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x한국핀테크산업협회 토론회
지급·청산·결제 동시 처리로 속도↑비용↓

‘원화 스테이블코인 활용과 확산을 위한 해결과제’ 토론회 참석자 무리.
‘원화 스테이블코인 활용과 확산을 위한 해결과제’ 토론회 참석자 무리.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이 시가총액 2988억 달러·송금 28조 달러 시장으로 커지는 가운데, ‘규제 도입 타이밍 리스크’ 대응을 위해 은행과 핀테크기업의 오픈 경쟁과 외환·자금세탁방지(AML) 등 패키지 법안 정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시총 2988억달러·송금 28조달러…규모로 증명된 스테이블코인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활용과 확산을 위한 해결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문철우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러·우 전쟁 이후 다극화가 뚜렷해지고 많은 나라들이 달러 의존을 줄이려 한다”며 “원자재 결제, 역내 무역, 디지털 결제에서 자국 통화 기반 가치사슬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발행사가 미 국채를 대규모 매입해 국채 수요를 늘리고 달러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한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주요국의 대응도 언급했다. 그는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추진했지만 중앙집중형 통제 우려로 확산에 제약을 받았다”며 “홍콩을 거점으로 민간 주도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해 위안화 기반 영향력을 넓히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EU·영국·일본·인도·UAE 등도 자국 통화 기반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서두르는 것은 다극적 통화 질서에 대비하는 국가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결제 혁신의 성격도 분명히 했다. 문 교수는 “화폐는 종이가 아니라 기술이 됐다”며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이메일이 우편과 팩스를 대체했듯 속도·접근성·저비용으로 결제 영역에서 파괴적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적 접근의 한계도 지적했다. 그는 “중앙은행은 새 기술에 보수적”이라며 “혁신은 언제나 민간에서 일어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 먼저, 비은행은 나중이라는 점진론으로는 국제 질서 변화에 대응하는 과감한 혁신을 만들기 어렵다”며 “시간의 싸움이므로 공정하고 자유시장 원칙에 입각한 오픈 경쟁 구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테이블코인. 연합뉴스 제공.
스테이블코인. 연합뉴스 제공.

발행 구도에 대해선 ‘기회 개방과 동일 규율’을 제안했다. 문 교수는 “해외 주요국은 은행과 비은행 모두에 기회를 열어주면서 동일한 자본·준비금 요건을 요구한다”며 “우리도 은행·비은행·플랫폼·기술기업 모두가 참여하도록 문을 열어 창의적 활용처를 만들고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사례를 들어 경고도 전했다. 그는 “영국은 과도한 신중함으로 파운드화의 의미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며 “이 경고는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안정성과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현명한 접근”이라며 “엄격하고 공정한 규제와 민간의 창의성, 경쟁 구조가 한국의 통화주권을 지키고 글로벌 질서 재편에서 뒤지지 않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이근주 핀산협 회장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2988억 달러 수준으로 커졌고, 2028년에는 최대 2조 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다”며 “송금 규모가 이미 28조 달러를 넘어 기존 결제 네트워크를 압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관련 법 제정을 통해 제도화를 추진하고, 일본·홍콩 등도 속도를 내고 있다”며 “뒤처지지 않으려면 정책·인프라·시장 적용을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소상공인 즉시 정산·무역 자동화…한국은 ‘타이밍 리스크’ 경고 


서병윤 DSRV 이사는 “거래 기록은 매 초마다 쌓이는데 이를 검증·기록하는 방식을 바꾼 것이 블록체인”이라며 “작업증명에서 지분증명으로 진화하며 전 세계 검증인이 몇 초 만에 교차 확인해 블록을 만들고, 그 결과가 체인에 암호학적으로 결합된다”고 말했다. 그는 “메이저 프로토콜에서 거래 기록이 해킹되거나 변경된 사례는 없었다”라며 “획기적인 발명”이라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결제의 경제성도 짚었다. 그는 “이더리움에선 이더(ETH)가 거래 수수료이자 검증 보상으로 쓰인다”며 “0.0000 단위의 수수료로도 송금이 가능하고 검증인은 수수료로 보상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더스캔에서 보듯 USDC 같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송금이 수수료 몇백원 수준으로 처리된다”며 “인터넷망을 빌려 쓰는 프로토콜이 전 세계 송금 시스템을 사실상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거시 결제와의 구조적 차이도 강조했다. 전통 금융은 지급→청산→결제가 분리돼 있어 소상공인이 카드 대금을 받기까지 며칠씩 대기한다. 반면 블록체인은 지급·청산·결제가 동시에 일어나 수 초 내 정산이 가능하다. 스테이블코인을 쓰면 원↔원, 달러↔달러로 즉시 결제가 가능해지고 무역 대금도 전 세계 어디서든 몇 초 만에 받을 수 있다.

