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7일 앞둔 20일 핫라인 구축
분단이후 첫 정상 통화 이뤄질 듯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첫 핫라인이 20일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김 위원장이 남측 땅을 밟아 문 대통령과 첫 악수하는 순간이 전 세계에 생중계될 예정이어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연출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을 7일 앞둔 오는 20일 핫라인(Hot line·직통전화) 구축을 완료하여 시범통화를 한다는 방침이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7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17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상 간 핫라인은 실무적으로 20일께 연결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마 그때쯤 시범통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7일과 14일 남북이 두 차례 만나 통신 실무회담을 개최했고 지난 2000년 남북 정상 간 첫 핫라인 구축 당시 4일 만에 이뤄진 점 등을 미뤄 봤을 때, 20일까지 핫라인 구축을 완료하는 데 기술적인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정상통화를 하게 될 경우, 분단 이후 첫 남북 정상 간 통화가 된다.

핫라인 설치는 남북 간 긴급 상황이 발생할 때 빠른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사태 악화 등을 예방할 수 있다는 측면 등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1월 판문점 채널이 재가동되면서 현재 남북이 수시로 연락을 할 수 있지만, 핫라인과 판문점 채널이 가동되지 않던 기간 정부는 긴급 상황에도 라디오 방송, 판문점 육성 등을 통해 의사소통을 해야 했다.

또 국제사회 어느 나라 정상도 김 위원장과 직접 통화 후 관련 내용을 공개한 적이 없어 남북 정산 간 첫 통화에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핫라인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통화를 하기로 한만큼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과 노동당 중앙당사 집무실에 각각 설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과 우리 비서실 격인 노동당 서기실에 설치될 가능성도 있다.

전화기에는 비화기(祕話機)가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비화기는 도청 등을 피하기 위해 일반 음성 신호를 음어(陰語)로 변환해주는 특수 장치로, 군에서도 지휘관들이 보안이 필수인 작전 사항과 관련된 대화는 비화기를 통해 주고받도록 하고 있다. 비화기는 남북이 모두 동일한 기기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북측 비화기를 받아와 설치하거나 우리측 비화기를 북측이 가져가 설치해야 한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처음 구축됐다.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쓴 회고록 '피스메이커'에 따르면 2000년 6월 제1차 남북 정상회담 때 당시 김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서 핫라인 설치를 제안했고, 김 전 위원장이 동의하면서 처음 설치됐다.

그러나 당시 핫라인은 정상 간 직접 통화가 아니라, 국정원과 노동당 통일전선부에 설치된 뒤 간접적인 방식으로 정상의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설치 후 정상 간 직접통화는 없었지만 김대중 정부 마지막 날까지 핫라인은 가동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 당시에도 전화기는 국정원에 설치됐으나, 이 당시에도 역시 북측에서 전화가 오면 간접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북측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정상회담을 8일 앞둔 19일 오전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한 관광객이 '경의선 장단역 증기 기관차'를 바라보고 있다. / 뉴시스
남북 정상회담을 8일 앞둔 19일 오전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한 관광객이 '경의선 장단역 증기 기관차'를 바라보고 있다. / 뉴시스

이번 핫라인이 설치되더라도 누가 먼저 전화를 걸고, 몇 시에 통화해야하는 지 등의 문제가 남아있다. 이같은 절차는 실무회담 등을 통해 추가적인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양 정상간 첫 악수 순간부터 주요일정을 함께하는 등의 행보는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전파될 예정이다.

남북 정상회담 의전·경호·보도 관련 2차 실무회담에 참여했던 권혁기 청와대 춘추관장은 지난 18일 결과 브리핑을 갖고 "양 정상이 처음 악수하는 순간부터 생방송으로 전 세계에 알리기로 합의했다"고 밝히며 "(북한이) 흔쾌히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일에 있었던 1차 실무회담에서 우리 측이 생중계를 제안했고, 이후 북한 측이 내부 검토를 거친 끝에 후속 실무회담에서 '생중계'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확답을 줘 합의에 이른 것이다.

생중계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 사실을 회담 개최에 앞서 확정하고 공개한 것은 앞선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 비춰볼 때 파격적이다. 지난 2000년 남북 첫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포함한 수행단 모두 평양 순안공항에 내리기 직전까지 김정일 위원장이 나올 거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당시 북한의 경호는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임동원 당시 국가정보원장은 자신의 회고록 '피스메이커'에서 김 위원장이 김 대통령의 동선과 일정이 사전에 공개된 데 대해 불쾌감을 나타내며 일정을 하루 앞당기거나 늦추자고 까지 제안했다고 밝혔다. 우리 측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북한은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시점에 '기술적 준비관계'를 이유로 회담을 하루 연기하자고 요청했고, 이를 수용했다.

임 전 원장은 회고록에 "우리는 이것을 '김정일 위원장이 공항을 영접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중략) 김 위원장과 관련된 일정은 북한 내부에서도 끝까지 보안이 유지되는 것이 상례였고, 북측의 갑작스러운 일정변경은 이례적인 것도 아니었다"고 썼다. 대통령 전용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뒤 김정일 위원장을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영접 나온 사실을 몰랐다는 게 당시 관계자들의 공통된 기억이다.

이와 비교할 때 김정은 위원장이 날짜뿐만 아니라 회담일 오전 이동 시간과 동선까지 사전에 합의하고, 이를 생중계로 내보내는 데까지 합의했다는 것 자체가 파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예고한 시각 예고한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고 동선을 사전에 정하면 보안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외부 방해세력'과 '불순세력'을 우려했던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과 상반된다.

일각에서는 안전을 중시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달리 동선을 예고한 배경에는 '미국이 전쟁을 걸어오지 못할 정도의 핵 단추를 사무실 책상에 놓았다'는 자신감과 비핵화 해법 모색 의지가 복합적으로 깔려있다는 관측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하자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지난 1월 육성 신년사에서는 "미국은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한다. (미국은)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는 것이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대내외에 공언했다.

그는 동시에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공세적으로 꾀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특사로 보내고,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를 평양에서 만나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데 이어 중국을 깜짝 방문해 북·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일련의 흐름 속에서 자신감이 더해지면서 '생중계 예고'라는 모험 감행을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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