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실효성, 공시와 세제 정비가 좌우”

(왼쪽부터)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
(왼쪽부터)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

국내 자본시장이 ‘밸류업(Value-Up)’ 정책의 지속 추진과 동시에 세제 개편이라는 복합적 변수에 직면하면서 향후 흐름에 대한 논쟁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밸류업을 통한 시장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하고 있으나, 법인세·거래세 등 세제 개편안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는 상황이다. 


◇ “공시보다 중요한 건 시장 감시…세제는 종합 정비 필요” 


3일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트레이트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시제도 보완보다 중요한 건 시장의 모니터링”이라며 “총주주환원율(TSR)이 지속적으로 낮은데 공시를 하지 않는 기업에는 소통을 요구하는 시장 압력이, 공시한 기업에는 이행 점검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밸류업 활성화를 위해 단순한 공시제도 보완보다 시장의 모니터링과 세제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21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을 지낸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도 기업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이용우 대표는 “기업의 수익성과 자본비용 구조를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며 “회사 자본비용이 5%인데 기대수익률이 4%라면 마이너스가 되고, 반대로 기대수익률이 6%라면 투자비용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같은 경우는 이를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공지한다”며 “현재 국내 환경에선 투자자들이 이를 인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밸류업 지원방안세미나에 앞서 인사말 중인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한국거래소 제공.
윤석열 전 대통령 정부부터 추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관련 행사에 참여한 모습. 한국거래소 제공.

세제 개편 방향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세제는 재정·예산 관점과 함께 장기보유·주주관여 유인도 고려해야 한다”며 “개정 상법도 소극적 의사결정, 소송 위험 확대로 이어지지 않게 장기협력적·건설적 주주관여가 뒤따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우 대표는 “세제 개편 방향의 경우, 밸류업 활성화를 위해 50억 규모 지원뿐 아니라 전반적인 세제 자체를 어떻게 할 것인지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며 “부동산 양도소득세 공제, 주식 투자 공시제도, 종합소득세 공제 제도 등 전체적인 조세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동시에? 


전문가들의 주문이 이어지는 이유는 정책의 방향이 엇갈릴 경우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은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주주환원 문화를 확산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밸류업 프로그램은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공시 강화 등이 핵심이며,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의 ‘PBR 1배 미만 기업 압박’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밸류업은 단기 부양책이 아니라 구조 개선 성격이 강하다”며 “투명한 정보 공개와 주주환원 정책이 함께 가야 외국인 투자 유입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세제 개편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 정부는 법인세 정상화와 거래세 조정을 통해 과세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지만, 투자자들은 장기투자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증권거래세·양도세 확대 논의는 외국인 자금 흐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코스피 5000’을 말하면서도 세제 개편으로 시장 심리를 식게 만든 것은 모순”이라며 “밸류업 효과가 세제 정책에 가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밸류업 정책과 맞물려 공시제도 개편도 추진된다. 기업들이 자사 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가운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와 페널티 병행도 거론된다.

그는 “결국 핵심은 밸류업과 세제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다”며 “밸류업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가속페달이지만, 세제 강화는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브레이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며 “기업과 투자자가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충격을 완화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국내 10대 그룹 밸류업 전원 참여


한편 이날 한국거래소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GS가 계획을 공시하면서 10대 그룹 전체가 밸류업 공시를 마무리했다. 상장사 기준으로는 10대 그룹 115곳 가운데 49곳이 참여했다. 같은 기간 메리츠금융지주, 현대모비스, DB증권은 주기적 공시를 제출했으며, 특히 메리츠금융지주는 분기마다 이행 현황을 공개해 총 6차례 공시를 진행했다.

공시 효과는 주가 흐름에도 나타났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162개 기업의 주가는 올 들어 8월 말까지 평균 31.4% 상승했다. 코스피 상장사 중 공시 기업의 수익률은 34.1%로 전체 평균보다 1.3%포인트 높았고, 코스닥은 21.6%로 평균 대비 4.1%포인트 앞섰다. 이에 따라 주주환원 등 가치 제고 기업으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같은 기간 33.2% 뛰었다.

관련 상품 투자 규모도 커졌다. 지난달 말 기준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 12개 종목의 순자산총액은 8294억원으로, 지난해 11월 첫 설정 당시 4961억원 대비 67% 늘었다.

공시 확대와 함께 자사주 매입·소각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기업은 27곳, 소각을 결정한 기업은 25곳이었다. HMM은 2조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고, 메리츠금융지주(5514억원), 네이버(3684억원) 등도 대규모 소각에 나섰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대형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안착을 이끌고 있다”며 “향후 중견·중소기업으로 확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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