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도전, 국가적 총력전으로 접근해야

조성진 기자
조성진 기자

“이제는 더 큰 발걸음을 내딛어야 할 때입니다. 위대한 새로운 미국의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며, 이 나라가 우주 개발에서 명확히 선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할 시점입니다. 이는 여러 면에서 우리가 지구에서 맞이할 미래의 열쇠가 될지도 모릅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국립 항공우주박물관(National Air and Space Museum)’을 가면,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를 기념하는 우주선이 전시되어 있다. 1961년 4월 12일 소련이 인류 최초로 유리 가가린을 우주로 발사하며 냉전시대가 우주에서 막을 열었다.

소련의 우주 프로그램 성공 직후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린든 존슨 부통령에게 “미국이 우주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고, 한 달 조금 지난 1961년 5월 25일, 케네디는 미국 의회 합동회의 연설에서 인간의 달 탐사를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당시 케네디 대통령의 이 연설은 왜 ‘달에 첫 발을 디디는 사람이 미국인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이유를 설명하는 데 초점이 있었다. 그는 미국의 달 탐사 계획을 “지금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유와 폭정 간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으로 규정했다. 

미국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폴로 문샷(Apollo Moonshot)’의 시작이다.  그러나 여론이 마냥 긍정적인 건 아니었다. 아폴로 1호 화재로 우주인 3명이 희생되는 등 인명 피해가 있었고 무엇보다 “예산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케네디 대통령의 달 탐사 계획 연설이 있던 1961년부터 국 항공우주국(NASA) 예산은 1960년 대비 89% 증가했고, 다음 해에는 다시 101% 인상되었다. 

NASA 예산은 1966년에 전체 미국 연방정부 예산의 4.4%까지 치솟았다.  성공여부를 장담할 수 없었던 아폴로 계획에만 약 250억 달러(현재 가치로 약 2000억 달러 이상)를 쓴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1969년 7월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을 태운 아폴로 11호가 달 표면 착륙에 성공했고, 전 세계 6억 명 이상이 TV를 통해 이를 시청했다. 이후 ‘문샷’이란 표현은 ‘거대한 목표를 향한 고위험·고성과의 혁신적 도전’을 뜻하는 비유적 표현으로 확장했다. 

2016년 7월 어느날. 워싱턴 D.C. ‘국립 항공우주박물관(National Air and Space Museum)’에서. 사진 : 조성진 기자
2016년 7월 어느날. 워싱턴 D.C. ‘국립 항공우주박물관(National Air and Space Museum)’에서. 사진 : 조성진 기자

지난달 집권한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운동 시절부터 ’코스피 5000’ 달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도전은 한국 자본시장의 문샷이다. 이는 단순한 주가 상승을 넘어, 시장 신뢰·기업가치·글로벌 위상을 함께 끌어올리는 국가적 도약이며, 한국사회가 ‘금융 선진국’이라는 새로운 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전략적 발사다.

실제 코스피는 올해 들어 약 32% 상승하며 2021년 고점(3305)에 접근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이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JP모건은 지난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아시아 및 신흥국 가운데 핵심 비중확대 시장으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코스피 지수가 향후 5000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경기침체 여파로 국내 기업들은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기업경기조사 결과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6월 전 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0.2로 전월보다 0.5포인트 내렸다.

한국은행은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2.50%로 동결했지만, JP모건은 다음달 금통위에서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코스피 5000’의 꿈이 끝내 허상으로 돌아갈 경우, 글로벌 시장의 신뢰 저하와 투자자 이탈로 이어질 것은 너무 자명한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JP모건은 “한국 자본시장의 개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가정 아래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추가 매수를 권한다”며 “관세 이슈, 성장 둔화 우려, 채권시장 불안정성과 같은 외부 충격들은 되레 빠른 매수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JP모건의 청사진처럼 ‘코스피 5000’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장 체질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먼저 기술적으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투자 전략, 토큰 증권(STO) 등 신기술의 도입이 자본시장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제도적으로는 공매도 제도의 개편,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 상속세·배당세 등 세제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주주 이익 중심’의 시장 철학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동시에 기업에도 지속 가능성과 책임 경영을 요구함으로써, 시장 전반에 균형 잡힌 성장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문샷’은 단지 상징이 아니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향을 정하고, 그 방향을 향해 국가적 자원과 의지를 결집하는 총력전이다. 지금 한국 자본시장은 더 큰 도약을 향한 발사대 위에 서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과연 ‘더 큰 발걸음’을 내딛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우리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다.

‘코스피 5000’이라는 목표도 마찬가지다. 단기 급등이나 정치적 구호에 그쳐선 안 된다. 기술이 앞서고, 제도가 뒷받침하며, 시장 참여자의 철학이 성숙할 때 비로소 그 문샷은 현실로 착지한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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