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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메타팩트] 갈라파고스 증후군에 신음하는 한국
[김작가의 메타팩트] 갈라파고스 증후군에 신음하는 한국
  • 김태현 작가 (bizlink@hanmail.net)
  • 승인 2018.07.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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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영역의 이익’에 매몰된 한국 사회
처벌 무거운 법보다 형평성 잃은 법 더 무서워
법치주의의 핵심은 자의성(恣意性) 배제
공평무사한 판결과 엄정한 법 집행이 해법

고름은 시간이 지나도 살이 되지 않는다. 썩어 문드러졌던 이 사회의 고름들이 앞 다퉈 터져 나오고 있다.

엉망진창도 이런 엉망진창이 없다. 정윤회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건(2014년)이나 이석수 특별감찰관 기밀 유출 사건(2016년)이 프레임 전환 없이 원칙에 따라 처리되었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인(囚人)까지는 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쏟아져 나온 ‘좁은 틀’의 표준들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쏟아져 나온 ‘좁은 틀’의 표준들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2016년, 드루킹 사건이 제대로 파헤쳐졌다면 노회찬 의원이 유명을 달리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담배 두 갑을 훔친 청년은 무조건 구속에 1년 형을 선고받지만,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가족을 비롯한 이른바 ‘유산자’들은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거나”, “다툼의 여지가 있거나” 둘 중 하나에 웬만하면 영장 기각이거나 집행유예다.

기업 갑질 신고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기업의 갑질이 도마 위에 오른 지는 오래다. 한쪽에서는 대법원장과 행정처장이 상고법원 설치에 목을 맨 나머지 민주주의의 신성한 권리를 걷어찬 사건 탓에 시끄럽고, 다른 쪽에서는 내란혐의 관련 보고를 두고 국방부 수장을 향한 대령의 하극상이 벌어지고 있다.

모두 큰 틀이 아닌 좁은 틀의 표준에 매달리면서 초래된 사건들이다. 엄정한 법 집행보다 상황논리에 따른 법 집행, 원칙이 아닌 변칙, 공정성보다 관행을 앞세운 사건들이다.

한국은 갈라파고스 천지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뱃길로 1,000km가량 떨어진 곳에 갈라파고스 군도가 있다. 진화론을 주창한 찰스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도착했던 곳이다. 그곳에는 거기에 적합한 고유종들이 살고 있다. 그 생물들에게 갈라파고스라는 시스템은 지구를 넘어 범우주적 표준이다. 그곳 외에 다른 세계를 모르기 때문이다.

2007년, 휴대전화 인터넷망 ‘I-mode’를 개발한 일본 게이오 대학의 나쓰노 다케시(夏野剛) 교수는 이처럼 좁은 시장을 염두에 둔 표준만 집착하는 바람에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현상을 ‘갈라파고스 증후군(Galapagos syndrome)’이라 불렀다.

그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은 브랜드는 한때 IT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던 소니와 파나소닉이다. 두 브랜드는 최첨단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기술과 서비스를 국제 표준에 맞추지 않고 일본 소비자들의 성향에 맞추다가 1990년대 이후 세계시장으로부터 고립됐다.

고립으로 인해 독특한 생태계가 형성된 갈라파고스 군도(자료:icetrail)
고립으로 인해 독특한 생태계가 형성된 갈라파고스 군도(자료:icetrail)

일본의 사회학자들은 갈라파고스 증후군을 사회로 확대해 ‘전체를 보지 않고 좁은 일본만 보는 현상’을 ‘잘라파고스(Japan+Galapagos)'라고도 부른다. 한국에서는 ’콜라파고스(Korea+Galapagos)‘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콜라파고스, 즉 전체를 보지 않고 자신이 속한 좁은 영역만 살피는 현상은 우리 사회 곳곳에 암세포처럼 퍼져 있다. '님비(Not In My Back Yard)'와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는 이런 현상의 전형이다.

