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강세 보이던 코스피 꺾여
갈등 장기화 시 국제유가 상승 따른 인플레 악영향 전망

이재명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에 업권별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은행권은 ‘상생금융’을 전면에 내세운 반면, 보험업계는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에 방점을 찍었다. 카드사는 다자녀 가구 지원, 증권업계는 코스피 5000 달성, 디지털 자산 업계는 기본법 제정이 주요 키워드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신정부 금융권 과제」시리즈를 통해 각 업권의 특성과 민심을 반영한 정부의 맞춤형 금융정책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코스피 5000 달성’을 천명한 가운데, 집권 초반 코스피가 상승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중동정세가 격랑속으로 가면서 코스피 향배에 불확실성이 더해졌다.


◆ 트럼프 “당사 국가들, 싸워서 해결해야”


15일(현지시간 기준) 주요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휴전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다만 때로는 당사 국가들이 먼저 싸워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계획을 사전에 알았다”며 “다만 미국이 공격 자체에 연루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사흘째 이어지며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13일 새벽, 이란 핵시설과 방공망 등 주요 군사 거점을 정밀 타격하며 공습을 시작했다. 다음 날인 14일에는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휘발유 저장고 등 에너지 기반시설을 공격해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셋째 날인 15일, 이스라엘은 이란 국방부 건물과 동부 마샤드 공항의 급유기를 폭격하며 정부 기능까지 겨냥했다. 유엔 주재 이란 대사는 “이번 공습으로 78명이 사망하고, 32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란 수도 테헤란 부근의 샤흐런 정유단지 석유 저장소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제공.
이란 수도 테헤란 부근의 샤흐런 정유단지 석유 저장소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제공.

이란도 반격에 나섰다.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수백 발의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이스라엘로 발사했다. 특히 15일에는 분쟁 이후 처음으로 낮 시간대 대규모 미사일 공격이 감행됐다. 공격 대상에는 텔아비브, 하이파, 하데라의 전력시설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관저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의 무력 충돌이 악화되면서, 훈풍을 이어가던 국내 주식시장도 경고등이 켜졌다. 5월 30일, 2697.67에 마감한 코스피는 7거래일 연속으로 상승세를 기록하며 6월 12일 2920.03으로 장을 마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금요일까지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장중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종목(스팩·리츠 제외)은 260개로 전체 대비 약 29%를 기록했다. 


◆ 이란-이스라엘 무력 갈등 소식에 코스피 상승분 반납


그동안 이재명 대통령이 “상법 개정을 통한 코스피 지수 5000 달성”을 강조하면서 증시 부양의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되는 증권사와 지주회사들의 주가가 줄줄이 신고가를 기록했다. 

다만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리스크는 변수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이 중동 정세를 긴장시키는 가운데, 다음 달 초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무역 갈등 재점화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이 있던 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87%(25.41포인트(p)) 떨어진 2894.62를 기록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이란 이슈 이후 위험 자산 회피 심리 강화와 국제유가의 급등 현상이 국내 주식에서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최근 코스피 지수는 주가 상승이 빨랐다는 점에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은 단기 차익 실현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가 빠른 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존재했으나, 급격한 상승에 대한 우려는 해소했다”며 “국내 주식은 여전히 신정부 정책 모멘텀이 존재하고 선행 12개월 기준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라는 점에서 주가 조정은 매수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 증시활성화에 따른 저 PBR주 밸류 정상화 및 주주환원 확대 기대가 외국인의 은행주 매수세를 계속 유발한다면 추가 상승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다만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고, 채무조정/채무탕감 강도와 배드뱅크 규모 확인 등 단기적으로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실적 회복 기대감에 오르고 있지만 실제로 기업 실적이 뚜렷하게 반등하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정책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 국제유가 향배..국내 물가 직접 영향 불가피


한편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어렵게 잡은 물가 상승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은 전 거래일 대비 7.3% 급등한 72.98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대 일일 상승 폭이다.

상반기 한국은행이 두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p씩 내릴 수 있었던 것도 국제유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란 목소리도 있다.

김우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국제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둔화를 뒷받침함으로써 아시아 신흥국 중앙은행이 경기 대응을 위한 금리인하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정책 여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노무라증권은 국제유가 10% 하락 시 한국 경제성장률이 0.05%p 증가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2%p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제공.

반대로 국제유가가 급등할 경우,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물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JP모건 체이스는 “중동 상황이 악화할 경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로 치솟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5%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이란 갈등 사태 문제의 핵심은 선박 수송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이란 갈등 사태의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라며 “단순한 이란 원유 수출 차질보다 해협이 막힐 경우 공급망 충격이 훨씬 크다”고 진단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의 25%, LNG의 20%가 지나는 핵심 통로다. 다만, 황 연구원은 “자국 원유 수출도 막히는 만큼 이란이 실제로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은 낮다”며 “시장 불안이 유가를 자극할 수 있으나 실질적 봉쇄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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