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원 + 알파 규모 예상...경제사령탑 공백 메워야
OECD, 대선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1.5%→1.0% 하향
21대 대선 선거일인 3일 오후 8시 투표 종료 직후 나온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득표율 51.7%로 과반을 차지하며 39.3%에 그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큰 표 차이로 이길 것으로 예측됐다. 4일 자정을 넘기며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자 2025년 하반기 한국 경제의 향방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정국 혼란 진정됐지만..경제 사령탑 ‘공백’ 지속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불거졌던 정국 불안은 지난달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완화했다. 그러나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를 위해 사직하고 대행 자리를 물려 받아야 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사퇴하면서 사실상 경제 사령탑 자리가 비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비롯한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한국 경제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외 41개 기관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분포는 0.3∼2.2%, 평균 0.985% 수준으로 집계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0.8%)·캐피털이코노믹스(0.5%)·씨티그룹(0.6%)·HSBC(0.7%)를 비롯해 절반이 넘는 21개 기관이 0%대 성장률을 제시했다. 1% 성장을 예상한 바클레이즈·피치·노무라증권 등 9곳을 더하면 1% 이하 전망 기관이 30개에 이른다. 특히 소시에테제네랄은 1%에서 41개 기관 중 최저 수준인 0.3%까지 한국 경제에 대한 기대치를 끌어내렸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종전(2.75%)에서 0.25%포인트 낮춘 2.50%로 결정했다. 특히 5월 금통위에선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8%까지 내려잡았다. 이는 2월 전망한 수준(1.5%)의 절반 수준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직후 브리핑에서 “금년 중 성장세가 크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돼 경기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했다”며 “한국 경기가 어려운 것이 맞다”고 밝혔다.
◆ 이재명 “말라 죽는 민생에 숨통 틔우겠다”..30조원 추경 예고
이재명 당선인은 즉위 즉시 내수진작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경기를 살리겠다는 입장이다. 최소 30조원 규모가 예상된다. 국가부채가 급증하는 등 빠듯한 나라곳간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경기부양 추가경정예산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차기 정부에서 편성되는 2차 추경은 내수에 보다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앞선 2월 민주당은 민생회복 부문에서 총 23조5000억원, 인공지능(AI)·반도체 지원 및 연구개발(R&D), 공공주택·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경제성장 부문에서 총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당선인은 전날 경기 광명시 철산로데오광장 유세에서 “한국은행도 추경을 해야 된다고 하고 민주당이 추경 제발 좀 하자고 한 상황”이라며 “그동안 국민의힘이 (추경 편성을) 끝까지 반대하더니 선거 막바지가 되니까 갑자기 추경 30조원을 하자고 공약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이 민주당에게 기회를 주신다면 그 이상으로 추경을 신속하게 편성해서 당장 말라 비틀어 죽는 골목 서민경제에 돈을 돌게 하고, 숨통을 트이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 총괄은 “연초 민주당에서 추진했던 슈퍼 추경안에 소개된 일부 정책 법안이 대선 이후 다시 상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내수 경기에 대한 우려는 최악을 지나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김 투자전략 총괄은 “한국은행은 공식적으로 적극적인 기준금리 인하 방침을 밝혔다”며 “2022년 이후 기존 추세선을 하회하고 있는 정부지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대선 직후 연간 30조원 이상의 대규모 추경이 예상된다”며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리인하보다 정부 소비와 투자 등 재정지출의 승수효과가 더 높다”고 설명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관세 불확실성으로 올해 연간 실적에 대한 상향 조정은 제한적”이라며 “컨센서스 하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반기로 갈수록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이 떨어지는 계절성까지 감안하면 하반기 실적 턴어라운드의 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 발표 당시 1.5%에서 1.0%로 하향하면서, 추경을 통한 재정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구조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OECD는 한국의 재정정책과 관련해 "단기적으로 (추경을 통한) 재정지원이 적절할 수 있겠지만, 지속가능한 장기 재정운용체계(framework)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수출·기업 실적 회복, 생각보다 더딜 수도
다만 아직까지 국내 기업의 수출과 실적이 더 악화될 여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해정 DS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무역 갈등이 잠잠해지긴 했지만 불안감은 남아있어 수출 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다”며 “코스피 이익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변수인 수출은 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양 팀장은 “매출 성장이 정체되더라도, 유가 하락으로 이익이 개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허재환 연구원은 “국내 수출과 실적 바닥은 당초 2분기에서 3분기 후반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상반기엔 경기 사이클이 관세 선수요로 예상보다 선방했지만 하반기엔 재고 소진 후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한편 오는 4일 통계청은 5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한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개월 째 2%대를 이어가고 있다. 직전달인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를 기록했다. 가공식품, 외식, 축산물, 수산물 등의 가격이 비교적 크게 오르면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불안 요인이다.
허 연구원은 “2022년을 제외하고는 2017년 대선 이후 소비심리는 6개월간 상승세를 유지했으며, 2025년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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