는 김문수 전 지사 등 '보수 회귀' 세력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주 의원은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 재직 당시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된 통화 개입 의혹으로 이명현 특검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정가 일각에서는 주 의원의 출마를 "채상병 특검 방탄용"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연합뉴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연합뉴스. 

김문수 독주, '혁신 후보 단일화'는 요원 


한 전 대표의 불출마 이후 전당대회 구도는 김문수 전 지사의 우세 속에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지사는 윤 전 대통령의 복귀를 주장하는 극우 세력과의 연대 의지를 고수하며 핵심 지지층을 다지고 있다.

지난 5일~7일 실시된 스트레이트뉴스 의뢰, 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국민의힘 지지층 615명 대상)에 따르면, 김문수 후보가 33.7%로 1위를 기록했고, 불출마한 한동훈 전 대표가 20.1%로 뒤를 이었다. 이어 장동혁(11.5%), 나경원(11.2%), 안철수(7.1%), 조경태(5.8%) 순이었다.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조원씨앤아이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전 지사의 독주에 조경태 의원은 '혁신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며 견제에 나섰지만, 다른 개혁 성향 후보들과의 연대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특히 한 전 대표의 지지층이 어느 후보로 이동할지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희숙 혁신위 표류... 제도·인적 쇄신 모두 무산 위기


윤희숙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최근 △당대표 및 최고위원 결선투표제 도입 △윤리위 독립성 보장 △청년·여성 공천 20% 이상 의무화 △기득권 중진 불출마 권고 등의 내용을 담은 쇄신안을 공개했다. 그러나 지난 23일 의원총회에서 해당 안건은 사실상 거부됐다.

특히 윤 위원장은 인적 쇄신 대상으로 나경원, 윤상현, 장동혁, 송언석 등 4인을 실명으로 지목했다. 이에 대해 해당 인사들은 침묵하거나 공개 반발했으며, 현재까지 사퇴 의사나 쇄신 참여 의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지도부 역시 쇄신 흐름과 거리를 두고 있다. 송언석 사무총장 등은 최근 '아스팔트 극우'로 분류되는 전한길 한국사 강사가 관여한 '리셋코리아' 행사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며, 극우 이미지와의 단절 의지가 미흡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8월 전대, 당 정체성 시험대... '쇄신'이냐 '극우' 고착화냐


오는 8월 전당대회는 국민의힘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가늠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김 전 지사는 표면적으로 '정통 보수'를 지향하지만, 당선될 경우 '극우' 성향 인사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며 외연 확장에 제약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조경태, 안철수 등 개혁 성향 후보들이 일정한 결집에 성공한다면 쇄신의 동력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현재 판세를 볼 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전당대회 결과는 2026년 총선 전략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과에 따라 당내 교집합 형성이 어려워질 경우, 일부 의원들의 탈당이나 제2보수정당 창당 등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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