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 언어폭력, '갈라치기'에 '성혐오'까지
안철수 'MB 아바타' 이은 자충수 기록될 듯
지난 27일 TV토론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내뱉은 '성혐오'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생방송 토론장에서 정작 다뤄야 할 주제는 외면하고 여성의 신체 부위를 언급하며 '젓가락'을 운운했던 것. 여성과 아이들의 귀에 실시간 박힌 '언어폭력'을 어떻게 하나.
이준석 후보가 기사에 인용하기도 민망한 표현을 동원한 속내는 무엇일까. '실언'이라기보다 다분히 의도된 발언이란 해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아들이 과거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을 빗대 '비호감' 이미지를 부각하려 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준석 후보는 이튿날 "불편할 국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해명했다. 불편할 줄 알면서도 일부러 꺼냈다는 뜻인가. 우리 정치판이 이처럼 저열한 전략까지 동원할 정도로 망가졌냐는 개탄이 나온다.
하긴 국민은 지난해 12월 3일 벌어진 내란 사태에 더해 백주대로를 활보하는 내란수괴 혐의자의 안하무인 행보에 이미 어안이 벙벙한 상태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경악스러운 대한민국, 그 풍랑 한가운데를 의정활동 1년여에 불과한 한 정치인이 '깐죽'인다.
이준석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내세운 건 청년·미래를 필두로 한 '세대교체론'이다. 그럴싸하지만 '갈라치기'와 '혐오'를 내세워 이대남 표심을 끌어당기겠다는 얄팍한 전략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번 노림수는 역풍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덧붙여 '젓가락' 발언은 대선 종료 후에도 입에 오르내릴 '최악 수준의 망언'으로 기록될 수 있다. 유권자가 생각하는 '이준석' 이미지는 '청년'도, '세대교체'도 아닌 '젓가락'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2017년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엇비슷한 지지율을 기록하며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대항마를 자임했다. 잘 나가는가 싶던 안 후보는 TV토론에서 뜬금없이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고 말해 스스로 '자폭' 단추를 눌렀다. 안 후보는 그렇게 스스로 'MB 아바타'가 됐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선거 시국에 자주 회자되는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책 제목이다. 생각하지 말라는데 오히려 더 생각하게 된다. 이준석 후보는 그렇게 자신의 정치적 수사 '감옥'에 스스로 갇혔다.
정치인이 '젓가락'을 보면서 떠올려야 하는 것은 여성의 성기가 아니라 한 끼 식사를 걱정하는 국민이다. 귀담아 들어야 하는 것은 '팸코'의 '성차별' 댓글놀이가 아니라 근근히 하루를 버티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한숨이다.
아울러 '금수저', '흙수저'로 대물림되는 부의 불평등 해소를 위한 고민이어야 하며, 길이를 맞춰 나란히 놓인 젓가락처럼 단정히 정리된 정책이어야 할 것이다. 감동도 서사도 없는 이준석 후보의 40년 인생이 쌓아온 가치관은 무엇인가. 상당수 국민의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