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몸이 허해졌으니 보약을 먹어야 되겠다’ 라고 하고, 한의원을 찾아서 처방을 받거나 홍삼, 산수유 등의 건강식품을 찾기도 합니다. 또 설날과 같은 명절에 부모님이나 친지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보약의 의미로 건강식품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유통되는 건강식품들이 정작 보약의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보(補)의 의미에 적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보(補)라는 글자는 옷의 (衣)자와 도울 보(甫)라는 두 글자가 합해져서 만들어졌습니다. 옷으로써 돕는다는 말이 되는데요. 옷은 추위나 더위로부터 몸을 보호해서 기후변화에 적응하게 하기 위해서 입는 것입니다. 또한 비, 바람을 막아주고 피부의 습도조절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보의 의미입니다.

흔히 몸이 허해지면 홍삼, 인삼이나 녹용과 같이 양기를 돋워서 몸을 덥히는 약만 보약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의학에서 보는 조절의 개념입니다. 우리가 계절에 따라서, 날씨에 따라서 옷을 달리 입듯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적 특성과 인체 날씨에 따라서 보하는 양상이 모두 다릅니다. 즉, 개개인의 상태에 맞게 조절해 주는 것이 보입니다.

몸이 찬 사람에게는 덥히는 약이 보약이 되겠지만, 몸이 더운 사람에게는 서늘하게 해주는 것이 보약이 되는 것이지요. 또한 감기에 자주 걸리는 경우에도 찬바람, 건조한 공기, 무더운 날씨 등의 외부요인으로부터 몸을 건강히 조절할 수 있도록 그 상태에 맞도록 적절히 옷을 입히는 역할을 보약이 하는 겁니다.

이렇게 보약이란 것은 고정불변하게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수험생인 조카나 연로하신 부모님에게 보약을 지어드리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건강식품이나 보약은 독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약, 특히 그 중에서도 ‘보약은 무조건 몸에 좋고 부작용이 없는 무난한 약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굉장한 오해이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보약이나 건강식품도 복용시의 몸상태에 맞아야 몸에 보탬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먼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것입니다. 제가 실제 임상에서 진료할 때 환자의 호소하는 증상과 원인이 다른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환자 스스로는 덥다고 느끼는 경우, 실제로 몸은 찬데 허열이 떠서 덥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환자의 호소와는 반대로 몸을 덥게 해주는 보약을 써서 증상이 호전되고 몸상태가 개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반대의 상황 또한 많은데 환자가 냉감을 호소한다고 해서 단순하게 몸을 덥혀준다는 보약이나 건강식품을 복용하면 큰 낭패를 보기 쉽습니다.

요즘 진단없이 몸에 좋다고 하는 건강식품이나 보약을 복용한 후에 부작용으로 한의원을 찾는 환자분들을 많이 봅니다.

몸에 좋다는 약을 먹었는데도 오히려 몸이 더욱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는 분, 손발이 따뜻해진다고 추천받아서 건강식품을 먹었는데 그 후로 손발이 더욱 차서 진짜 큰 병이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시는 분, 갱년기 여성에게 좋다는 약을 먹고 오히려 체중이 늘고 얼굴로 열이 오르는 것이 심해지는 분 등 많은 분들이 정확한 진단없이 몸에 좋다는 말을 믿고 잘못된 복약을 하신 경우입니다.

옷을 고르고 살 때 자신에게 딱 맞는 사이즈, 날씨에 맞는 소재의 옷을 고르듯이 보약도 전문의에게 잘 진단받고 자신에게 딱 맞게 처방받아 잔병치레 없는 건강한 삶을 보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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