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돈 건넨 관련자-통신 내역 조사

투신해 숨진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댓글 조작 의혹 사건의 주범 '드루킹' 김모(49)씨 측한테 '후원금 협박'을 받았는지에 대해 특검 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사진=뉴시스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사진=뉴시스

24일 허익범(59·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드루킹 수사팀은 노 원내대표가 드루킹과 그가 이끈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으로부터 금전을 미끼로 협박을 받은 것은 아닌지 수사할 계획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정치 자금을 건넨 드루킹 측을 수사 중이고, 관련자 소환조사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서울 중구 신당동 소재 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투신(投身)하기 전 자필로 4장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는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에게 4000만원을 받았다"며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그간 노 원내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초점을 맞췄지만 전날 사고 이후 공여자 측인 드루킹 일당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특검팀은 노 원내대표가 정치 후원금을 받은 것을 매개로 드루킹 측에게 발목을 잡힌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드루킹이 노 원내대표에게 후원금을 건넨 뒤 경공모의 청탁을 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등 사실상 협박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특검팀은 앞서 확보한 경공모 회원들의 통신내역을 먼저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경공모와 노 원내대표 측 사이에서 어느 정도 연락이 오갔고,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특검팀은 앞선 경찰·검찰 수사로 확보한 증거 외에도 필요하면 추가 증거도 확보할 예정이다. 노 원내대표 측에 대한 통신 내역 등을 추가 확인함으로써 경공모와의 연관성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물적 증거 외에도 경공모 회원들을 소환 조사하는 등 인적 증거도 확보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경공모 회원들로부터 노 원내대표와 드루킹 사이의 관계 및 돈이 건네진 구체적인 경위와 전후 맥락을 추궁할 방침이다.

특히 드루킹의 최측근이자 노 원내대표와는 고등학교 동창 사이인 도모(61) 변호사에 대한 조사가 집중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도 변호사는 노 원내대표에게 드루킹을 소개해준 인물이다.

도 변호사는 필명 '아보카'로 경공모의 핵심 역할을 맡은 인물이다. 그는 경공모가 노 원내대표에게 2차례에 걸쳐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건넨 데 관여한 혐의 등으로 체포돼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으로부터 기각 결정을 받았다.

애초 특검팀은 전날 도 변호사를 석방 이후 처음으로 불러 조사하려 했으나 노 원내대표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일정을 취소했다. 다만 특검팀이 후원금 협박 의혹을 샅샅이 확인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향후 도 변호사에 대한 수차례의 소환조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검팀은 이 같은 의혹을 규명하는 게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허익범 특검은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 원내대표의) 명복을 깊이 빌고 유가족에게 개인적으로도 깊고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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