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공직선거법’ 27일 국회 본회의 통과
대화와 협치 아닌 몸싸움과 장외투쟁으로 얼룩진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과 조국 정국으로 슬로우트랙된 여의도 정가
공수처 법안 30일 임시국회에서 표결, 동물국회 재연 가능성
2019년 국회 100점 만점에 37점, 국민 85.3% 의원 교체 원해
국민 간접민주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 국회의원 소환제 요구 높아
2019년은 국내정치와 국제통상, 외교, 사회 등 모든 면에서 어느 때보다 우울했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기쁨을 안겼고, 영국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 소속 골잡이 손흥민은 새벽잠을 설치게 했으며, 낙태죄가 제정된 지 66년 만에 폐지되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제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유치원 개학연기 사태부터 선거법과 공수처법 표결까지 잠시도 평온한 적이 없었다. 정치는 패스트트랙과 조국 정국으로 얼룩졌고, 전직 대법원장이 사법 사상 최초로 구속됐으며, 고유정, 안인득, 장대호 등 흉악 범죄자는 계속해서 나타났다. 경제성장률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인 2.0%로 예측되고, 청년 취업률과 노인 빈곤율, 자살율은 개선될 기미가 없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 스트레이트뉴스는 2019년을 달군 10대뉴스 키워드로 ▲NO JAPAN과 지소미아(GSOMIA), ▲국회 파행, ▲급랭한 남북미 관계, ▲조국 정국, ▲양승태 구속, ▲홍콩 민주화 시위, ▲화성 연쇄살인범, ▲대형참사와 자연재해, ▲G2 무역전쟁, ▲구설 끊이지 않은 연예계 등을 선정했다.<편집자주>
<목차>
① [사회] 일본 불매운동 ‘NO JAPAN’과 지소미아(GSOMIA)
② [정치] 패스트트랙 등 ‘동물국회’로 극한 대치한 여의도 정가
③ [통일] 역사적인 하노이 만남 이후 급랭한 남‧북‧미 관계
④ [정치] ‘퇴진’과 ‘수호’로 한반도의 가을 양분한 조국 사태
⑤ [사회] 사법 71년 역사에 치욕 오점 남긴 양승태 사태
⑥ [국제] ‘송환법’ 반발해 불타오른 홍콩 민주화 시위
⑦ [사회] 화성 연쇄살인범 이춘재와 흉악범 고유정.안인득.장대호
⑧ [환경] 대형참사‧가뭄‧산불‧폭염‧태풍...고통의 지구촌
⑨ [국제] 일시 휴전했지만 불씨 여전한 G2(미중) 무역전쟁
⑩ [사회] 불법촬영‧성폭행‧도박...구설 끊이지 않은 연예계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어제(27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이 2019년 내내 되풀이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극한대립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 2019년 성적은 초라함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다. 법안 처리율에서 헌정 사상 최악이었던 19대 국회(32.9%)도 넘지 못한 30.5% 언저리다. 국회는 두 달 이상 멈춰섰고, 협치와 대화의 자리에 몸싸움과 장외투쟁, 고집만 들어앉았다.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은 예산안 처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예산안을 처리할 법정 시한은 12월 2일이었지만, 신경 쓰는 정당은 없었다. 예결특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구성에 대한 이견으로 또 멈추고, 패스트트랙이 발목을 잡아끌었다. 결국 법정 시한 8일이 경과된 12월 10일 내년도 예산안은 밀실에서 졸속으로 처리됐다.
패스트트랙 탓에 슬로우트랙된 여의도정가
발단은 선거제 개혁안과 공수처 법안, 검경수사권 조정안.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사사건건 부딪쳤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과 공조했고, 자유한국당은 대화 대신 거부에 이은 몸싸움과 장외투쟁을 택했다.
