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지엠(GM) 사태에 직면하자 초기 혼선을 빚는 모습을 보였지만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주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GM은 스웨덴과 독일에서 지원을 받고도 철수한 전력이 있어 향후 협상과정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와 지도부와 한국 GM노조 면담에서 김재홍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군사지회 지회장이 침통한 표정을 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와 지도부와 한국 GM노조 면담에서 김재홍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군사지회 지회장이 침통한 표정을 하고 있다.

배리 엥글 제너럴모터스(GM) 총괄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21~22일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산업은행 회장을 줄줄이 만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당시 잇단 면담에서 정부는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 등 3가지 원칙을 내세우며 예상밖의 강경입장을 고수했다. 면담 직후 GM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한국GM에 빌려준 7000억원 규모의 채권 회수 결정을 '실사 마무리' 이후로 유보했다. 부평공장 담보 요구도 철회했다. 

GM은 지난달 18일 한국 정부에 4가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청 내용은 ▲GM본사 차입금 27억달러 규모의 출자전환시 산은 현재 지분비율(17.02%)만큼 참여 ▲향후 10년간 28억 달러 신규투자에 산은 참여 ▲2월말 만기가 도래하는 GM본사 차입금 5억8000만 달러를 위한 공장 담보 제공 ▲세제지원 등 외국인투자기업 인센티브 제공 등이다. 

정부는 초기에 부처 간 미숙한 대응으로 걱정을 자아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GM의 요청사실을 쉬쉬하다가 군산공장 폐쇄의 뒤통수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국GM사태의 주무부처는 산업부이고 조율은 기재부가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한국GM은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발표했다. 이날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의 주재로 산업부 차관, 금융위 사무처장, 산업은행 부행장이 한국GM의 진행상황을 논의한 결과, 객관적이고 투명한 실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이 GM측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는 이후 GM 측에 '3대 원칙'을 제시하면서 안정적으로 협상테이블에 앉기 시작했다. 3대 원칙은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 ▲주주·채권자·노조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장기적으로 생존 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 등이다. 

한국GM 사태 해결의 주무부서는 산업부라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그런데 '주무부처'라는 산업부의 역할이 눈에 띄질 않는다. 기재부와 산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커보였다. 

배리 엥글 사장은 지난 21일 이종걸 산은 회장에 이어 22일 오전에 기재부 1차관을, 산업부 1차관은 같은 날 오후에 만났다. 주무부처 차관을 제일 마지막에 만난 셈이다. 

김 부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GM과 협의과정에서 관계부처와 기관 간 역할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기재부와 산업부, 금융위원회가 공동으로 대응하겠다. 대외발표 등 한목소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산업부를 창구로 맡기는 식으로 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의 리더격은 기재부"라며 "누가 리더를 하느냐보다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봐야 하고 만약 리더가 누구냐고 한다면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수장은 부총리"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산업부가 '주무부서'라고 했지만 백 장관은 기재부가 리더격이라면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비쳐진다. 

정부와 GM은 한국GM의 경영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산은과 GM 간 재무실사 실시에 합의했다. 산은이 삼일회계법인을 실사 담당기관으로 선정했으며 GM측과 실사진행을 위한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런 과정에서 일자리 관련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적극 검토 입장을 밝혔다. 한국GM 군산 공장의 폐쇄로 실업자가 늘어나면 이를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부총리는 지난 22일과 23일 잇따라 추가경정예산 편성 입장을 전했다. 그는 "한국GM도 그렇고 지역경제 활성화도 그렇고 지방선거와 연결시킬 의도가 추호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만들겠다"며 "추경 편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향후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인한 실업을 염두에 두고 GM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행보로도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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