기업 간에도 자신이 속한 기업만 살피느라 대한민국 전체 기업환경은 생각할 겨를이 없다. 사사건건 자당 이익 챙기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정치권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그야말로 콜라파고스들의 힘겨루기 한판이다. 이처럼 좁은 영역만 살피는 집단들의 이전투구가 활개를 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사건 하나가 불거져 우리 사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명문화된 법의 집행 여부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잔치가 풍성한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의 면허 취소 문제다. 이 사건을 거울삼아 콜라파고스 가득한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을 짚어보자.

공평무사한 판결과 엄정한 법 집행

‘독일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밤베르크(Bamberg)市, 레그니쯔(Regnitz)강이 바로크,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로코코 등 다양한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을 끼고 흐른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을 용케 피해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그곳에, 눈을 가린 채 왼손에는 천칭을 오른손에는 서슬 퍼런 칼을 든 정의의 여신상이 서 있다. 가린 눈은 선입견이나 편견 없는 공평함을, 천칭은 판결의 형평성을, 칼은 엄정한 법 집행을 의미한다.

독일 밤베르크市를 지키는 정의의 여신상(자료:bamberg city)
독일 밤베르크市를 지키는 정의의 여신상(자료:bamberg city)

인천지법 부천지원을 비롯한 우리나라 각급 지방법원에도 거의 동일한 모습을 한 여신상이 서 있다. 그런데 대법원에 설치된 여신상은 조금 다르다. 천칭을 든 것은 같지만, 칼 대신 법전을 낀 채 눈을 부릅뜨고 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올곧게 정의를 바라보는 눈과 한국적인 정의의 여신을 표현했다”고 했지만, 한때 세간의 입방아에 지속적으로 오르내렸다. 부릅뜬 눈으로 정의가 아니라 선입견과 편견을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말이다. 상고심 법원 설치 문제로 삼권분립마저 위태롭게 만든 양승태 대법원장 사태가 터진 마당이라,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속담이 자동적으로 떠오를 법한 대목이다.

우리 사회는 그간 법 앞에 공평했던가? 그렇다고 답하기에는 우리가 처한 현실과 시민들이 느끼는 법 감정이 너무 불공평하다. 이유는 한비자의 아래 가르침을 오랫동안 따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위세가 행사되고 가르침이 엄하면 어기지 않으며, 나무람과 칭찬이 일정하면 비판하지 않는다.”

지켜져야 법이고, 예외가 없어야 법이라는 말이다. 시민들은 처벌이 무거운 법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키면 되기 때문이다. 정작 시민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동일한 법이 다르게 적용되는 상황이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알 수 없어서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수상(자료:저서 '싱가포르를 나아가게 하는 힘겨운 진실들'/theleadertheteacher)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리콴유 전 싱가포르 수상(자료:저서 '싱가포르를 나아가게 하는 힘겨운 진실들'/theleadertheteacher)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이 지점에 싱가포르를 지금의 선진국으로 키워 낸 고 리콴유 전 수상(1923~2015)의 비결이 숨어 있다. 그는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길에 버릴 경우, 투기자가 누구인지를 불문하고 2,000달러의 벌금을 내거나 1~2km에 이르는 거리를 직접 청소하게 했다. 정경유착처럼 덩치가 큰 사건에는 그보다 더 엄격한 처벌을 강제했다.

싱가포르 사람들이 ‘처벌 무거운 법’에 적응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약으로 찌든 지금의 필리핀보다 그다지 나을 게 없었던 싱가포르 사회는 대번에 깨끗해졌다. 그게 불과 25년 전, 30년 전 일이다.

그런데 싱가포르가 사회 각 부문에서 투명성을 쌓아가며 경제발전을 이루는 동안, 필리핀은 투명한 마약에 찌들었고, 한국은 투명성 없는 경제발전에 만족해야 했다. 그 과정에 불법과 탈법, 비리라는 악성 엔트로피가 사회 내부에 축적됐고, 지금 우후죽순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자의성 배제하는 법치주의 따라야

지난 2017년 12월, 대구상공회의소를 방문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업 갑질이 폭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정부기관이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쁜 것이 관행으로 자리를 잡은 경향이 큽니다. 새로운 법・제도 개정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있는 법・제도를 엄정하고 공정하게 집행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것이 개혁의 시작입니다.”