한국당은 바른미래당 사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의 사보임을 막기 위해 채이배 의원을 사무실에 감금하고, 국회 2층과 4층의 사개특위 및 정개특위 회의장을 막고 나섰다. 소속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총동원됐다. 국회 복도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침실로 바뀌었다.
민주당은 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국회 의안과 진입을 시도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해 방호원들까지 뒤엉켰다. 일명 빠루(노루발못뽑이)와 쇠망치, 장도리가 등장하면서 집단 패싸움을 방불케하는 동물국회가 연출됐다.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다치는 일까지 발생했다. 자유한국당은 2012년 전신인 새누리당이 발의해 통과시켰던 국회선진화법을 몸짓으로 어겼다.

정개특위가 선거제 개혁안을, 사개특위가 검찰개혁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자, 결국 4월부터 국회는 올스톱됐다. 의원 110명에 대한 고소와 맞고발이 이어졌다. 자유한국당은 사실상 ‘국회 보이콧’을 선언하며 장외로 나갔다.
여름 달군 조국 정국에 함몰된 국정감사
봄이 패스트트랙 정국이었다면, 여름과 초가을은 조국 정국이었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두고 잠복해 있던 불씨가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의 법무부 장관 지명과 동시에 터져 나왔다.
10월 2일 시작된 국정감사는 온통 조국 정국이 관통했다. 거의 모든 국감장이 조국으로 들끓었다. 국론은 ‘조국 수호’ 서초동과 ‘조국 퇴진’ 광화문으로 나뉘었고, 정치는 실종됐다. 조 전 장관은 결국 임명 35일 만에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조국 사태는 어제(27일) 법원이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당시 대학입시 공정성이 문제로 부각되자, 여야 4당은 ‘국회의원 자녀 전수조사’ 법안을 경쟁적으로 내놨다. 위원회를 꾸려서 국회의원 자녀를 대상으로 대학 입학에 부정은 없었는지 살피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그저 말뿐이었다.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지난 11월 27일, 공수처 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12월 3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지만, 여야 간 싸움은 더 첨예해졌다. 민주당은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야당들과 ‘4+1’ 공조를 통한 법안 처리에 들어갔다.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가 단식을 벌이고 필리버스터로 시간을 끌면서 원천 봉쇄를 기도했다. 12월 16일에는 한국당 지지자들이 국회에 모여 여당 의원에게 테러를 가하기도 했다. 사상 초유의 국회난입 사건, 그 중심에 당 대표가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27일 공직선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이어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안이 상정됐다. 28일 현재, 국회에서는 필리버스터 2차전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번 국회 임시회 회기는 오늘(28일)로 마지막이다. 내일(29일) 자정부터는 필리버스터를 하려 해도 할 수 없다. 다음 임시국회는 모레(30일) 열릴 예정이고, 이때 공수처법 표결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 한 번의 몸싸움이 연출될 수 있다.
우리 국민은 국회를 어떻게 생각할까?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뉴스1 의뢰)이 시민 1011명에게 20대 국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100점 만점에 36.94점이 나왔다(12월 17일).
응답자 중 71.3%가 50점 이하라고 답한 가운데, ‘빵점’을 준 시민도 무려 13.9%나 됐다. 그만큼 국회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당연히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교체돼야 한다는 응답이 85.3%로 압도적으로 높았다(대폭 교체 55.2%, 중폭 교체 30.1%).
그중 한국당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4일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의뢰)는 시민 501명을 대상으로 국회 마비사태에 대한 정당 책임성 인식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53.5%가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당으로 자유한국당을 지목했다. 민주당이라는 응답은 35.1%였다. 오차범위(95% 신뢰 수준 ±4.4%p)를 크게 벗어난 수치다. 한국당은 53.5%만큼, 민주당은 35.1%만큼 회광반조(廻光返照, 자신을 되돌아 봄)할 일이다.
국회 파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파행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국회의원의 ‘무노동 유임금’이 계속된다면, 간접민주제에 따른 구태의 종말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 직접민주제, 특히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았던 2019년이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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