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표, 비민주적 당헌・당규 운용과 언행 "필패 불러"
'반홍' 중진들의 중구난방 요구사항 "필패 자술서"
자유한국당, 퇴행적 정당민주주의에 "민심 등돌려"

홍준표 대표 체제 하의 자유한국당이 인물난과 리더십 부재로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대로는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자조 섞인 한숨이 당을 뒤덮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천하의 인재를 찾겠다”며 인재 영입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던 안대희 전 대법관과 이완구 전 총리 카드가 무산되면서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

홍 대표는 인재 영입 초기 작업으로 코리아 헤럴드 홍정욱 회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연쇄 접촉했지만 실패했다. 깜짝 놀랄 만한 후보라며 추켜세웠던 이석연 전 법제처장마저 고사하자, 인지도와 정체성에서 유리할 게 없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마지막 카드로 내세웠다. 하지만 그 카드조차 안 내느니만 못한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이제 당내에서는 “홍 대표는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푸념까지 흘러나온다.

홍 대표의 리더십을 들여다보면 추락 속도는 배가된다.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가 홍 대표 취임 이후 7개월 동안 열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26일 개최된 확대원내대책회의에 중진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갈등이 증폭되었기 때문이다.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인터뷰 중인 홍준표 대표 ⓒ뉴시스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인터뷰 중인 홍준표 대표 ⓒ뉴시스

중진의원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중단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조속히 재개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홍 대표로서는 그 간단한 요구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수차례 막말까지 동원해가며 중진의원들의 속을 박박 긁어놓아서다.

중진의원들은 홍 대표에게 4개 항의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4개항은 자유한국당이 처한 현실에 대한 대국민 고백서이자 지방선거 필패를 미리부터 자인하는 패전 선언에 다름 아니다. 왜 그런지 하나씩 따져보자.

하나. 홍준표 대표는 당 운영을 당헌・당규에 맞게 민주적으로 할 것

같은 당 이주영 의원은 자신의 26일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당대표 말에 조금이라도 반대 의견을 내면 제명 등으로 협박하는 불통 정당에 인재가 모일 수는 없다. 역사에도 폭군이 왕이 되면 어진 선비들은 세상을 등지고 산으로 숨었다.”

이 의원의 말을 간단히 정리하면, ‘홍준표=폭군’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본인이 아무리 아니라고 버텨도 당내 의원들이 그렇게 느낀다면, 그 등식은 유효하다. 실제로 어진 선비, 아니 부족하나마 ‘인재’라고 우길 수 있는 사람조차 모이지 않으니 외부에서도 자유한국당을 불통 정당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어차피 홍 대표 체제로 치러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시장 후보로 직접 나서라는 중진들의 요구에 “내가 나서면 그들이 당을 좌지우지하려고 할 것”이라는 발언, “날 음해하는 중진들은 다음 총선 때 험지인 강북에 차출할 것”이라는 발언들이 그가 대표직에 얼마나 연연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표는 당내 중진의원들에게조차 당헌・당규를 무시하는 비민주적 폭군으로 간주되고 있다. ‘촛불혁명’으로 민주주의를 급진전시킨 우리 국민들이 집안 단속도 못하는 홍 대표의 당 운영 스타일에 어떤 시선을 보내고 있는지 그들은 알까? 이대로라면 필패를 넘어 몰락이 불가피하다.

둘. 홍준표 대표는 당의 결속을 위해 언행을 진중하게 할 것

지금껏 당내 의원들로부터 “언행을 조심하라”는 조언을 이처럼 지속적으로, 또 직접적으로 알차게 들었던 당대표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만큼 홍준표 대표의 ‘나름 카리스마’ 장착한 언사는 엉망진창이다. 그의 수준 낮은 언사는 이제 당내에서조차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바퀴벌레가 연탄가스에 죽나?”라는 정우택 의원의 비아냥이 대표적이다.

홍 대표의 막말은 지난 대선 때부터 이미 세간에 숱하게 회자된 바 있다. 지난해 대구 유세 당시 장모에게 용돈을 드리면서 “영감하고 같이 나눠 쓰면 그때부터 장모도 없다”고 한 발언은 애교 수준이다.

언론과 한 인터뷰 자리에서 “설거지는 여자가 하는 일”이라고 한 발언, 대학생들 앞에서 “이대 계집애들 싫어한다. 꼴같잖은 게 대들어 패버리고 싶다”고 한 발언, 신분증을 요구하는 방송국 경비원에게 “넌 또 뭐야! 니들 면상 보러 온 게 아냐. 너 까짓 게”라고 한 발언은 모욕적인 질타와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도배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류여해 전 최고위원을 향해 “주모의 푸념 같은 소리 들을 시간 없다.”고 한 발언, 조국 민정수석을 향해 “조국인지 타국인지, 사법시험 통과 못해서”라고 한 발언, 올림픽 외교를 두고 “정부가 평양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남북이 정치쇼를 벌이고 있다”고 한 발언, 중진의원들을 ‘바퀴벌레, 암덩어리, 고름’도 모자라 ‘연탄가스’에 비유한 발언 등 이루 셀 수 없이 많다. 가히 ‘앵그리 홍’에 ‘레드 준표’답다. 이런 그를 ‘동네 양아치’로 치부한 수많은 댓글들이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다.

▲중진의원 간담회(03.22)에 참석한 정우택 전 원내대표. 그는 이날 "바퀴벌레는 연탄중독이 되나?"는 말로 홍준표 대표의 막말을 비난했다. ⓒ뉴시스
▲중진의원 간담회(03.22)에 참석한 정우택 전 원내대표. 그는 이날 "바퀴벌레는 연탄중독이 되나?"는 말로 홍준표 대표의 막말을 비난했다. ⓒ뉴시스

홍 대표의 정제되지 않은 언사는 급기야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에 의해 ‘입마개를 씌워야 할 입’이 되고 말았다.