외국인 임원 선임으로 문제가 된 저비용항공사 진에어의 운명이 갈림길에 놓여 있다. 한쪽 길은 국토부가 법을 엄격하게 적용해 면허를 전격 취소하는 것이다. 다른 쪽 길은 관용을 베풀어 면허 취소까지는 가지 않는 것이다. 유권해석을 아무리 확대한다 해도, 현행 항공사업법 상 외국인 임원 선임은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김포공항 계류장에서 이륙을 준비 중인 진에어의 항공기 ⓒ스트레이트뉴스
김포공항 계류장에서 이륙을 준비 중인 진에어의 항공기 ⓒ스트레이트뉴스

국토부는 비공개 청문회를 세 차례 열어 회사 측 입장을 듣고 난 후에 면허 취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법대로 하자니 2,000여 명의 임직원 실직, 외국인 주주(12%)에 의한 투자자-국가간소송(ISD) 제기 가능성 등 후폭풍이 우려되고, 관용을 베풀자니 직무유기 논란에 휩싸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만약 국토부가 면허를 취소한다면 ‘재량권 남용’이나 ‘과잉 처벌’이 될까? 유럽과 미국, 일본 등도 국가 안보를 위해 외국인 임원을 제한하고 있지만, 단 한 명도 허용하지 않는 국가는 우리뿐이다. 그런 점에서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 ‘자의적 해석’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외국인 에밀리 리(조현민)가 진에어 임원으로 재직한 6년 동안 국토부가 어떤 지적이나 행정지도도 없이 면허를 세 번이나 갱신해 준 점도 ‘행정권 남용’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콜라파고스 증후군과 밤베르크市를 지키는 정의의 여신상이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의 다른 이름은 법치(法治)다. 법치주의는 영국의 ‘법의 지배(Rule of Law)’와 독일의 ‘법치국가(Rechtsstaat)’ 개념으로부터 나왔다. 그 핵심은 ‘자의성(恣意性)의 배제’다. ‘재량권 남용’이나 ‘과잉 처벌’,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 자의적 해석’과 같은 핑계는 아예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항공사업법이 외국인 임원 선임 시 면허 취소 조항을 규정해 놓은 이유가 국토 안보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항공사업을 영위하는 진에어라는 사업자가 이미 그 법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알고도 법을 어겼다는 의미다. 밀란 쿤테라의 책 제목처럼 ‘참을 수 없는 법의 가벼움’이다. 항공업계에 발병한 콜라파고스 증후군이다.

그런 점에서 “국토부가 면허를 세 번이나 갱신해주지 않았느냐”는 진에어의 ‘책임전가성’ 볼멘소리는 재고(再考)의 여지가 없다. 국토부가 만약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콜라파고스 증후군 환자 노릇을 한다면, 이 사회에 지금보다 더 큰 암 덩어리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을 하나 더 만드는 것뿐이라는 점, 잊지 말아야 한다.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쁜 것이 관행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김상조 위원장의 말을 새겨야 할 때다. 사회 곳곳에서 이런저런 관행이 법을 누르려 하는 지금이 특히 더 그래야 할 때다.

아직 처리해야 할 콜라파고스 증후군이 우리 사회 곳곳에 독버섯처럼 도사리고 있다. 자의성을 엄격히 배제하는 법치주의에 따라 법을 어긴 항공업자를 처리하고, 결격사유가 있음에도 면허를 세 차례나 갱신해준 국토부 관계자들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 과정에 뇌물이 오갔는지도 살펴야 한다. 이 사건은 콜라파고스 박멸의 시금석으로 간주돼야 한다.

고름이 살이 되는 법은 없다. 마찬가지로 미봉책이 문제를 해결하는 법도 없다. 이미 있는 법과 제도만이라도 엄정하고 공정하게 집행해 우리 사회를 비관에 젖게 하는 콜라파고스 증후군을 뽑아내야 한다. 국토부의 단호한 결단을 촉구한다.
김태현bizlin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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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 2019-07-15 19:42:00
무능한정부 공정해지자
좋은 뉴스네요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