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상 잠정 타결 하루 만에 불협화음
재무장관 "관세 연기...무역전쟁 중단"
무역대표부"중국 변화 없으면 관세 의존"
WSJ "트럼프 무역 아젠다 더욱 복잡해져"

미국과 중국이 지난 주말 무역협상을 잠정 타결했지만, 하루 만에 미국의 경제팀에서는 잡음이 쏟아져 나왔다. 양국은 서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데에 뜻을 모으면서 서로를 향하던 관세폭탄을 일단 중단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미 재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20일(현지시간)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산에 대한 관세를 놓고 이견을 드러냈다. 이를 놓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로 엇갈린 신호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아젠다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 시진핑-류허 '한마음' vs. 트럼프 경제팀 '동상이몽'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20일 오전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보류할 것"이라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연기한다고 말했다. 므누신과 더불어 래리 커들로 백악과 국가경제위원장 역시 ABC 및 C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이 협상을 통해 무역전쟁을 피하는 쪽으로 '많은 진전'을 이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므누신 장관의 발언이 나온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로버츠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중국이 자국 경제에 “실질적인 구조적 변화”를 만들지 않는 한 미국은 투자 제한이나 수출 규제 등을 비롯해 관세에 여전히 의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므누신 장관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또,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중국이 ”실질적 구조 변화를 반드시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을 전제 조건으로 강조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수천만 개의 미국 일자리 미래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중대 사안임을 부각했다.

현재 미국은 중국 이외에도 멕시코, 캐나다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 중이다. 또 유럽을 비롯한 다른 교역국들과도 알루미늄 및 철강 수입관세를 놓고 협상중이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잠정 타결한지 하루 만에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분열이 포착되면서 트럼프의 무역어젠다는 더욱 복잡해질 우려가 커졌다고 WSJ는 지적했다. 

결국 미국은 내부적으로 의견 일치가 없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와 류허 경제부총리가 한몸처럼 움직이며 미국을 압박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경제팀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도널드 존슨 전 USTR 대표는 미 행정부 내 충돌이 미국의 무역 협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존슨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류허 부총리의 입장은 같다”며 “반면 우리 쪽은 너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므누신과 커들로 백악관 NEC 위원장은 협상파이지만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강경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나바로는 베이징에서 열린 1차 미·중 무역 협상 때 므누신과 갈등을 빚었고, 그 과정에서 고성과 욕설까지 오갔다. 

◇ "트럼프, 김정은 압박 위해 中 ZTE 제재완화 양보"

다만, 미국과 중국이 2차 무역협상 결과물로 무역불균형 해소라는 공동 목표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에는 의의가 있다. 중국은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 수입을 늘리기로 했고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일단 보류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금액은 나오지 않았지만 WSJ는 미국이 '2000억달러'의 무역적자를 줄이자고 중국을 압박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가장 우려해온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방지를 위한 방안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그러나 양국의 이번 공동성명은 정치적 합의에 불과할 뿐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미국이 가장 우려해온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방지를 위한 방안도 원칙적 수준만 합의할 뿐 구체성은 결여됐다. 또,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ZTE(중싱통신)에 대한 미국의 제재완화 문제가 합의안에 담기지 않은 것도 잠재적 뇌관이 될 수 있다.  ZTE는 미국의 제재를 받은 이후 반도체 등 휴대폰 부품을 구할 수 없어 파산위기까지 몰리고 있으며, 미중 무역 분쟁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중국은 일단 ZTE의 제재 해제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이 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성공적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의 지원이 필요해 일단 협상을 마무리했다는 분석이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매우 제한적이고 잠정적인 합의”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순조로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과의 일시적인 평화를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한 것 같다”고 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태도를 돌변한 것을 두고 '시진핑 배후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가 중국의 도움을 얻기 위해 ZTE 문제를 양보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ZTE가 통신기기를 이란과 북한에 밀반출한 혐의를 잡고, 미국 기업들에게 앞으로 7년 동안 ZTE에 부품을 공급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이로 인해 ZTE가 파산위기까지 몰리자 시진핑이 ZTE에 대한 제재 취소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점에서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철수를 시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도움을 얻기 위해 시 주석의 이같은 부탁을 들어 주었다고 SCM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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