그는 국내 산업에 미칠 파급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서 이사는 “소상공인은 결제 대금을 즉시 수취하고 수출기업은 환전·정산 지연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라며 “무역서류와 조건을 스마트컨트랙트로 묶으면 복잡한 무역 결제도 자동화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K-컬처 팬덤처럼 카드가 없는 해외 이용자에게도 저비용·저마찰 결제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서병윤 DSRV 이사.
서병윤 DSRV 이사.

해외 동향을 근거로 ‘타이밍 리스크’를 경고했다. 그는 “비자·마스터카드를 넘어서는 규모의 온체인 결제 트래픽이 나오고 있다”며 “페이팔·글로벌 결제사들이 스테이블코인과 손잡고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싱가포르는 XSGD 등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실거래를 이미 굴리고 있고, JP모건도 자체 스테이블코인으로 B2B 결제를 파고들고 있다”며 “우리는 너무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발행·참여 구조에 대한 제언도 내놨다. 그는 “은행 주도의 안정성은 필요하지만 은행만으론 혁신이 나오기 어렵다”며 “핀테크 등 비은행이 ‘메기 역할’을 하도록 문을 열고 동일한 준비금·자본 요건 아래 공정 경쟁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네트워크 선택, 규제·감시 체계, 화이트리스트·트래블룰 등 인프라를 동시에 정비해야 한다”며 “법만 통과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성진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 과장은 “스테이블코인과 동시에 안전장치를 만드는 방향에 대해 실무진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철 한국은행 전자금융팀 팀장은 “스테이블코인만큼이나 예금토큰(중앙은행 디지털화폐, CBDC)도 상호 보완해야 할 시점”이라며 “시장에서 예금토큰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명재현 KG이니시스 상무는 “페이팔 등은 자사 서비스 앱 유저 인터페이스에 스테이블코인을 접목했다”며 “국내에서 K-컬쳐를 접목해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한다면 외국인 사용자의 이용 편의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기국회서 쟁점 정리·패키지 법 정비”…외환·AML 동시 개편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법 관련 4개 법안을 이미 발의했고, 당의 디지털자산위원회도 발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본격적으로 제도 설계의 큰 틀을 잡아가겠다”며 “현장의 쟁점을 정리해 실행 가능한 로드맵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국제 동향을 언급하며 대응도 촉구했다. 안 의원은 “유럽연합(EU), 일본,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 경쟁국들이 스테이블코인 제도를 빠르게 정비하고 있다”며 “우리가 이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의 내부결제나 해외 송금에 적용하면 환전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케이팝 공연 티켓 등 문화산업 결제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이 ‘고속도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려에 대해서는 관리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안 의원은 “통화관리 약화, 불법자금 이동, 코인런 같은 걱정이 있지만 충분히 관리 가능한 이슈들”이라며 “스마트컨트랙트의 통제 장치, 합리적 규제, 국제 공조가 함께 작동하면 위험을 막고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은 국제 경쟁력으로 키우고, 단점은 기술과 제도로 보완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스테이블코인만 따로 추진할 수 있느냐, 디지털자산 전반의 틀 없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있다”며 “또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로 스테이블코인이 성공하겠느냐’는 의문도 있지만, 그 질문에 우리가 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기할 이유가 없다”며 “한국은 K-컬처와 글로벌 제조·유통 네트워크 등 강한 실수요 기반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
민병덕 민주당 의원.

글로벌 경쟁과 타이밍도 강조했다. 민 의원은 “EU, 홍콩·싱가포르, 일본은 이미 속도를 내고 있고 중국도 본격화 조짐을 보인다”라며 “우리가 먼저 시작해야 주도권을 잡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자리 잡으면 해외송금과 글로벌 내부결제의 환전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라며 “공연 티켓 등 문화산업 결제의 고속도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행 주체에 대해선 ‘은행과 혁신기업’ 병행을 주문했다. 민 의원은 “은행 주도 모델에 동의한다”며 “하지만 은행만 하면 혁신이 생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기업이 ‘메기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몇 년 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나 해외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더 편해져 우리의 통화주권이 약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한국이 기축통화국도 아니고 국채를 담보로 운용되는 것도 아닐 텐데 효용이 있겠느냐’는 냉소가 있다”며 “하지만 다른 나라에선 코인 거래를 넘어 해외송금과 신용카드까지 나오고 있어 뒤처지면 기술과 시장 모두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빨리 도입한다는 기조가 있었다”며 “그런데 국회에선 두 ‘거두’를 빼면 이해도가 높지 않고 쟁점이 정리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입법이 시작되면 외국환거래법, 자금세탁방지법 등 여러 법제를 함께 손봐야 한다”며 “큰 폭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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