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건설은 지난 7일 이라크 투자위원회(NIC)에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 계약 해지를 통지했다. NIC가 공사 진행에 따른 대금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한화건설은 아직 제대로 받지 못한 돈이 6억2900만달러(약 898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계약 해지는 오는 27일쯤 효력이 발생한다. 그때까지는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양측의 의견 차이가 커 사업이 계속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NIC는 한화건설의 결정에 반발했다. NIC는 "(비스마야 프로젝트) 계약자에 모든 비용을 지불했다"며 오히려 한화건설이 공사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화건설이 계약서에 적힌 10만가구 가운데 지금까지 2만400가구만 지었으며, 그마저도 9000가구는 미완성이라고 했다. NIC는 "계약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2012년 계약 체결부터 2년 안에 1만5000가구를 공급해야 했지만, 실제로 2014년까지 공급된 물량은 1440가구에 그쳤다"며 "2014년 이후 매년 2만25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약속에도 2만400가구만 지어졌다"고 했다.
NIC 주장의 일부는 맞다. 한화건설은 외부 상황 때문에 공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수주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이슬람국가(IS) 활동 등으로 공사를 계획대로 진행하기 힘들었다. 이라크 측의 공사비 연체가 이어졌다. IS가 무너지고 다시 공사가 진행됐지만, 코로나 감염증이 현장을 휩쓸었다. 한화건설은 2012년과 2015년 NIC와 비스마야 신도시 및 주변 인프라 건설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100억달러(약 14조원) 이상으로 한국 해외건설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현재 공정률은 신도시와 인프라가 각각 약 38%, 26%다.
계약 해지로 한화건설이 큰 손실을 보는 것은 아니다. 미리 받은 선수금이 있어서다. 한화건설에 따르면 선수금과 기성금(공사 진행에 따라 받는 대금) 규모가 43억2000만달러(약 6조2000억원)에 달한다. 미수금도 분쟁 해결 절차 등을 통해 최대한 환수할 수 있다. 한화건설이 이달 말 지주사인 한화에 흡수되는 점도 사업 철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합병 전 부실 가능성이 높은 비스마야 사업을 정리하는 셈이다.
손실과 별개로 한화건설은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여 수주했던 사업에서 철수하게 됐다.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남동쪽으로 약 10㎞ 떨어진 곳에 18㎢ 규모로 계획된 초대형 주택단지 개발사업이다. 서울 여의도 면적 6배 넓이에 60만명이 살 수 있는 신도시로 계획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수주를 위해 이라크 현지를 세 차례나 방문한 일화는 유명하다. 2012년 5월 첫 계약 때는 김 회장뿐만 아니라 김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도 동행했다. 김 회장은 2014년 비스마야 현장을 방문할 때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준비한 광어회 600인분을 자신의 전용기로 공수해 한국인 직원을 격려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유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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