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 페미니즘(feminism) 이슈가 한창이다. 남녀가 다시 안볼 사이처럼 싸운다. 페미니즘을 빼놓고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이 너무나도 많아졌다.

베스트셀러 도서 차트를 보면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책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1982년에 태어난 김지영이라는 여성이 한국 사회에서 겪는 애환을 풀어낸 소설이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성차별·성폭력 끝장 문화제’에서 참석자가촛불과 손피켓을 들고 '성차별, 성폭력 즉각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뉴시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성차별·성폭력 끝장 문화제’에서 참석자가촛불과 손피켓을 들고 '성차별, 성폭력 즉각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뉴시스

사실 소설이다 보니 김지영의 삶은 극단적으로 불행하게 그려진 면이 없지 않다. 그런데도 이 작품은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소설이 아니라 ‘다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때마침 불어 닥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은 페미니즘 흐름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오랜 시간 참아왔던 여성들의 분투와 악전고투, 남녀 간의 혈투가 ‘미투’라는 운동과 함께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남자들이 가까스로 생각해 낸 방어기제는 ‘펜스룰(Pence Rule)’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그러는 것처럼 부인 아닌 여성과는 단둘이 만나지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게 펜스룰의 기본이다. 

펜스룰의 포인트는 ‘단둘이’라는 말에 있다. 업무상 만난 여성 2명과 함께 도합 세 사람이 식사를 하는 건 펜스룰에 저촉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한국 남성들은 아예 여자들과 ‘겸상’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구실로 펜스룰을 악용(?)하고 있다. 자연히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현재 남성들이 받아들인 펜스룰은 이른바 ‘잠재적 범죄자’ 논리를 남자들이 공격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다. 어두운 밤길을 혼자 걷는 여성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남성에 비해 물리적 힘이 약한 여성은 길고양이가 만들어내는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들어도 흠칫 놀란다.

하물며 낯선 남자가 보인다면 그가 언제 자신을 덮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게 된다. 이 순간 이 여성은 그 남성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하게 되는 것이다.

이 논리는 밤길을 걷고 있는 그 남자가 실제로 얼마나 선량한 사람인지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이것은 ‘어두운 밤길’이라는 환경 자체가 만들어낸 공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남자들은 지금까지 이 ‘잠재적 범죄자’ 논리에 매우 불편한 심기를 표출해 왔다. 선량한 시민을 자신들을 범죄자 취급했다는 걸 받아들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투 운동은 이 흐름을 일격에 바꿔버렸다. 남자들은 이제 자조적인 말투로 ‘그래, 나 잠재적 범죄자다’라고 말하며 스스로 여성들로부터 격리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이른바 펜스룰의 한국적‧전투적 변용이다.

한국식 펜스룰에 대해 여성들이 다시 한 번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자 남자들은 ‘도대체 어쩌라는 거냐’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남녀전쟁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이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 아니 애초에 이 전쟁에 승자라는 게 존재하기는 할까? 

아무리 격렬하게 싸워도 남자는 여자 없이, 여자는 남자 없이 살아가기가 힘들다. 이 엄혹한 투쟁이 결국엔 화합으로 가는 길목이길 바랄 뿐이다. 물론 그때까진 와이프 이외의 여자와 단둘이 밥을 먹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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