그런 홍 대표에게 자못 어울리는 말이 있다. 강려자용(剛戾自用, 자신의 재능과 지혜만 믿고 남의 말을 듣지 않음)이다. 그 배경에 모수자천(毛遂自薦, 자기가 자기를 추천함)이나 고자표치(高自標置, 자기를 높이고 교만함)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개과불린(改過不吝,잘못을 수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음)이 멀리 있으니 언사가 그처럼 경조부박(輕躁浮薄, 침착하지 못하고 신중치 아니함)한 것이 아닌가.

홍 대표는 자신이 막말을 한 적이 없다고 강변하지만, 그의 ‘비호감’ 막말들은 비지지층을 더욱 멀어지게 하고, 지지층의 결집은 막고 있다는 당내 비판에 직면해 있다. 거기에 ‘막말돌림병’에 감염된 장제원 수석대변인마저 전국의 경찰들을 개에 빗대며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독설까지 내뱉은 상태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노력하고 있지만, 주워 담기는 이미 때가 늦었다.

견아설(見我舌)이라 했다. 혀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상대를 위협해 책략에 걸리게 하고 얼핏 추켜세워서 등용해 자기 마음대로 부릴 수 있게 하는 무기라는 의미다. 이런 견아설이 계속되는 한, 자유한국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확인할 것은 민심의 ‘현저한 이탈’뿐일 것이다.

셋. 홍준표 대표는 모든 것을 걸고 인재 영입에 전력투구할 것

지방선거의 핵심 중 핵심인 서울시장 후보가 부재중인 상황이다. 이런 현실은 공당, 특히 제1야당으로서는 어떤 핑계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이처럼 참담한 현실의 배경에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는 원인이 바로 위에 언급된 비민주적 정당 운영 및 당대표의 진중하지 않은 언사다. 자유한국당 중진들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숙지하고 있는 셈이다.

중진들은 스스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정당을 ‘막말을 일삼는 대표에 의해 비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정당’으로 단정했다. 이런 정당에 투신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를 ‘인재’라고 부를 수 있을까?

지방선거를 2개월 보름가량 남겨둔 시점이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마저 고사의 변으로 “늦었다”고 할 만큼 시간이 촉박하다. 그리고 홍 대표에게는 걸어 볼 ‘모든 것’도 그다지 없어 보인다. 이대로라면 간뇌도지肝腦塗地(간과 뇌가 흙 범벅이 됨), 참패는 예정된 수순이다.

넷. 홍준표 대표는 답보 상태인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대책을 제시할 것

이 요구사항은 자유한국당 중진의원들도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는 자가당착적 조건이다. 왜냐하면 당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근본 원인은 구성원 모두에게 있으며, 그래서 함께 머리를 맞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대표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통일대교 남단을 점거해 시위 중인 자유한국당 의원들 ⓒ뉴시스
▲통일대교 남단을 점거해 시위 중인 자유한국당 의원들 ⓒ뉴시스

쿠키뉴스와 조원씨앤아이가 최근 발표한 정당지지율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57.5%, 자유한국당 19.4%, 바른미래당 8.1%, 민주평화당 1.9%, 정의당 3.1%로 집계됐다. 10% 박스권에 갇힌 채 요지부동인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책임을 당대표 1인에게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들의 전략적 실패를 외면하는 철면피 같은 처사다.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을 물귀신처럼 끌어들이려고 노력했던 이들이 누구인가? 당대표가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며 색깔론을 들이밀 때, 보다 큰 외교적 그림을 보지 못한 채 통일대교 시위에 참여해 스스로 지지율을 깎아먹었던 이들은 또 누구인가?

남북대화 발표에 현 정부를 한껏 격하하다가 북미대화 발표가 나자 입을 스스로 봉해버렸던 이들은? 공군 1호기와 제천화재 등에 이어 이제는 자당의 선거공약이기도 했던 개헌에 이르기까지, 지지율을 집어삼킨 ‘자폭식’ 트집과 딴지, 말꼬리 잡기는 이루 셀 수 없이 많다.

이처럼 지지율 답보의 책임에 대해 중진의원들과 당대표 간에 폭탄 돌리기식 공방이 이어진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지지율은 10%대 박스권을 벗어나 아래로 곤두박질칠 것이다.

홍준표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라는 험지를 택할 생각이 없다. 대표직을 내려놓을 생각은 더군다나 없다. 그것도 다음 총선 때까지 말이다. 그렇다면 자유한국당의 당헌과 당규는 앞으로도 자신들이 규정한 ‘폭군’에 의해 비민주적으로 파행 운용될 것이 자명하다.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막말이 비지지층의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지지층의 결속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극구 부정하고 있다. 타인에게는 막말로 비치는 언사가 자신에게는 정당하다는 점에서, 정제된 언어는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지경이라면 당대표와 중진의원들 사이에 불거진 불협화음을 봉합하는 일은 난망하다.

이 두 가지 원인이 인재 영입에 심대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 이 두 가지 악재로 인해 고작 10%대라는 콘크리트 지지율 외에는 더 바랄 게 없어져 버렸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는 한, 국민들은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적이고도 진중한 결속을 보임으로써 국정농단에 대해 사과조차 없는 자유한국당을 획기적으로 탄핵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다.

진일보하는 민주주의의 뒤꼍에 엉거주춤 선 채 따라오기에도 급급한 자유한국당의 퇴행적 사고가 정당민주주의의 실제 퇴행으로 이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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