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인뱅 설립 임박...스테이블 코인·CBDC 등 위협
금리경쟁력 밀리는 카드사..중금리 시장서도 고전
이재명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에 업권별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은행권은 ‘상생금융’을 전면에 내세운 반면, 보험업계는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에 방점을 찍었다. 카드사는 다자녀 가구 지원, 증권업계는 코스피 5000 달성, 디지털 자산 업계는 기본법 제정이 주요 키워드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신정부 금융권 과제」시리즈를 통해 각 업권의 특성과 민심을 반영한 정부의 맞춤형 금융정책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이재명 정부가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통한 중금리 대출 시장 확대에 시동을 걸면서, 카드업계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결제 수수료 수익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카드업계가 중·저신용 고객까지 인터넷은행에 내줄 경우 수익성 악화와 건전성 훼손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 제4인터넷은행 추진에 카드업계 ‘긴장’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서민과 소상공인 등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중금리대출 특화 인터넷은행 설립을 약속한 바 있다. 중금리대출은 주로 신용점수 하위 50%를 대상으로 연 6~18% 수준의 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으로, 현재는 인터넷은행 3사와 저축은행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제4인터넷은행이 출범하면 제2금융권뿐 아니라 카드업계 고객 이탈도 가속화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집계한 올해 상반기 민간 중금리대출 금리 상한은 인터넷은행이 8.16%로 가장 낮고, 카드사는 12.39%로 상호금융(9.91%)보다도 높았다. 저축은행은 무려 17.14%에 달했다. 금리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카드업계로선 새로운 인터넷은행의 등장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게다가 본업인 결제 부문 수익성도 악화일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 관련 영업비용은 8조4825억 원으로, 전년보다 2.79% 감소했다. 이는 5년 만의 첫 감소세다. 이 비용에는 가맹점 수수료, 현금서비스 수수료, 회원 유치 비용 등이 포함된다.
수익성 악화는 실적에 바로 반영됐다. 올해 1분기 전업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6047억 원으로, 전년 동기(7244억 원)보다 16.5% 줄었다. 특히 건전성 지표인 연체율도 악화됐다. 하나카드, KB국민카드, 신한카드, 우리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등 주요 6개 카드사의 평균 연체율은 1.53%로, 전년 동기(1.34%) 대비 0.19%포인트 상승했다.
여기에 신정부 출범 이후 디지털결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헥토파이낸셜, 페이프로토콜 등 핀테크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결제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면서, 카드사들은 결제 고유영역까지 잠식당할 수 있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실험도 카드사들의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원인이다.
◆ 카드사 오픈파이낸스, ‘오픈페이 실패’ 꼬리표 끊나?
이재명 정부는 오픈파이낸스를 비롯한 혁신금융서비스 확산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금융데이터 인프라 고도화와 비용 절감 효과를 통해 금융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복안이다.
오픈파이낸스는 다양한 금융 서비스 제공자 간에 소비자의 금융 데이터를 개방하고 공유함으로써, 더 혁신적이고 맞춤화된 금융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금융 생태계를 뜻한다.
다만, 기존에 카드업계에서 추진하던 오픈페이가 각사별 입장 차이로 사실상 흐지부지된 가운데 카드업계에서 오픈파이낸스가 탄력있게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카드업계는 자금이체 업무 수행을 위한 계좌 개설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카드사 자체 계좌를 통해 포인트 정산, 결제대금 선지급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소비자 편익을 높이고 가맹점 수수료 절감을 유도할 수 있는 카드업계의 플랫폼 경쟁력 강화 전략의 일환이다.
이 가운데 신정부는 카드 소비 확대를 위한 소득공제 혜택 강화를 추진 중이다. 자녀가 있는 가구에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1명당 5%포인트(p)씩 인상하고, 소상공인 사업장 사용분에 대한 공제율과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교육비·의료비 등 생활필수 항목에 대한 공제를 늘려 가계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정부의 신용카드 소비 활성화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카드업계와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구조적인 리스크와 한계도 함께 안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러한 신정부 정책은 근본적인 카드업계 수익 구조 개선을 지원해주는 게 아닌, 일회성 부양책에 가깝다”고 제언했다. 그는 “기술력과 사용자 경험, 생태계 규모에서 이미 앞선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카드사가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디지털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